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1.4킬로그램의 사용법 --존 레이티-
신경진화론은 두뇌의 가소성을 설명해주는 이론이다. 우리의 환경이나 경험이 바뀌면 두뇌도 바뀐다.
그것은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거나 배울 수 없는 이유다.
첫 번째 진리, “함께 발화한 뉴런들은 함께 연관을 맺는다.” 테니스 서브 연습부터 구구단 외우기까지 같은 행동과 사고를 반복하면 할수록, 우리는 특정 연결을 더욱 촉진하게 되며, 그러한 행동에 필요한 두뇌의 신경회로는 더욱더 굳어진다.
여기서 두 번째 진리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한다.”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두뇌회로를 훈련하지 않으면, 연결은 적응하지 못한 책 서서히 약해지다가 결국엔 소멸한다.
최근 유전자 만능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주장은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더 많아질 것이다. 유전자ㅏ 만능론은 수저론과 상당히 유사하다.
세상에 만연해 있는 수저론과 유전자 만능론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노력해라, 열정적으로 해라, 열심히 해라, 티끌 모아 태산이다, 저축해라, 아껴 써라와 같은 뻔한 조언이 우리에게 와닿지 않는다.
나는 수저론과 유전자 만능론을 부정하는 입장은 아니다. 오히려 옹호한다. 다만 수저론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고, 유전자 만능론은 이름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유전자는 만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두뇌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의 논쟁을 두고, 논쟁할 가치가 없는 주제라고 말한다. 두뇌는 유전자와 경험이 상호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물론 똑 같은 환경에서 똑 같은 노력을 했다는 가정하에 유전자가 더 많은 것을 결정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환경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우리는 특정 문제에 대한 원인을 너무 단순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단 하나의 해결책에 모든 노력을 쏟아부으려 한다.
훌륭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거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는 것은 분명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것이 엄연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도 그보다 더 뛰어나고 돈이 많은 사람에게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또 그 사람도 그보다 떠 뛰어나고 많은 사람에게 똑같은 기분을 느낄 것이다.
파레토는 20%의 이탈리아 사람들이 80%의 부를 소유한다고 말했다. 80%의 부를 차지한 20%의 사람들만 따로 놓고 본다면 또 그 중 20%의 사람들이 80%의 부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또 그들만 따로 분류한다면 마찬가지의 비율이 나타날 것이다. 이는 멱함수 법칙으로도 설명이 된다.
그러니까 나는 유전자와 수저론을 애초에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쉽지만 나는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무것도 없고 부모님의 노후를 부양해야 하는 입장이다. 게다가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적인 두뇌도 물려받지도 못했다. 하지만 독서라는 축복을 유전과 환경을 통해 물려주신 부모님께 매우 감사하다.
어쩌겠는가? 내가 부잣집 자식이 아닌걸? 어쩌겠는가? 내가 아인슈타인처럼 훌륭한 두뇌를 갖지 못한 것을? 그렇다고 마냥 유전자, 수저 탓만 하면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나는 내가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기로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뇌 가소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기회가 몇 번 찾아온다고 한다. 그리고 기회는 준비된 사람만이 잡는다고도 한다. 혹자는 기회를 잡고 성공하는 것을 운이 좋았다고도 표현한다.
사실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말보다, 준비된 사람에게만 기회가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찾아온다를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보인다가 맞다.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보인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정보가 존재한다. 길거리에 나가서 우리가 보고 들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전부 머릿속에 집어넣는다면 아마 우리 두뇌는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에 우리 뇌는 모든 소리를 듣고 모든 것을 볼 수 없다.
그래서 뇌속에는 널려 있는 정보를 걸러내서 보고 들을 수 있는 주목필터가 존재한다. 어떤 정보가 뇌의 주목필터를 뚫고 머릿속으로 들어오냐에 따라 당신의 에너지와 시간을 소음에 쓰는지 정보에 쓰는지 판가름 된다.
세상에 모든 것이 투자와 연결되는 경험을 투자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한다. 그냥 흘려서 들었던 뉴스도 잘 들린다. 얼마나 관심있고 아는지에 따라 더 잘 들리고 기억에도 남는다. 그것이 세상에 널려 있는 기회를 알아보는 하나의 준비 단계라고 생각한다.
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이런 기회를 뒤늦게 알아차린다. 언제?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알고 있을 때 알아차린다. 이미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정보다. 가격으로 책정하자면 이미 너무 비싼 상태다. 그렇기에 가치가 없다.
한 번씩 너무나 좋은 정보와 기회가 아주 싼 가격에 세상을 돌아다닐 때가 있다. 그 기회를 남들보다 일찍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칼 포퍼는 과학발전의 시발점이 문제 인식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관찰로는 발전이 이뤄지지 않는다.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쳐버리고 만다. 문제로 인식하려면 원하는 것을 계속 반복해서 사고해야 한다. 그러면 두뇌에서 관련된 뉴런이 발화되어 강화된다.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말은 사이비 같지만 결국 뇌 가소성의 한 맥락이다. 골프에 빠진 사람 눈에는 모든 것이 골프로 보인다. 당구에 빠진 사람은 천장에서 당구공이 굴러다닌다. 이를 바더 마인호프 현상이라고도 부른다.
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대개의 사람들은 맛있다 하고 끝나지만 백종원에게는 사업아이템으로 보인다. 뉴스를 보고 누군가는 돈 버는 정보를 추론하고, 누군가는 그냥 지나친다. 이 모든 것이 뇌 가소성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돈을 벌고 싶어서 나의 뇌에서 그 부분을 강화하려고 노력했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는 투자관련 책이 소용없다고 말한다. 워런 버핏의 책을 읽는다고 그처럼 투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피터 린치의 책을 읽는다고 그렇게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글의 앞부분에서 이 문장을 읽었다.
우리는 특정 문제에 대한 원인을 너무 단순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단 하나의 해결책에 모든 노력을 쏟아부으려 한다.
워런 버핏 책 한권을 읽는다고 그처럼 투자할 수 없다. 피터 린치 책 한두 권을 읽는다고 그처럼 투자할 수 없다. 지식은 복리와 같은 모형으로 움직인다. 선형이 아니라 비선형이다. 당신이 꾸준히 읽었다면 언젠가, 어느 상황이 오면 당신이 읽었던 것들이 도움되는 날이 온다.
투자는 1+1=2 라는 공식이 아니다. 그렇게 배울 수 없다. 그저 언제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할 수밖에 없다. A라는 상황에 대입할 수 있는 B라는 정답은 없다. 단순하게 A라는 상황도 없다. 수많은 것들이 얽힌 상황이 찾아온다. 그럴때 다양하게 읽어둔 것이 자산이 된다.
시장을 떠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을 준비된 사람으로 만든다면, 운도 기회도 남들보다 먼저 발견하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버핏과 멍거는 가장 좋은 준비 자세로 읽는 것을 택했다. 버핏은 10년간 사업보고서를 읽었던 한 회사의 주가가 폭락하자 지체 없이 매수했다. 그가 그 회사를 매수하기 위해 10년을 기다린 것이 아니다. 그저 준비를 했기 때문에 기회가 보였을 뿐이다.
나 역시 기회를 누구보다 먼저 보기 위해서 끊임없이 읽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 단 읽는 것에만 집중해서 시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 시장을 떠나면 기회를 보지 못한다.
다음 편은 내가 읽는 것으로 뇌 가소성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우연은 준비가 잘된 사람에게 행운을 선사한다.
-파스퇴르-
뇌 1.4 킬로그램의 사용법
-존 레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