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수 Jun 24. 2024

3-4 위험용인

위험용인


인간은 늘 생존을 위협받으며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탐색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현대문명이 발전했다. 식량, 기후, 전쟁, 질병과 같은 위기에 맞서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은 발전했다. 


 식량 공급 개선은 인류의 생존을 오랜 기간 위협했던 기아와 기근 문제를 해결했다. 놀랍게도 인류 역사에서 절대적 빈곤이 사라진 것은 불과 8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공중 보건과 상하수도 시스템은 인류의 수명을 비약적으로 늘렸고, 법규, 교통, 주거환경, 폭력과 같은 문제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인간의 생존이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스티븐 핑커는 자신의 책인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폭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꾸준히 감소해왔고, 우리는 어쩌면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세상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안나 로슬링 뢴룬드, 올라 로슬링 과 한스 로슬링이 지은 <<팩트풀니스>>에서도 세상은 점점 좋아진다고 말한다. 분명 세상이 좋아지고 있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류의 생존이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인류는 아직도 질병에 시달리고, 예측조차 불가능한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 무기력하며, 데이터상 폭력의 숫자는 줄었지만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은 폭력에 방치되고 있다. 


 유래 없는 평화기간이라고 하지만 테러와 소규모 분쟁, 그리고 전쟁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여전히 학살도 전세계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여전히 무의식 중에 자신의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이에 대비한다. 경제적인 이유나 질병에 대한 걱정은 끝이 없고, 전쟁이나 테러, 기후, 그리고 심지어 소행성 충돌로 인한 인류의 멸종까지 걱정한다. 물론 이런 고민과 걱정이 인류 문명 발전에 기여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위험에 대해 어느정도 인지를 하고 있으며 또 어느정도 위험을 용인하고 있을까? 캘리포니아 대학교 응용과학 학장인 촌시 스타는 인간이 자발적 행위를 할 때와 비자발적 행위를 할 때 위험을 용인하는데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자발적인 행동을 할 때, 즉 자신이 통제하고 있다고 느낄 때 더 많은 위험을 용인하고 위험한 행동을 자주 한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함부로 운전하는 차에 타고 있을 때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운전대를 잡았을 때는 위험한 운전을 자주한다. 자신에게 통제권이 있다고 느꼈을 때 더 많은 위험을 용인한다는 증거다. 9.11 테러이후 미국의 교통사고 비율이 급증했다. 항공기 탑승에 위험을 느낀 사람들은 자신이 운전을 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 탑승 대신 운전을 선택했고, 이는 사고율이 급증하는 원인이 됐다. 


최근 발생한 묻지마 칼부림 사건으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함에 빠졌다. 미국에서는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테러 행위도 마찬가지다. 어디서, 어떻게, 누가, 왜,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인간을 불안함에 빠지게 만든다. 


 통제할 수 없는 비자발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테러가 아닌 위험한 운전 습관, 식습관, 과도한 흡연과 음주다. 병원 앞 흡연실에 환자복을 입고 담배피는 많은 사람을 목격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담배가 건강을 헤쳐 입원한 것은 아니겠지만, 아파서 병원에 온 사람들이 담배를 피는 것은 많은 위험을 용인한다는 증거가 된다. 심지어 방금 폐암 환자에게 사망선고를 내린 의사도 담배를 핀다.


 투자자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한다고 착각할 때가 많다. 특히 결과에 대해서 그렇다. 주식을 매수할 때 대부분, 아니 모든 사람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수한다. 이미 결과를 기대하고 예측하기 때문에 반대의 결과에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문제는 이미 수익을 가정하고 매수한다는 사실이다. 


 결과를 통제한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많은 위험을 용인한다.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자신이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것에서 위험을 느낀다. 실질적으로 투자자에게 위험이 되는 것은 주식 중독, 테마주 매매, 몰빵 투자, 남에 말만 듣고 매수와 매도 결정, 공포에 매도하고 광기에 매수와 같이 자발적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다. 충분히 위험을 인식하고 있지만 많은 위험을 용인한다. 반대로 거시적 환경 즉 비자발적인 것에는 위험을 느낀다. 금리, 경제지표, 연준의장 발언, 정부정책 등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에서 위험을 느낀다. 이런 투자자의 성향이 다수의 투자자가 실패하는 원인이다. 



이전 13화 3-3 통제한다는 착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