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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버블 2편

대중의 미망과 광기 -찰스 맥케이-

by 폴리래티스


독서조각



"번영의 시기에는 과도한 투기가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어느 한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유사한 프로젝트가 잇달아 생겨난다. 자유로운 통상을 하는 나라에서 어느 한 종류의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 거기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결국 거품이 일어난다."




남해회사 버블


존 로의 화폐이론과 미시시피 회사가 만든 투기와 버블은 단순히 주식시장에 투자한 사람들만 피해를 본 것이 아니라 프랑스의 경제와 금융시스템을 마비시켰다. 화폐와 금융시장 그리고 국채가 모두 연동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금융 재난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프랑스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당시 프랑스에서 일어난 버블은 유럽 전역과 북미까지 영향을 끼쳤다. 주식시장 과열로 갑자기 돈을 번 사람들이 스위스에 집을 사기 시작하자 스위스 부동산이 폭등했다. 사치품인 실크와 귀금속의 물가도 치솟았고, 생활물가도 치솟았다. 끼친 영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럽 전역에 증시열풍이 불어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 등 유럽 국가의 증권거래소에 새로 상장되는 회사들이 줄을 이었고, 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인 프랑스로 유럽의 모든 돈이 흘러 들어갔다. 영국은 프랑스가 영국의 돈을 흡수할까 불안했다. 그때 한 회사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잠시 영국의 상황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1687년 잉글랜드에서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태어난 윌리엄 핍스는 엄청난 양의 보물을 싣고 항해하던 중 침몰한 콘셉시온호를 인양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는 잉글랜드의 왕 찰스2세와 귀족들의 투자를 받아 한 겨울 바닷속을 두 달 가량 뒤져서 콘셉시온호의 보물을 인양하는데 성공했다. 그에게 투자한 투자자는 무려 1만배의 수익을 올리는 쾌거를 올렸다. 이때부터 잉글랜드에서는 아메리카에 대한 환상과 한방을 노리는 투기성 투자가 유행했다.


윌리엄 핍스는 식민지 출신으로 기사 작위를 받아 메사추세츠 식민지 초대 총독의 자리에 오르는 성공을 거뒀다. 여담이지만 그는 콘셉시온호 인양만큼 유명한 일화로 유명한데 마녀사냥 재판으로 유명한 세일럼 마녀 재판 당시 총독으로 있었고, 20여명 이상을 처형했다.


이후 영국은 잉글랜드 은행의 버블은 한차례 더 겪었으며, 프랑스와의 오랜 전쟁과 왕실의 재정악화로 경제적으로 험난한 시기를 보냈다.


1711년 영국의 정치가인 로버트 할리 백작이 남해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왕실이 혹할만한 제안을 했는데 사람들이 영국의 채권을 가져오면 남해회사의 주식으로 바꿔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대신 남아메리카 지역의 무역 독점권을 요구했다. 재정상태가 좋지 않았던 왕실은 이를 즉시 승인했다.


하지만 문제는 남아메리카 무역권은 잉글랜드가 아닌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이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남해회사에는 남아메리카와 무역을 해본 사람도 없었다. 할리 백작과 에스파냐의 왕은 합의를 보았는데, 1년에 단 한 대의 무역선만 보낼 수 있고 그 마저도 25%는 세금으로 내야 했다.


1717년 겨우 한 척의 배가 남아메리카로 향했을 뿐이다. 남아메리카 무역은 잘 되지 않았지만 금융은 수익이 좋았다. 이에 남해회사 임원진은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버블의 서막


정부의 모든 부채를 매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남해회사 주식으로 바꾸는 계획이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그렇다 프랑스의 존 로의 방식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프랑스 주가상승에 위기를 느꼈던 영국 정부를 이를 승인했고, 곧바로 남해회사의 주가는 두배로 뛰었다.


잘되는 회사에는 소문도 많다. 남해회사가 남아메리카의 금광 채굴권을 얻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사실 무역으로는 돈을 벌지 못하는 회사였지만 그런 기대감에 회사 주가는 치솟았다.


증권시장이 활성화되자 이제 다른 회사들도 그럴듯한 사업계획서를 올려두고 상장했다. 그래도 모든 주식이 상승했다.


이런 회사들은 그냥 상장만 하면 돈을 벌었다. 어떤 사람은 돈을 벌 계획이 있는 회사지만 어떤 사업으로 돈을 벌 것인지는 비밀로 하는 회사를 상장했고, 투자금을 챙겨서 바로 도망가는 일도 생겼다. 그래도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남해회사 주식은 하늘을 모르고 치솟았는데, 어느 날부터 사람들이 의심이 시작됐다. 남해회사는 실제로 무역으로 돈을 벌고 있는가?


그런 의심들이 쌓이고 쌓이다 사실 아무런 무역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때부터 버블은 꺼지기 시작했다.


남해회사를 포함한 모든 회사의 주가가 폭락했다. 아이작 뉴턴 역시 남해회사에 투자했다가 큰 돈을 잃은 것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그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남해회사 버블 당시 주식의 가치는 잉글랜드 GDP의 7배가 넘었다. 그야말로 최악의 광기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리고 미시시피 버블과의 차이점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서 만들어진 버블이었다는 점이다.


남해회사의 이사진은 전체 가치의 1/3가량을 부당 취득한 것으로 알려져 대중들의 분노를 샀다. 존 로는 실패했지만 악의는 없었다면, 남해회사 임원들은 존 로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악용했다는 점이 달랐다.




투자조각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방식으로 프랑스와 영국에서 거대한 버블이 탄생했다. 프랑스의 미시시피 버블과 영국의 남해회사 버블은 상당히 닮은 모습이다.


하지만 이 두 버블은 유사한 만큼 다른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큰 차이로 버블이 꺼진 뒤의 영향력이다.




같지만 다른


미시시피 회사 버블은 국가의 화폐와 국채 그리고 주식시장이 연동되어 있었다. 그만큼 폭락한 뒤 영향도 컸다. 주식시장은 당연히 큰 침체를 겪었고, 경제와 금융시스템 자체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반면 남해회사는 주식시장에는 큰 침체를 가져왔으나 영국 금융시스템 자체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물론 남해회사 버블 이후 버블방지법이 생겨 영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 차이는 21세기 미국의 버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엘런 그린스펀이 전 연준 의장이 퇴임 후 한 대학교에서 강연을 할 때의 일이다. 대학생 중 한 명이 그린스펀에게 질문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때 연준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수습하려고 했는데, 왜 2000년 닷컴버블 붕괴때는 연준이 적극적으로 시장을 구하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엘렌 그린스펀은 웃으며 대답했다.


“2008년 금융위기때는 금융시스템 신용 자체가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 닷컴버블 붕괴때는 단순히 주식시장에만 영향이 있었을 뿐이죠.”


2008년 위기를 겪은 후 연준이 보여준 적극적인 시장보호 정책은 새로운 시대를 낳았다. 바로 제로금리 시대다. 각국 중앙은행은 이제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제로 혹은 마이너스로도 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Buy The Dip


그리고 부작용 같지 않은 부작용도 생겼다. 투자자는 시장이 위기에 처하면 연준이 살려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이제 투자자에게는 일종의 관성이 생겼다. 어떤 문제로 주식시장이 폭락하면 연준이 구해줄 것이라고 믿고 매수한다.


이를 “바이 더 딥(Buy The Dip)” 전략이라고 부른다. 모든 연준의장과 재무장관은 자신이 시장의 구세주로 인식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하지만 그들은 늘 시장의 구세주가 됐다.


인간에게는 최근편향과 반복편향이 존재한다. 최근에 일어난 일들이 계속될 거라 믿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계속 반복될 거라 믿는다. 우리가 연준을 믿고 투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언제나 이 관성에서 벗어나 반대로 움직일 때 위기는 발생했다. 평화에 취했을 때 큰 전쟁이 일어나는 법이고, 안락에 취했을 때 고통이 몰려오는 법이다.


엘런 그핀스펀은 연준의 입장을 분명히 말했다. 금융 시스템의 위기가 아니라면 주식시장을 구제할 이유가 없다고 말이다.


투자자로써 관성에 젖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조지소로스의 말처럼 버블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남해회사 버블과 미시시피 버블 중에도 부자가(악용이 아닌) 된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을 잘 이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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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미망과 광기

-찰스 맥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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