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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리래티스 Nov 16. 2024

8. 적자생존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슈테판 클라인-

독서 조각


“우연 없이 진보는 없다. 인간 개개인은 목표를 이루고자 노력하지만 전체 역사는 아무런 목적이 없다. 모든 가능성과 미래의 결과가 확실하게 알려진 시대는 없었다. 쓸모 있는 해결법이 나올 때까지 이쪽에서는 진화가, 저쪽에서는 인간이 실험한다. … 충분히 실험하지 않는 자는 발전하지 못하고 민첩한 경쟁자들에게 내몰린다. …결국 어떤 생물이, 어떤 아이디어가 승리할지는 경쟁만이 결정한다. 우연 없이는 진보도 없다.”


다윈의 진화론에서 잘못 해석된 부분 중 하나가 “적자생존”이다. 이는 의도적이었는지 아니면 잘못 해석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뜻으로 오인되어 다윈주의를 왜곡했다. 


적자생존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강한 자가 적응하기 쉬우니 같은 의미로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자연의 혁신은 적당한 시대에 적당한 환경에서 이루어질 때만이 승산이 있다. 


덩치가 크고 강하면 생존에 유리한 시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가 오면 덩치가 큰 동물부터 멸종될 가능성이 크다. 오로지 강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면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아직도 지구를 지배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유를 불문하고 시대는 변한다. 왜 하필 지금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라는 푸념은 통하지 않는다. 자연은 무작위성을 띄기 때문이다. 예측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런 우연이 우리 운명을 쥐고 있다해도 그것이 자연의 속성이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결정론적 사고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의 무작위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의미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지금의 강함에 안주할 수 없다. 어떤 시대가 찾아올 지 모르지만 대비할 수 있는 수준에서는 대비를 해야 한다. 적어도 영속성을 믿고 현실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투자 조각


투자 시장은 공평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적어도 특정한 시기에는 그렇다. 


투자 시장에는 어느 시기에 자본이 한쪽으로 쏠리는 속성이 있다. 그런 시기가 찾아오면 투자자의 희비가 엇갈린다. 시장의 분위기에 탑승한 사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사람, 오히려 손해를 보는 사람 등등 승리자와 패배자가 뒤섞인다. 


매번 그렇지는 않더라도 빈번하게 나타나는 속성이다. 하지만 시장의 또다른 속성으로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 영원히 계속될 수 없다면, 결국 끝나기 마련이다”.  -허브스타인-


전업 투자자로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되새기는 것이 있다. 


“취하지 말자” “매몰되지 말자” 

주어는 승리다. 승리에 취하지 않고, 승리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다. 투자 시장은 가끔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안겨준다. 그것을 받고 싶지 않아 이리저리 회피해도 기어코 안겨준다.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보면 내 자신이 너무도 기특하고 자랑스러워진다. 겸손 하려고 노력해도 그것이 쉽게 되지 않는 시기가 찾아온다. 우리의 뇌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뇌에서 사회적 위치를 평가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대우를 받는지 관찰한다. 그렇게 수집한 증거를 근거로 뇌는 우리의 가치를 결정하고, 지위를 부여한다. 


매매에서 승리를 맛봤을 때 더 많이 분출되는 세로토닌은 나의 자존감을 더 높게 올려준다. 연이은 매매로 수익이 나면 편도체의 공포 반응이 꺼지고 안전하다는 환상은 두려움을 없애줘서 투자자는 거짓 안정감을 느끼게된다.


성공을 불러왔던 방식이 반대로 모든 것을 무너뜨린 사례는 충분히 많다. 자연선택처럼 그저 그 시기에 그런 투자를 했을 뿐일지 모른다. 그 시기가 지나면 그런 투자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단 한 번의 블랙스완이 성공 방정식을 망가뜨릴 수 있다. 안전하다는 착각에 모든 것을 걸었던 사람들은 더 이상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투자 수익이 선형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불행의 시작이다. 


파티를 즐기되 비상구 앞에서 즐기라는 격언이 있다. 파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모두가 즐거운 파티에서 일찍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래도 최소한 비상구 근처에서 파티를 즐겨야 한다. 


인도의 한 투자자는 주식 시장을 불이 난 극장에 비유했다. 극장에서 불이나자 모든 관객이 비상구로 도망친다. 하지만 밖으로 대피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 바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자리를 팔고 나가야 한다. 불난 좌석을 다른 사람에게 팔기 위해서 얼마나 큰 돈을 지불해야 하겠는가? 


자신의 투자방식에 매몰되지 말자. 승리에 취하지 말자.

오늘도 이 말을 되새긴다. 


“시장의 거품 속에서는 낙관적인 시각을 가진 투자자가 높은 수익을 올립니다. 거품을 믿는 투자자들이 언제나 승리합니다. 그건 나쁘지 않아요. 다만 상당한 수익을 올린 다음에는 시장의 방향이 전환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저는 혼합된 투자방식을 신뢰하며, 손실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2006~2007년 당시 거품에 동참하고는 있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시장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거품에 휩쓸리는 투자자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출구가 없는 투자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거품이 낀 시장은 유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거품이 사그라지면 유동성이 가장 큰 문제가 됩니다.”

 -콤 오셔-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슈테판 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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