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마이클 셔머-
만일 여러분이 회의에만 머문다면, 여러분은 어떤 새로운 생각도 보듬지 못하게 됩니다.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비상식이 지배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괴팍한 노인네가 될 것입니다. 반대로 귀가 가볍다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마음을 열면, 그리고 회의적인 감각을 터럭만큼도 갖추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가치 있는 생각과 가치 없는 생각을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모든 생각들이 타당하다면 여러분은 길을 잃고 말 것입니다. 결국 어떤 생각도 타당성을 갖지 못할 것이겠기에 말입니다.
-칼 세이건-
인간이 다른 동물에 못 미치는 육체적인 한계를 딛고 지구의 지배자로 군림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이성이다. 인간이 가진 이성은 생존을 위한 최고의 무기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앎을 추구한다. 지식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것이다.
인간은 여전히 자연으로부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가뭄, 홍수, 태풍, 지진, 화산과 같이 직접적으로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자연재해나, 기후위기나 흉작과 같은 서서히 목을 옥죄는 자연상태 변화에도 취약한 존재다.
그럼에도 인간이 자연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이성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지식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은 우리를 비합리성으로부터 보호하는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비합리성으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인간의 이성은 지식을 축적하고, 비합리성으로부터 저항해야 하지만,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정보가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현시대에는 이성이 좀처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정된 정보가 주어졌을 때는 주어진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최우선 과제였다. 하지만 현시대의 정보는 무엇을 받아들일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 정보의 생산자는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는 것처럼 돋보여야 소비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보가 한정적일 때는 보다 나은 양질의 정보가 선택되지만, 지금처럼 모든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울 땐 돋보이는 정보가 선택되기 용이하다.
유튜브에서 어떤 영상을 볼지 선택할 때 영상의 내용보다 표지와 같은 섬네일을 보고 선택하는 것과 같다. 정보도 소비되기 위해서 겉모습을 꾸미기 바쁘다.
이성은 이런 겉모습만 꾸며진 허술하고 거짓인 정보를 거르는데 용이하다. 하지만 이성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시대다.
그래서 회의주의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진실인지 검증하고자 하는 마음, 정보를 무작정 믿지 않고 충분한 증거가 수반됐을 때 믿는 것이 회의주의적 사고다.
회의주의적 사고가 선행됐을 때 비판적 태도를 가질 수 있다. 정보를 처음 마주했을 때 회의적으로 사고하고, 비판적인 태도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 정보에 문제가 있어. 검증을 해봐야 해. (회의적 사고)
이 정보의 문제는 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어, 혹은 이 정보를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어(비판적 태도)
칼 포퍼는 과학적 사고를 비판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셔머가 말하는 과학적 태도는 다음과 같다.
* 나는 과학을 이렇게 정의한다. 과거나 현재에 관찰되거나 추론된 현상을 기술하고 해석하기 위해 고안되었고, 반박과 확증에 모두 열려 있는 시험 가능한 지식 체계를 구축할 목적을 가진 방법들의 집합이다.”
칼 포퍼나 마이클 셔머가 말하는 과학적 사고는 열린 마음이다. 정보를 회의적이고 비판적으로 대하려면 자신의 의견도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로 봐야 한다. 과학적 방법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객관성이다. 객관성이 우리를 비합리성으로부터 벗어나 합리주의로 인도한다. 합리주의는 논리와 증거를 기초로 결론을 내린다. 또한 과학은 우리를 독단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드는 만들어준다.
*과학적 사고 원리는 자기 생각이 반박될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것.
-리처드 파인만-
과학적 사고를 말할 때 대표적으로 소개되는 다윈의 균형점을 소개하겠다.
1. 다윈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권위에 도전하기도 했다.
2. 다윈은 부정적인 증거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3. 다윈은 다른 사람들의 연구를 풍부하게 이용했다.
다윈은 정보를 대할 때 회의주의적인 사고로 접근해서 검증했고, 비판적인 태도로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그는 열린 마음을 우선시했기에 다른 학자들의 연구와 의견을 존중했고 활용했다. 게다가 그는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도 세심하게 살펴봤기에, 그의 책에는 이미 많은 비판론자의 의견을 반박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기존의 것에 저항하면서 그것을 존중했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다른 사람의 연구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심지어 그것이 부정적인 의견임에도 말이다. 그래서 다윈은 스스로의 독단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만일 여러분이 회의에만 머문다면, 여러분은 어떤 새로운 생각도 보듬지 못하게 됩니다.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비상식이 지배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괴팍한 노인네가 될 것입니다. 반대로 귀가 가볍다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마음을 열면, 그리고 회의적인 감각을 터럭만큼도 갖추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가치 있는 생각과 가치 없는 생각을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모든 생각들이 타당하다면 여러분은 길을 잃고 말 것입니다. 결국 어떤 생각도 타당성을 갖지 못할 것이겠기에 말입니다.”
칼 세이건의 말처럼 회의주의가 전혀 없다면 현시대에 쏟아지는 정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겉모습만 치장된 얕거나, 거짓된 정보에 놀아날 것이다. 반대로 회의주의가 지나치면 냉소적인 태도로 발전한다.
냉소에 빠진 사람은 인간과 사회에 매사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어떤 변화에 대한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칼 포퍼는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되 장기적 낙관론을 유지하고 냉소적인 태도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투자자에게 정보가 주는 의미는 사실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자가 매수와 매도를 결정하는 요인 중에서 정보가 주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가치투자자, 성장투자자, 트레이더, 채권, 외환, 선물, 옵션 등등 모든 성향의 투자자, 모든 산업의 투자자, 모든 종류의 투자자 역시 정보에 의지해서 투자한다.
과거 투자자는 정보가 모든 수익률을 좌우했다. 주식중개인은 단순히 주식을 중개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정보를 전달하고 소비하게 만드는 역할이었다. 이때 투자자는 직접 투자하기 어려웠기에 어떤 주식 중개인을 만나는지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었다. 그래서 중개인이 가진 정보가 수익률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판단 지표였다.
이후에는 펀드매니저가 이 역할을 이어받았고, 현재는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투자자가 직접 투자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짐에 따라 직접 정보를 소비하고 투자결정을 내린다.
제도권 금융기관의 역할은 투자환경을 제공해 주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로 바뀌었다. 한때는 고객이 돈을 맡기면 투자를 통해 수익과 수수료를 받았다면, 이제는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 환경을 구축하고, 정보를 제공해 투자를 장려하고 이를 통해 수수료를 번다.
그럼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어떤 쪽으로 발전하게 되는가? 이들은 투자자의 수익 여부와 관계없이 수수료로 돈을 벌기에 거래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제도권 금융기관뿐 아니다. 주식이라는 산업과 관련된 많은 정보제공 업체는 정보를 만들 때 질보다는 소비에 용이하게끔 가공해서 투자자에게 제공한다. 그래야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이성이 중요하듯 투자자에게도 이성이 매우 중요하다. 겉포장이 화려한 정보의 세계에서 양질의 정보를 딱 집어서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질 나쁜 정보를 받아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정보들을 빠르게 거르고, 그중에서도 알짜배기 정보만을 찾아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앞서 말했지만 정보를 걸러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회의적인 사고다.
투자자가 정보를 다룰 때 나타나는 두 가지 문제는 지나치게 회의적이어서 혁신적인 생각들까지 지나쳐 버리는 것과 지나치게 열린 마음이어서 엉터리 사기꾼들까지 받아들이는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회의와 냉소를 분명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정보를 접했을 때 믿을만한 충분한 증거를 찾아내는 것이 회의적인 사고, 무조건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이 냉소적인 태도다.
냉소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은 투자시장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애초에 성공자체가 불가능하다. 투자자라면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는 가져도 장기적 낙관을 버려서는 안 된다. 장기적 낙관은 투자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대전제기 때문이다. 냉소적인 사람은 신용으로 이루어진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해할 수 없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투자를 통해 돈을 번다는 것은 양립할 수 없다.
지나치게 회의적이라 냉소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만큼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회의적인 투자자는 정보를 접하면 먼저 검증의 단계를 거친다. 이때 대부분의 정보는 검증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투자자가 얻는 정보란 무엇인가? 정보라는 것이 증권사의 리포트나 뉴스, 기사, 기업의 실적 발표, 공시 등등이 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얻는 정보는 비전문가, 즉 유투버나 커뮤니티의 게시글, 혹은 단체톡 방에서 얻은 정보들일 가능성이 크다.
사실 나는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주는 모든 정보에서 어떤 것을 더 신뢰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점이 없다. 왜냐면 그 어떤 것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권위편향에 약하다. 우리 문화에서는 권위, 특히 지적 능력이 높다고 생각되는 권위에 대단히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해당분야에서 쌓은 많은 식견 때문에 그들이 옳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전문가가 더 옳은 것은 아니다. 특히 투자에서는 더욱 그렇다.
몇 번의 성공이 지속적인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는 투자시장에서 누군가를 지지하고, 그의 말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낸다는 것부터 잘못된 것이다. 워런 버핏의 행동과 말일지라도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나마 전문가는 좀 낫다. 그들은 의견을 낼 때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어쨌든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근거가 있는 정보는 검증하기가 용이하다.
하지만 비전문가, 즉 커뮤니티나 단체 채팅, 혹은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는 정보에는 근거보다는 비약적인 가설만이 존재할 뿐이다. 심지어 이런 가설조차 없는 주장이 난무한다. 이런 아님 말고 식의 정보를 믿는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정보도 한번 눈에 들어오면 어떤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다.
그냥 지나칠 게시글에서 A라는 회사는 실적에 비해 주가가 너무 거품이야.라는 글을 봤다고 해보자.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너무 많기에 모두 검증하기 어렵기에 그냥 지나친다. 하지만 어떤 중요한 판단을 앞두고 그 글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A라는 회사의 실적도 주가도 모르지만 어느 날 A 회사의 주가가 오르는 것을 봤다면 무심코 이를 실적에 비해 과하게 오른 주식이라고 여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정말 많은 개인 투자자가 정보를 이런 커뮤니티나 유튜브, 단체 채팅방에서 얻는다. 집단의 의견은 증폭되는 성향을 가졌기에, 누가 시작했을지도 모르는 선동이 어느새 진실이 되고, 의심 없이 너도나도 투자를 한다.
좋을 때는 다 좋다. 주가가 오르는 상승시기에는 이런 주식들도 다 돈을 벌어준다. 물이 빠지고 나서야 발가벗고 수영하는 사람을 알 수 있다는 워런 버핏의 말처럼 회의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선택은 물이 빠지면 알 수 있다.
물론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가졌다고 해서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고, 정확한 분석과 해석을 해냈다고 한들 그것이 곧 투자 수익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다만 이런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실패를 통해 성장할 수 있고, 얻어가는 경험치가 누적되어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는데 필요한 양분이 될 수 있다.
무분별하게 얻은 정보로 인한 성공보다, 회의적이고 비판적으로 얻은 정보에서의 실패가 장기적으로 더 값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상한 것을 믿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그런 사람이 더 많다. 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믿는 이유는 많다. 그것을 최대한 지양하기 위해서는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 낙관론을 꼭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마이클 셔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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