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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의 설계자들

분노의 설계자들 -로즈-스톡웰-

by 폴리래티스


독서조각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의 소로시 보수기와 뎁 로이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여섯 배 더 빠르고 더 넓게 퍼진다. 전염성이 강하다는 거짓 정보의 이점에 진짜 정보가 맞서기는 힘들다.”


우리의 분노를 누군가가 조장하고, 그것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서 설계했다면 당신은 이들과 어떤 식으로 맞설 것인가?




설계자들의 서막


초창기 인터넷 업체 중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사업을 만든 것은 구글이었다. 구글은 타깃과 광고를 적절하게 연관시키며 성공을 거두었지만 사람들이 무언가를 검색하기 위해 찾아오지 않는 이상 콘텐츠를 제공할 방법을 몰랐다.


제공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뒤바꾼 것은 페이스북이었다. 이들은 세 가지 영업전략을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와서 이용하고, 정보를 소비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쓴 세 가지 전략은 다음이다.


1. 사회적 지표

2. 알고리즘 피드

3. 원클릭 공유


이 세 가지의 효과는 실로 뛰어났다. 사회적 지표는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먼저 소비할지를 정하는 중요한 지표다. 콘텐츠와 교감할 가능성이 높은 것을 제공하는 것인데, 이런 식의 순위 정렬은 신빙성의 서열을 무너뜨렸다. 개인의 게시물이 뉴욕 타임스의 헤드라인과 동일한 선상에 서게 된다.


알고리즘 피드는 원클릭 공유와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는데, 단순히 내가 어떤 게시물에 페이스북의 좋아요 혹은 트위터의 리트윗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나와 관계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 글이 공유된다는 사실이다.


당연하게도 나와 관계한 사람들이 누른 피드 역시 나에게 공유된다. 그렇게 우리의 알고리즘이 만들어진다.


이는 엄청난 증폭의 효과를 불러일으키는데, 어떤 한 사람이 무언가를 보고 게시물을 작성해서 올렸다고 가정하자. 그 글을 본 10명의 사람이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면, 몇 명에게 이 게시물이 공유될까? 10명이 관계를 맺은 사람이 각 100명씩이라고 가정해도 순식간에 천명에게 공유가 된다. 이 중 100명만 좋아요를 누른다 해도 엄청난 수로 증폭되는 것이다. 이 단순해 보이는 시스템이 세상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긴 세월 억압의 역사를 지닌 인류는 개인이 정보를 선택해서 소비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대개는 이미 선택된 정보를 소비하는데 그쳤다. 심지어 그런 정보조차도 얻지 못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네모난 모양의 작은 물건만 손에 있다면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정보가 주어진다고 해서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선택된 정보만 얻었던 인간은, 이제 자신이 선택한 정보만 얻는다. 이것이 알고리즘이다.




주목필터


우리는 간혹 멀티플레이에 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 거짓이다. 인간의 뇌는 멀티플레이가 불가능하게 설계되어 있다. 만약 당신이 운전하면서 음악을 듣고 있다면 뇌는 운전과 음악을 듣기 위해 아주 빠르게 전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번에 두가지 대화를 동시에 하기 어렵고, 세가지 대화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미하이는 말한다.


인간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에 다량의 정보를 수집해도, 실제로 처리하는 정보의 양은 적다. 뇌의 주목필터는 이런 정보를 거르는 역할을 하는데, 이 주목필터라는 것이 사실 대단히 편협하고, 주관적이며, 사회적이고, 감정적이다.


우리의 뇌는 스마트해지는 것보다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한정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동화처리가 좋다. 뇌의 자동화처리는 복잡한 생각을 꺼린다. 어떤 정보를 얻고, 쉽게 소비하고 다음 정보로 넘어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수집하는 정보를 늘 복잡하게 생각하고, 비교하고, 팩트를 체크하고, 검증하는 것 자체의 에너지 소비량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SNS는 우리의 주목필터를 통과하는 최고의 전문가다. 우리는 그들의 설계에 이미 중독되었는지 모른다.




정보 왜곡


현재의 미디어는 질보다 양, 그리고 팩트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의 소로시 보수기와 뎁 로이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여섯 배 더 빠르고 더 넓게 퍼진다. 전염성이 강하다는 거짓 정보의 이점에 진짜 정보가 맞서기는 힘들다.”


그리고 부정적이고, 자극적이며, 감정적인 제목일수록 더 많은 공유버튼이 눌린다. 주류 언론사는 한때 대중의 여론을 선도했다면, 이제는 대중을 뒤쫓는 신세가 됐다. 처음에 그들은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완벽하게 적응했다. 그들은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가 더 돈이 된다는 사실이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제는 클릭수가 돈을 버는 시대라는 것을 알아버린 주류 언론사는 SNS를 통해 더 많은 분노를 만들어내고 있다.


알고리즘은 세상을 왜곡한다. 인간은 친숙한 것에 더 신뢰를 느끼는 편이고, 반복되는 것을 더 믿는다.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반복적으로 같은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점점 그것들에 스며들어서 전적인 신뢰를 보낸다.


가짜뉴스, 가짜정보, 부정적인 뉴스, 자극적인 헤드라인 앞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만든다. 인간은 세계관 앞에서 무기력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또 그 세계관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계관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세계관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이 문제를 투자자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투자조각




정보 과잉 시대, 투자자의 선택


우리는 하루에 5000년 동안 축적된 데이터만큼의 정보를 생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화 시대는 3차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1970년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이 되었다.


투자자에게 정보란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다. 매수와 매도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정보의 힘은 말할 필요도 없이 막강하다. 그러나 내부자 정보를 제외한 모든 정보는 모든 투자자에게 오픈되어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투자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과 정보 해석의 문제


효율적 시장 가설(EMH)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든 정보가 주가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사실 이 주장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모든 투자자가 같은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아무리 많은 정보가 주어져도 사람들은 같은 정보만 소비한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는 확증 편향을 가지며, 이는 과잉 확신을 낳는다.




알고리즘이 만드는 투자 편향


현대의 정보 시스템은 투자자가 굳이 특정 집단에 속하지 않더라도 편향된 정보를 접하게 만든다. 그 이유는 인터넷과 SNS의 알고리즘 때문이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관심을 끊임없이 추적하고, 관심 있는 주제의 정보를 반복적으로 제공하며, 사용자가 보고 싶은 것만 보도록 만든다.


우리는 뷔페에 온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상 몇 가지 음식만 강제로 먹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투자자들에게 과잉 확신과 확증 편향을 심어주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케인즈의 투자 방식 변화


경제학자로 유명한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한때 주식시장을 미인대회에 비유했다. 그는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 대중이 선호하는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고 생각했다.


그러나 1929년 대공황에서 큰 손실을 본 후, 그의 투자 철학은 완전히 바뀌었다. 대중이 선호하는 주식은 필연적으로 비싸다. 따라서 내재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그는 단기적인 트렌드와 대중의 심리에 휘둘리기보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투자 방식을 바꿨다. 이 변화가 그를 훌륭한 투자자로 만들었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 필터링 능력


정보가 많아지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접하는 정보가 얼마나 정확하며,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단기적인 시각에 치우치지는 않았는지, 감정적이며 자극적인 정보는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군다나 우리의 뇌는 원래부터 이런 판단을 하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다. 의식적으로 조심한다고 해도, 우리는 끊임없이 편향된 정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보의 출처를 추적하라. 내가 이 종목을 관심 종목에 편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정보는 어디서 얻었는가? 이 정보는 신뢰할 만한가?


무작위적 관심 종목 등록을 경계하라 만약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본 종목을 별 생각 없이 관심 종목에 넣어두었다면? 이후 그 종목이 급등하면, 당신의 뇌는 해당 커뮤니티의 정보력이 뛰어나다고 착각한다. 이는 다음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이해(사전지식)의 중요성을 인식하라 우리가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는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전이해)에 의해 해석된다. 만약 잘못된 지식을 기반으로 투자하면, 아무리 많은 정보를 수집해도 잘못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어진 종목에서 선택하지 말고, 스스로 찾아라


대부분의 투자자는 주어진 종목 중에서 투자할 종목을 고른다. 그러나 진정한 투자자는 새로운 관점에서 직접 종목을 검색하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즉,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찾아나서는 능력이 필요하다.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하려면 단순히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정보가 아니라, 스스로 리서치하고 분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결국, 정보 과잉 시대에 가장 중요한 투자자의 자질은

정보를 필터링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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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설계자들


- 로즈-스톡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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