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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Apr 09. 2024

서문

 이 책의 제목은 위대한 철학자 칼 포퍼의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에서 차용했다. 왜 투자서를 쓰면서 제목을 철학에서 차용했는지는 설명이 필요하다.


 나는 투자를 나의 또다른 직업으로 생각한다. 위대한 투자자였던 제시 리버모어는 투자를 할 때 하나의 사업으로 생각하고 접근하라고 말했다. 투자를 직업으로 여길 때 중요한 것은 안정성이다. 직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돈벌이다. 직업의 수많은 단점을 상쇄하는 하나의 장점이 돈벌이다. 돈벌이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힘들고 고단하지만 직업을 갖는다. 내가 투자를 직업으로 생각하는 한 투자는 내게 돈벌이로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 관점에서 나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꼽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투자에서 성공하지 못한다. 한 두 번의 성공으로 수익을 거둘지는 몰라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투자자는 극히 적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기존의 투자자들이 갔던 길을 가지 따라 걷지 않기로 했다. 실패한 길을 따라 걸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길은 철학이다. 철학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판별하는 것이다. 인간의 존재, 지식, 가치, 이성, 윤리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을 하는 분야가 바로 철학이다. 하지만 요즘 철학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특히 투자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철학은 뜬구름 잡는 소리로 생각할 만하다. 실물을 다루는 경제, 금융 분야를 인간의 존재, 이성, 윤리를 따지는 철학과 이어서 생각하기란 어색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출신의 심리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스티븐 핑커는 자신의 저서 <<빈 서판>>에서 오늘날 철학을 바라보는 학계의 시선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날 철학은 전혀 존경을 받지 못한다. 많은 과학자들이 철학이라는 말을 공허한 사색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한다, ------ 그러나 철학은 결코 쓸데없거나 공허하지 않으며, 철학자들의 사상은 수백 년 동안 간접적으로 수많은 영향을 미친다.

 

 투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투자자가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은 무엇일까? 성공한 투자자는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는 흔히 똑똑하고, 공부를 오래한 고학력자가 투자도 잘 할 것이 라는 착각을 한다. 경제학자나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전문 투자자가 많이 아는 만큼 투자에서 성적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위대한 투자자 워런 버핏과 그의 평생 파트너이자 조언자였던 찰리 멍거는 투자에서 아이큐나 높은 학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적다고 말했다. 단지 산수 정도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투자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똑똑한 IQ 보다 필요한 것은 바로 인내심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똑똑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투자기법은 잠깐의 성공을 거두기도 하지만 지속적이지 못하다. 그들이 벌어들인 성공은 일시적일 뿐이고, 단지 운이(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은 운에 관한 내용이다)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연속된 성공은 자만하게 부르고, 자만은 그동안의 모든 성공을 물거품으로 만든다. 

나는 투자를 하면서 여러 번의 조정장과 네 번의 큰 하락장을 경험했다. 처음 두 번 만났던 하락장에서는 많은 것을 잃었고, 세 번째 하락장은 관망을 했고, 네 번째 하락장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이것은 모든 투자자가 겪는 운과 크게 관련되어 있다. 내가 많은 투자자의 성공을 운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그렇다. 나심 나콜라스 탈레브는 <<행운에 속지마라>>에서 경제 변수를 이용해 트레이딩 하는 많은 투자자의 실적은 우연의 일치라고 말한다. 이들의 특징은 일정한 시점에서 성공을 거둔다는 것이다., 대부분 시장의 순환주기에 맞는 투자 방식을 선택했을 뿐이다. 


 운이라는 요소를 인식하고 있는 투자자와 인식하지 못하는 투자자는 종극에 그 차이가 나타나고 만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모여 만들었던 롱텀 캐피탈은 세계에서 가장 큰 펀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성공 법칙이 단지 시기를 잘 만났을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고 결국 파산했다. 수학자이자 펀드매니저인 짐 사이먼스는 그가 만든 수학 모형으로 퀀트 투자 펀드를 만들었다. 그는 1988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수익률 66%라는 믿을 수 없는 성과를 거뒀다. 그런 그조차 똑 같은 방식으로 투자하던 어느 날 단 45분만에 30억 달러를 날렸다. 2007년 8월 1일 일어난 이 사건은 “월스트리트 퀀트 붕괴 시건”이라고 불린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지속성을 가장 우선시한다. 지속성은 시장에 살아있을 때 가능하다. 나는 투자를 하면서 두 번 큰 행운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운 좋게 큰 수익을 거둔 것이고, 두 번째는 마침 그 시기에 운의 요소를 인식했다는 점이다. 내게 이 두가지 행운은 인생을 바꾸고, 투자자의 삶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내가 투자에서 거둔 성공이 운 때문이었다 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계기가 철학을 만났기 때문이다. 나는 철학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철학 내용은 전문가가 보기에 얕은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나는 이 책에서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주거나 조언을 하고 싶지 않다. 단지 내가 투자를 대하는 태도, 철학, 원칙, 기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다. 이 책은 그동안 투자를 해오면서 내가 배웠던 것들, 경험한 것, 그리고 많은 책을 읽으면서 나의 생각을 고쳐가는 과정에서 틈틈이 적어왔던 것들을 정리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나의 투자 철학을 든든하게 지탱하는 다섯 가지 원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될 것이다.

내가 투자할 때 원칙으로 삼는 다섯 가지 철학을 남들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이익이 될 때 그것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좋다고 설파하고 강요한다고 해서 누군가가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을 쓰는 이유를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이 책의 제목을 “투자는 문제해결의 연속이다”로 정한이유는 칼 포퍼의 책인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를 읽고 책을 쓰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책을 쓰기로 한 것 보다, 책으로 남기기로 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동안의 생각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남기기로 결정했다.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의 2장 내용은 육체와 정신의 문제에 대한 고찰이다. 여기서 칼 포퍼는 물리적인 세계를 제1세계, 정신의 세계를 제2세계, 그리고 인간의 정신이 낳은 산물을 제3세계로 정의했다. 1세계와 2세계의 구분은 어렵지 않다. 우리가 아는 물리 세계와 정신의 세계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3세계는 정신세계 즉 2세계에서 파생되는 산물이다. 이를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내가 1세계에 있는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고, 배움을 얻으면 이는 2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생각을 말로 하거나 글로 쓰면 3세계가 된다. 그리고 글로 써서 기록이 된 순간 이것은 물리적인 세계이기 때문에 1세계이기도 하다. 1세계, 2세계, 3세계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1세계인 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2세계에 존재하는 생각이 필요하다. 2세계의 생각을 책이나 글로 쓰면 3세계가 생겨나고, 이는 곧 1세계가 된다. 


 그리고 우리의 정신은 의식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3세계에 존재하는 지식이 근거가 된다. 즉 모든 세계는 서로 영향을 받고, 순환된다. 순환이 된다는 의미는 어느 지점에서 시작해도 말이 된다는 의미다. 2세계의 내 정신은 3세계의 지식에 근거에 기반을 둔다. 3세계의 지식은 1세계의 책에서 얻어냈다. 그리고 그것이 2세계의 정신이 된다. 


 내가 책을 쓰는 이유가 복잡해 보이는 이 이야기와 관련되어 있다. 나의 2세계를 구성하는 나만의 생각을 책으로 남겨 3세계로 만들고 싶다. 책은 곧 1세계가 되고, 나는 내가 만든 1세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다시 2세계, 그리고 3세계에 영향을 주고 싶다. 


 생각을 꼭 글로 남기려는 과정 역시 칼 포퍼의 이론에 따른다. 칼 포퍼는 단순히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글과 말로 남기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내가 그동안 배웠던 투자 철학은 이렇다고 생각만 하는 것과, 실제로 글로 남기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2세계는 오직 나의 세계이고, 나 이외에는 누구도 접근이 불가히다. 즉 비판이나 논박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되기 때문에 반증이 불가하다. 반증이 불가한 이론은 가치가 없다. 하지만 생각을 말이나 글로 옮기는 순간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어쨌든 3세계로 나온 것은 누구에게나 비판이나 논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곧 반증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논박된 이론을 제거해 나간다. 살아남은 이론을 통해 학습한다. 이것이 문제해결의 과정이다. 나의 투자 역시 이러한 문제 해결의 과정을 통해 진보해 나가는 게 목적이다. 그것이 내가 나의 2세계를 3세계로 남기려는 목적이다. 


 ,물론 이 책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의 평가에 의해 나의 투자 방향이나 그것을 글로 남기는 과정에 영향을 받고 싶지 않다. 즉 나는 남들이 보기 좋은 내용을 이 책에 쓰고 싶지 않다. 비록 재미없고, 남들에게 인기가 없을지라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솔직하게 남기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독자를 나 자신으로 생각하고 글을 썼다. 그 탓에 다소 불친절하고 지루한 내용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많은 비난도 감사히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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