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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을 믿으세요?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 -마이클 모부신-

by 폴리래티스

독서조각


“역사는 발생할 수 있었던 수많은 사건 중 하나가 발생한 것에 불과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운이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미래에는 온갖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리가 경험한 사건이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였다는 사실은 쉽게 망각한다. 그 결과 우리는 과거 사건으로부터 잘못된 교훈을 얻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당신은 뛰어난 운전 실력 덕분에 지금까지 사고가 없었으므로 앞으로도 사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운과 실력, 그 경계


운과 실력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운의 작용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하지만 어떤 일이 필연적이었는지, 운이 작용한 결과인지, 아니면 순전히 실력 때문인지 정확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마이클 모부신은 운과 실력을 구분할 수 있는 흥미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일부러 실패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운의 영향력을 측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어떤 일에서 의도적으로 실패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운보다 실력의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카지노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바카라는 50 대 50 확률을 가진 게임이다. 그럼에도 많은 도박사들은 바카라의 다음 결과를 맞추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쏟아붓는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바카라 게임에서 일부러 질 수 있는가? 대부분의 도박사는 바카라 게임을 하면서 돈을 잃지만, 일부러 지고 싶다고 질 수 없다.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운이 많이 작용하는 게임에서 일부러 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반면 축구는 다르다. 축구선수들은 원한다면 경기에서 일부러 질 수 있다. 축구선수는 좋은 실력을 갖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축구경기의 결과는 실력에 비해 운이라는 요소가 적은 비중으로 작용한다. 사실 축구 시합을 보면 운이라는 요소가 작용할 때도 많다.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는 공이 들어갔더라면, 미세한 차이로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져 골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그때 그 선수가 부상당하지 않았더라면, 대진이 좀 더 좋았더라면… 과 같은 만약의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운의 작용도 결국 선수들의 실력보다 승패의 비중이 적기 때문에 축구는 운보다는 실력이 더 중요하다.




운전과 운의 역할


하지만 운의 요소가 적다고 해서 실력을 과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물론 축구시합과 같은 성적과 관련된 일에서도 그렇겠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일에서는 더 그렇다.


운전은 실력과 운, 그리고 과신에 가장 적절한 예시가 된다. 우리가 운전대를 잡고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가정해 보자. 대부분의 많은 운전자는 실제로 자신의 운전실력을 평균 이상으로 생각한다.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면 대부분 자신의 운전실력 덕이라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운과 실력의 구분에서 일부러 실패할 수 있는가? 부분을 적용하자면 운전도 운보다는 실력의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운전 시에 개입되는 운, 운에는 불운도 포함되는데 이 단 한 번의 불운이 작용했을 때 리스크가 너무 크다.


운전은 운보다 실력이 우선시 되지만, 나의 운전 실력이 뛰어나서 오늘 무사히 도착했다는 사실이 내일도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그중에서 단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다. 단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수많은 사건이 다음에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운전 시에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상황들이 오늘 일어나지 않았다고 내일도 그것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니 운전 시에는 운에 요소를 유념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운전자들은 그런 가능성을 너무 간과하고 있다. 어떤 일에 대한 대가가 죽음이라면 그 일은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확률 평가의 핵심은 기저율과 개별 사례에 대한 비중 할당이다. 예측의 정확도가 낮으면 기저율에 비중을 할당하고, 예측의 정확도가 높다면 개별 사례에 비중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운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므로 최근 사례에 매몰되는 경향이 강하다. 게다가 어떻게든 인과관계를 찾아내려 시도한다.”




확률 평가와 기저율의 중요성


우리가 운과 실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유는 확률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확률 평가의 핵심은 기저율과 예측가능성이다.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에서는 기저율이 중요하다. 예측이 가능한 영역에서는 개별 사례가 더 큰 비중을 갖는다.


여기서 한 가지 확인해야 할 점은 표본이다. 드 므아브르는 표준편차는 표본 크기에 반비례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기저율을 확인할 때 표본의 크기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의사가 신약의 치료율이 70% 가까이 된다고 말한다면 이는 기저율이 70%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만약 신약을 투약받은 사람이 단 10명이고 그중 7명이 완치됐다면 이는 대단히 솔깃한 이야기지만 기저율만으로는 확률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또 다른 예시로 예측이 가능한가? 이 부분이 중요하다. 로또 1등은 예측이 가능한가? 만약 어떤 편의점에서 5번이나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이번 주에 그 편의점에서 1등이 나올 확률은 어떻게 되겠는가?


로또는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이기에 기저율을 살펴야 한다. 로또 1등 당첨의 확률은 0.0000122%다. 로또가 2월 24일 기준으로 1,160회 차 진행되어서 5번 1등 당첨자가 나왔다면 확률은 0.43%다. 0.0000122%보다는 높겠지만 0.43%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확률이다. 게다가 1등 당첨 확률에 비해 표본이 너무 적다.


예측이 불가능해서 운이 많이 작용하는 영역의 특징은 평균회귀다. 즉 많은 당첨자가 나온 판매처일수록 평균회귀하기에 당첨자가 나올 가능성은 더 적어지는 것이다. 물론 당첨자가 많이 나오면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고, 이는 미세하게 당첨확률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당첨되는 확률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기에 어떤 의미도 부여할 수 없다.


로또에 당첨되는 것은 행운이지만 당첨되지 않은 것은 불운이 아니다.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운의 요소를 지각하지 못하는 이유는 모든 결과에 원인을 찾기 때문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한 가지의 일이 일어난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한 원인이 존재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본능적으로 주변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설명한다. 이것은 우리가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사실과, 모든 일에 인과관계를 만들려는 본능을 설명해 준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에 일어난 모든 일을 필연적인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운의 요소를 알아챌 수 있다면, 행운이 찾아왔을 때는 앞으로 불운이 찾아올 것에 대비를 하면 될 것이고, 만약 불운이 찾아왔어도 과정이 옳았다면 꾸준하게 그 길을 걷다 보면 행운이 찾아올 것이다.


"운이란 기회가 준비된 사람을 만날 때 생기는 것이다."

-세네카-





투자조각


우리의 투자는 불운을 포함한 운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한가? 우리의 투자결과에는 얼마나 많은 운이 포함되어 있을까? 우리는 운이라는 요소를 인지하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운을 무시한 대가를 어떻게 치를까?


일단 앞서 운과 실력을 구분하는 조건으로 투자에서 운의 비중을 확인해 보자.




투자에서 운의 비중을 확인하는 방법


1. 일부러 실패할 수 있는가?

투자자의 행동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으니 여기서는 주가를 예측할 수 있는지 여부로 성공과 실패를 구분하겠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주식에서 실패하기 위해서는 떨어지는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떨어지는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이미 훌륭한 공매도 투자자이지 않을까?


멍청한 행동으로 투자를 망칠 수는 있지만 일부러 떨어지는 종목을 골라내서 틀리는 것은 영 어려운 일이다. 투자는 일부러 실패하기가 어려운 영역이다.


2. 기저율 vs 개별사례

예측이 가능한 영역이라면 확률계산을 위해 개별사례가 기저율보다 더 중요 해진다. 개별사례는 내 친구, 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투자를 통해 돈을 벌었다면 나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주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기저율은 어떤가? 투자자에게 유리한가?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를 막론하고 대다수의 투자자는 시장수익률을 하회한다. 물론 소수의 투자자와 또 간혈적으로 시장수익률을 한참 상회하고 수익을 거두는 투자자도 존재한다.


여기에서 운의 또 다른 특성인 평균회귀가 등장한다. 운으로 큰 수익을 거뒀다면 평균회귀법칙에 따라 수익률이 낮아진다.


3. 내러티브와 인과관계

투자자는 내러티브에 약한 존재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특성상 내러티브가 포함된 주식에 더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주식은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지키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주식은 비싸다.


비싼 주식에는 자연스럽게 원인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오르는 주식에는 염려보다 환호가 우선이고, 악재보다 호재가 더 크게 부각된다. 호재는 호재를 부르고, 상승세의 주가는 상승세를 부른다. 주가에도 평균회귀 법칙이 예외 없이 나타난다. 상승세 뒤에는 하락세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찬사와 조롱의 차이


만약 누군가 상승장에서 큰 레버리지를 사용해 큰돈을 벌었다고 생각해 보자. 벤저민 그레이엄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대단히 기민한 의사결정을 한 걸까? 아니면 단순히 운이 좋았을 뿐일까? 사람들은 그를 어떻게 평가할까?


그럼 만약 또 다른 사람이 하락세에 접어든 주식 시장에서 큰 레버리지를 사용했다가 크게 실패했다면, 그의 대한 평가는 어떨까?


위 예시에 나온 두 사람의 투자과정은 똑같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큰돈을 벌고 누군가는 큰돈을 잃었다. 누군가는 찬양을 받고, 누군가는 조롱을 받게 된다. 어떤 차이일까?


상승장과 하락장의 차이? 반대로 적용해도 똑같다. 상승장에서 큰 레버리지를 사용했다가 크게 잃을 가능성도 존재하고, 하락장에서 큰 레버리지를 사용해서 반등한 주식 덕에 큰돈을 벌 수도 있다.


애초에 미래주가는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이지 않는가?


그럼 성공한 사람이 또 같은 방법으로 투자했을 때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까? 반대로 실패한 사람이 또 같은 방법으로 투자하면 무조건 실패하게 되는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는 투자와 관련해 가장 알고 싶은 것으로 “결과가 성공적일 때 행운의 정확한 역할”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이 행운의 역할을 모르기 때문에 엉뚱한 곳에서 성공의 원인을 찾는다.


모든 성공이 실력 덕분도 아니고 모든 실패가 무지 때문도 아니다. 성공과 실패는 형편없는 스승이다. 똑똑한 사람들을 꾀어내어 자신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고 믿게 하든가, 자신이 끔찍한 의사결정을 내린 탓이라고 믿게 만들기 때문이다.


성공팔이


투자자는 성공한 투자자로부터 배우고 따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을 따라 한다고 해서 우리도 성공할 수 있을까? 그들의 행동이 성공 방정식이 맞을까?


만약 단순히 운에 의해서 성공한 것이라면 그들을 따라 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투자 대가는 오랜 세월을 이겨왔으니 인정해도, 한 사이클의 상승장에서 큰돈을 번 사람들의 행동은 따라 할 가치가 있는가?


기업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업에 성공하며 탄탄대로를 걷는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위기가 찾아오면 파산하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많은 돈을 벌었다고 자부하지만 하락장이 오면 그 많던 성공한 투자자들이 사라진다. 그런데 이들의 성공방식을 따라 해도 되는 것일까?


원칙고수


운과 실력을 구분할 줄 모른다면 우리는 제대로 된 스승조차 찾지 못할 것이다. 오랜 세월 괜찮은 수익을 거두는 투자자는 자신의 성공을 운이었다고 말한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성공 비결을 운이라 말하는 것은 실제로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은 세계에서 가장 큰돈을 번 투자자이지만 매년 수익을 거두지 못한다. 그는 1974년 한 해에 -48%라는 손실을 보기도 했고, 1990년 1999년 2008년 각각 -20%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그는 투자시장이 실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최고의 투자자로 계속 남아있는 이유는 옳다고 생각한 자신의 방법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운에 대해 평온한 마음 자세를 유지하는 편이 좋다. 행운을 만났다면 다음에 만나게 될 불운에 대비해야 하고, 불운을 만났다 해도 우리가 선택한 방법이 옳았다면 결과가 안 좋아도 똑같은 방법으로 계속 유지해야 한다."


운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태도보다, 운의 요소를 인정하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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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

-마이클 모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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