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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Apr 15. 2024

1장. 더 나은 삶과 투자를 위한 철학

왜 철학인가


 투자를 직업으로 삼기에 가장 안 좋은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시장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를 직업으로 삼았을 때 안정성이 떨어진다.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예측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고,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이런 점은 투자자를 조급하게 하고, 조급 해진 투자자는 욕심과 두려움에 빠져 감정적 과잉 상태가 된다. 이성적으로 투자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적인 상태에서 투자를 할 경우 성공의 확률은 극도로 낮아진다.


 하지만 투자시장에서 얻어낸 성과를 운으로 인식했을 때 불확실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기대를 하고 산다. 칼 포퍼는 지식의 본질이 기대라고 말했다. 즉 우리가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것들은 사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다.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을 우리는 지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사실 기대에 불과하다. 동쪽에서 해가 뜰 것이라는 기대가 깨졌을 때 우리가 마주하는 충격과 공포는 어떠할까? 해가 동쪽에서 뜨는 이유는 지구의 자전과 공존에 기인한다. 지구는 자전하는 행성이고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지구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지구가 태양 주위를 서쪽으로 돌거나, 자전축의 기울기가 90도가 넘어가서 공전 방향과 반대로 회전한다면 서쪽에서 해가 뜨게 된다.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기대했던 만큼(지식을 확신했던 만큼) 충격에 빠지게 될 것이다.


 타인과의 관계를 망치는 주범도 기대다. 우리는 상대방과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기대를 하고, 기대가 깨졌을 때 실망하고 타인을 미워한다. 그 사람은 그대로 존재했을 뿐인데 우리가 마음대로 기대하고, 실망하고, 미워하는 것이다.


 가끔 투자자들은 불확실한 시장을 마치 다 안다는 듯이 접근하고 기대한다. 시장과는 그 어떤 합의도 하지 않고 자신이 아는 지식을 동원해 시장을 평가한다. 하지만 지식은 기대와 추측에 불과하다. 하지만 운 좋게 시기가 잘 들어맞아 성공하는 투자자들은 과신에 빠진다. 이는 꽤 과학적인 원리로 설명이 가능한데 몇 번의 성공을 거둔 투자자의 뇌에서는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세로토닌은 중추신경계에서 발생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 강박, 불안 등이 나타난다.


 조던 피터슨은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이를 동물의 세계로 비유했다. 우두머리 싸움에서 승리한 개체에는 세로토닌이 분출된다. 세로토닌이 분출된 개체는 자신감이 상승하고 어떤 도전에도 물러서지 않게 된다. 패배한 개체에는 옥토파민이 분출되고 사회적 개체로 변한다. 어려서부터 자신감이 넘치고, 성공을 거둔 사람은 자라서도 당당하게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한 개체는 세로토닌의 분출 덕에 계속해서 이길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에서는 그렇지 않다. 몇 번의 성공을 거둔 투자자는 분출되는 세로토닌 덕분에 자신감이  넘치고 과신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시장은 사회와 다르게 계속된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위험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을 높이는 것과 같다. 결국 과신에 빠진 투자자는 그동안 쌓은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나는 이러한 멍청한 투자 과정을 실제로 겪어봤고, 다시 겪지 않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분명 많은 투자자들이 같은 이유로 실패하고 있음에도 왜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진화생물학과 뇌과학, 그리고 행동 경제학, 심리학 등에서 배울 수 있었다. 인류는 450~500만 년 전에 처음 세상에 등장했다. 현대 자본주의는 불과 3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EBS 다큐 프라임 자본주의>> 1부의 도입부는 다음과 같다.


“인류의 역사 500만 년을 하루 24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자본주의가 출현한 시간은 23:59:56 다. 고작 4초밖에 되지 않는다. “


인류는 500만 년을 생존을 위해서 진화해 왔다. 전 세계 인구 50 퍼센트는 불과 50년 전까지 절대적 빈곤에 빠져 있었다. 즉 우리의 뇌는 자본주의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상태다. 인류의 관점에서 자본주의는 단지 스쳐가는 하나의 사회체제일지 모른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은 생존과 직결될 만큼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우리는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 전혀 적응하지 못한 뇌를 가진 채 시장과 맞서야 한다는 의미다.


 경제학은 이런 내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경제학에서 등장하는 모형은 모두 합리적인 인간을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우리는 전혀 합리적이지 못하다. 어째서 우리가 시장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욕심과 두려움에 빠지고, 유혹에 빠지고, 왜 시기와 질투로 얼룩져질 수밖에 없는지는 투자 자문서나 경제학 서적, 금융 서적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물론 최근 행동경제학의 발달로 많은 내용이 알려지고 있지만, 이것을 투자에 접목하는 투자자는 극히 드물다.


 나는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분야에서(전문가의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못하지만) 해결책을 찾았다. 그리고 그렇게 취합한 자료를 철학에 대입했다. 철학은 고대부터 인간이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고민했다. 초창기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자리 잡기 전에 활동했던 경제학자들은 인간을 중심으로 경제를 바라봤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경제학은 인간에서 멀어지고 수학과 가까워졌다. 경제학의 물리학 선망은 더욱 심해졌고, 경제학과 떨어질 수 없는 투자 업계도 인간과 멀어졌다. 만약 거기에서 답이 있었다면 나는 그들과 똑같이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투자자는 실패한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행운의 속지 마라>>에서 자신이 똑똑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타인과 차별성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처음으로 처음으로 돌아와서 투자에 대한 해답을 철학에서 찾고자 했고, 실제로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철학은 더 나은 삶을 위해서도, 더 나은 투자를 위해서도 내게 도움을 주었다. 이것이 내가 철학을 선택한 이유다.

윌리엄 B. 어빈의 책 <<좋은 삶을 위한 안내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삶의 철학이 없으면 삶을 잘못 살 위험이 있다. 살면서 좋은 경험을 하더라도 결국엔 좋지 않은 삶을 살게 될 위험이 있다.”


여기서 삶을 투자로 바꿔 읽는다면 다음과 같다. “투자에 철학이 없으면 투자를 잘못할 위험이 있고, 투자에서 좋은 경험을 하더라도 결국 좋지 않은 투자를 하게 될 위험이 있다,” 삶과 투자는 닮아 있기에 전혀 어색하지 않은 문장이 완성된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 세네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철학자에게 배우는 사람은 매일 한 가지씩 좋은 것을 배워 와야 한다. 그는 집에 돌아왔을 때나 돌아오는 길에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한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원칙을 세웠다. 원칙의 기반이 된 총 다섯 가지의 철학과 서른 가지의 인간이라서 저지를 수밖에 없는 오류를 이 책에서 이야기할 것이다.


 다섯 가지 원칙에 대해서 먼저 간단하게 소개를 하고 다음장으로 넘어가겠다.


 첫 번째 원칙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음을 알고 있다.”는 소크라테스의 철학과 칼 포퍼의 과학적 사고방식에 대한 내용이다. 자세한 내용은 2장에서 다루겠다.


 두 번째 원칙은 세상을 통제 가능한 것과 통제 불가능 한 것으로 나누고, 통제 가능한 것에만 집중하기다. 스토아학파의 개념이다. 이는 3장에서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다.


 세 번째 원칙이자 4장에서 다룰 내용은 칼 포퍼의 철학인,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되 장기적 낙관론을 유지하고, 냉소적인 태도를 버려라”이다


 네 번째 원칙은 내가 직업으로 투자를 선택한 이유가 담긴 “규모 가변성 이해하기”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5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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