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혁명의 구조 -토마스 쿤-
"원칙적으로 새로운 이론이 전개되는 데에는 오로지 세 가지 종류의 현상만이 있을 뿐이다. 첫 번째 것은 기존 패러다임에 의해서 이미 잘 설명된 현상들로 이루어지며, 이것들이 이론 구축에 대한 동기라든가 새 출발점을 제공하는 일은 거의 없다… 중략…
두 번째 부류의 현상은 기존 패러다임에 의해서 그 성격이 드러나지만, 그 상세한 내용은 이론의 보다 진전된 명료화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는 현상이다. 이것들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많은 시간을 쏟는 현상들이지만, 그런 연구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안을 겨냥하기보다는 기존 패러다임의 명료화에 목표를 둔다.
명료화를 위한 이 시도들이 실패하는 경우에 한해서 과학자들은 세 번째 형태의 현상과 마주친다. 이것들이 인식된 변칙현상들로서, 그 두드러진 특징은 기존 패러다임에 동화되기를 강경히 거부하는 것이다. 이 세 번째 형태의 현상만이 새로운 이론들을 만든다. 패러다임은 변칙현상을 제외한 모든 현상에 대해서 과학자의 시야의 범위 속에서 이론에 의존하는 적절한 자리를 제공한다."
과학의 진보를 설명하는 두 가지 이론이 존재한다. 첫 번째 이론은 내재주의, 즉 과학의 발전과 지식 형성이 과학 내부의 논리적, 방법론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과학적 이론의 발전은 외부의 영향 없이 과학 내에서 이뤄지며,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논리, 실험적 증거, 그리고 문제해결을 통해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과학은 외부 사회 문화적인 요인과는 독립적으로 발전하며, 오로지 객관적인 논리와 경험적 증거를 기반으로 평가된다. 이를 주장한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 칼 포퍼가 있다. 그는 반증주의를 통해서 과학이론은 끊임없이 반박되면서 문제해결을 거쳐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외재주의다. 외재주의는 과학 발전이 과학 내부의 논리적 요소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요인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즉 과학은 독립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관 내에서 발전한다고 본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내재주의는 과학자들이 실험과 증거를 통해서 끊임없이 서로의 이론을 반박하면서 보완되고 이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발전된다고 보는 것이고, 외재주의는 과학 발전이 과학자들의 실험과 연구, 그리고 반증에 의해서 발전되는 것보다 외부적 요인, 그러니까 정치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현상, 혹은 경제적인 후원 등에 의해서 패러다임이 전환되어 발전한다는 주장이다.
토마스 쿤의 주장을 살펴보면 이렇다.
1. 정상과학 – 기존 패러다임, 즉 과학의 세계관 내에서 과학자들은 실험과 연구를 통해 점진적으로 과학 발전에 기여한다. 토마스 쿤은 이를 퍼즐 맞추기라고 비유했다.
"패러다임은 과학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한다."
2. 위기 –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하고 과학자들은 혼란이 생긴다.
3. 과학 혁명 –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겨나고, 기존의 패러다임이 붕괴되면서 과학의 세계관이 변경된다.
"새로운 과학 이론은 단순히 기존 이론의 확장이 아니라, 기존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명을 의미한다."
즉 토마스 쿤은 과학의 발전은 칼 포퍼가 말한 것처럼 과학이론이 반박되고, 수정되면서 점진적으로 누적되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즉 혁명적 전환을 통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토마스 쿤의 주장을 뒷받침할 사례는 충분히 많다.
1.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이 기존의 패러다임이었지만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이론은 행성 운동을 설명할 수 없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점점 복잡한 모델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 즉 지구와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고 주장하자 한계에 봉착했던 문제들이 해결됐다.
2. 뉴턴 역학에서 상대성 이론으로 –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개념이라고 주장한 뉴턴 역학은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실험 결과와 수성의 궤도 이상 현상을 설명하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은 특수 상대성이론과 일반 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뉴턴이 만든 기존 패러다임에 도전했고, 에딩턴의 관측에 의해 사실로 확인되며 뉴턴의 시대에 막을 내렸다.
3.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에서 다윈의 진화론으로 - 라마르크는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면서 후천적으로 생겨난 변화가 후대에 전달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는 멘델의 법칙을 설명할 수 없었고,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이 등장했다. 유전적 변이가 일어난 개체가 생존에 더 유리했고, 이 개체의 유전자가 더 많이 전해지면서 누적되는 진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후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DNA 연구로 발전했다.
토마스 쿤이 말하는 과학발전은 기존의 패러다임에 도전하고 이를 극복해서 패러다임의 전전환 나타났을 때 가능하다.
내재주의를 주장한 칼 포퍼는 나의 투자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그의 문제해결 과정과 반증주의, 비판적인 태도와 그럼에도 장기적인 낙관론을 갖는 것이 나의 투자철학의 뼈대를 형성한다.
https://brunch.co.kr/@2fab0ada6d0c424/22
위 내용은 시즌1 6화 칼 포퍼의 대한 내용 참고.
또한 나는 외재주의를 주장한 토마스 쿤의 주장에서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았다. 위대한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칼 포퍼의 제자로써 그에게 엄청난 영향을 받았고, 그의 철학을 바탕으로 투자해서 큰돈을 벌었다.
하지만 조지소로스의 대표적 투자철학인 재귀 이론을 보면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토마스 쿤이 주장한 패러다임의 전환과 외재주의가 진하게 느껴진다.
조지 소로스는 재귀이론에서 주가의 버블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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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이 진행되는 과정 역시 현실과 인간의 피드백에 의해서다.
1. 어떤 자산에 좋은 소식이 들린다. 사람들이 투자를 시작한다.
2. 투자 금액이 오르면서 자산의 가격이 올라간다.
3. 가격이 오르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산을 매수한다.
4. 투자금이 커지면서 규모가 커지고 기업입장에서 자금을 융통하기 용이 해진다.
5. 자산의 가치가 계속해서 올라가자 사람들은 자산가치에 검증을 시작한다.
6. 이때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자산은 버블이 빠지면서 자산가치가 급락한다.
7. 또 다른 경우가 있다.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되어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투자금이 모여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자 회사의 실적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되는 경우가 생긴다. (실적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산량 확대, 신제품 출시, 사업영역 확장 등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8.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친 자산은 이제 버블에서 하이퍼버블 진화한다.
9. 하이퍼버블은 더 많은 사람들은 끌어들인다.
4번부터 토마스 쿤이 주장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작된다. 물론 당연하게도 모든 주가버블이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오지는 못한다. 일단 혁신적인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설명하거나, 만들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이 중요하다.
2000년 닷컴 버블을 보면 WWW의 등장이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전부터 인터넷은 존재했다. 인터넷은 처음 1969년 미국 국방부에서 군사목적으로 개발됐다. 이후 기술을 보완하며 발전하고 있었고 1989년 팀 버너스 리에 의해서 WWW가 만들어지고 인터넷의 대중화가 시작됐다.
인터넷은 당시에도 혁명이라고 불렸다. 투자금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기업에 몰렸고, 이는 더 많은 기술발전 투자를 불러왔다. 이때 분명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들이 많았다. 2000년 닷컴 버블이 무너지고, 파산한 기업 중에서 5년만 더 늦게 창업했다면 절대 파산하지 않았을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들도 많았다.
문제는 4번에서 5번을 넘어가는 시점이다. 좋은 기술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투자금 유치도 용이해졌다. 하지만 투자자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투자금을 회수가 목적이다. 좋은 기술이라고 반드시 상업화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인터넷이라는 혁신적인 문물 위에 자신들의 기술을 더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 기술로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지 몰랐다.
검색기반 서비스를 제공했던 구글도 마찬가지였다. 운 좋게도 닷컴 버블의 몰락에서 살아남아 거대한 기업이 될 수 있었지만, 사라져 간 수많은 기업 중 하나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은 검색기반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어떻게 하면 이를 상업화해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더 큰돈을 벌지 몰랐다.
결국 수많은 기업이 검증절차에서 탈락했고, 거대했던 버블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하지만 여기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다들 알다시피 현재까지도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기업들로 남아있다. 이들은 검증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토마스 쿤과 조지 소로스의 이론을 접목하면 백배 오르는 주식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제부터 그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A라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전기 에네지를 무한으로 저장할 수 있는 물질을 발견했다. 그들은 이 물질을 가공해 거대한 에너지저장센터를 만들었다. 이 기술은 가히 혁신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에너지를 무한으로 저장할 수 있는 물질을 채굴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과정이다. 어려운 과정이라는 것은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에너지저장센터를 만드는데 큰돈이 들어갔다.
혁신적인 기술이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면 성공하기 어려웠다. 이들은 회사를 상장해서 부족한 자금을 끌어올 계획이다. 다행히 주식시장에서는 이 혁신적인 기술을 열렬히 환영했다. 그렇게 주가는 끝없이 올랐다.
하지만 이들이 사는 세상은 전기를 생산하고 사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세상이다. 너무 많은 전기가 생산되는 세상이기에 전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누구도 하지 못했다.
주가가 정점에 다다르자 사람들은 생각했다. 저장센터 하나를 만드는데 엄청난 자금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가뜩이나 생산되는 만큼 다 쓰지 못해서 남아도는 전기를 누가 큰돈을 들여서 저장하지?
이미 주가는 모든 것을 반영해 높은 상태다. 여기서 더 상승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이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유치한 투자 금액으로 상업화에 성공해 대량생산으로 생산단가를 낮추는 데 성공한 기업이다. 이 기업은 혁신적인 기술을 상업화에 성공함으로써 검증의 단계를 무사히 통과한다.
검증에 통과한 기업은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기술이 있었다고 해도 제때 투자를 받지 못했다면 상업화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고, 투자를 받았어도 기술을 더 발전시키거나 매출을 늘리지 못했다면 상업화에 실패했을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기술을 가졌지만 상업화에 실패해 더 이상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고, 주가마저 폭락하는 경우다.
친숙한 빅테크 기업들이 첫 번째 유형에 속한다. 가장 최근에는 테슬라가 첫 번째 유형으로 성공했다. 조금 아픈 이야기지만 현재 진행형에 속한 기업들 이야기를 해보겠다.
AI는 분명 우리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만한 기술이다. AI의 성장성과 기술력에는 어떠한 의심도 하지 않는다.
교통의 발달은 우리의 다리를 자유롭게 했고, 공장자동화는 우리의 손을 자유롭게 했다. AI는 분명 우리의 머리를 자유롭게 해 줄 것이다. 물론 부작용도 뒤따르겠지만 기술의 성장성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AI도 많은 국가에서 꽤 이른 시기부터 AI에 투자를 진행했다.
1950년대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주인공인 엘런 튜링은 일명 “튜링 테스트”라는 개념으로 AI의 서막을 알렸다. 1997년 딥 블루는 알파고 이전에 사람을 이긴 AI로 기록된다. 딥 블루는 당시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둬 AI의 등장을 알렸다.
2006년 딥 러닝이라는 개념이 나오고,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을 상대로 바둑에서 승리를 거두며 AI의 놀라운 발전속도를 보여줬다.
그리고 2020년 GPT가 공개되고 2022년 ChatGPT 등장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됐다. ChatGPT 등장은 그야말로 AI의 혁명다운 등장이었다. 토마스 쿤의 말처럼 AI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니지만, ChatGPT 등장으로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제 어떤 기업도, 어떤 국가도 AI 기술을 무시할 수 없었다. 기존에도 AI 개발을 하고 있었지만 더 막대한 자금이 연구개발비로 투입됐다. 사회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AI는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어서 AI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상업화는 다른 문제였다. 대중은 AI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고, 흔하게 AI를 사용하지만 엄청난 자금을 들여서 개발하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AI를 이용하는 사람은 적었다.
양자역학으로 예시를 들자면
“양자역학이 과학자들 각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의 문제는 그가 무슨 과목을 택했는가, 어떤 책들을 읽었는가, 어떤 문헌을 공부하는가에 따라서 결정된다. 따라서 양자역학 법칙 하나의 변화는 이들 그룹 모두에게 혁명적이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양자역학의 이런저런 패러다임의 응용에만 영향을 미치는 변화는 전문화된 특정 세부 분야의 구성원들에게만 혁명적인 것이 된다. 나머지 전문 분야들 그리고 여타의 물리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변화는 전혀 혁명일 필요가 없다. 단적으로 표현해서, 양자역학(또는 뉴턴 역학 또는 전자기 이론)은 다수의 과학 그룹에게 하나의 패러다임이기는 하지만, 그들 모두에게 동일한 패러다임은 아니다.”
이런 상황이 오게 된 것이다. 한 분야에서 혁명적인 기술이 다른 분야에서는 전혀 혁명적이지 않게 된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애플이 아이폰에 AI기술을 넣는다고 말한다. 애플은 엄청난 자금을 AI 연구개발에 쏟아붓는다. 대중은 AI가 장착된 아이폰을 원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대중은 애플이 엄청난 자금을 들여서 기술 개발하는 AI를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할까? 사실 일반적인 대다수의 사람들은 AI를 이용해서 많은 일을 하지 않는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편의를 위해서 사용하는 부분이 더 크다는 의미다.
이때 딥시크라는 것이 등장한다. 미국이 엄청난 자금을 AI에 투자하는데 그에 비해 엄청나게 절약된 금액만을 투자해서 개발한 AI가 딥시크다. 물론 딥시크의 문제는 많다. 알려진 비용보다 더 높은 비용이 든다는 점과, ChatGPT를 모방한 점, 개인정보 유출, 성능저하 등등 문제가 많다.
하지만 만약 내가 애플의 대표였다면 딥시크 사태를 보고 한 가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딥시크를 애플에 탑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적은 금액으로 AI를 개발하고 운용할 수 있다면 당장 상업화해야 되는 AI의 기술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당연히 연구개발은 계속 지원하겠지만, 당장 상업화를 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AI 개발 경쟁에 고통받고 있었다. 시대에 뒤떨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기업이기에 투자를 멈출 수는 없지만, 당장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기가 대단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안 하면 뒤쳐지고, 하면 손해 보는 장사라는 이야기다.
닷컴 버블에서도 말했듯이 5년만 지나고 나왔으면 성공할 기술을 가진 기업이지만, 시대가 그렇지 못해 휩쓸리듯이 파산한 것처럼, AI라는 훌륭한 기술을 당장 써먹어서 자금을 회수하기가 녹록지 않다.
그래서 딥시크가 세상에 주는 메시지가 파격적이었던 것이다. 이제 AI와 관련된 회사들은 검증을 받을 차례다. 훌륭한 기술을 토대로 어떻게 상업화할지 말이다. 엔비디아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가진 기술은 훌륭하다. 하지만 그들이 납품하는 회사가 그 기술을 제대로 상업화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1969년 8월 달에 착륙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에 가지 못한다. 달에 갈 수 있는 기술력은 있지만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금 지원이 줄어서 기술은 퇴보했다.
AI도 세상을 바꿀 혁명이지만 사용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전문가들 전용으로 사용된다면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훌륭한 기술을 가진 회사가 투자를 받지 못할 때 투자한다면 100 버거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만 가진 회사의 초창기 투자자는 대부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소수만 그 빛을 본다.
훌륭한 기술을 가진 회사가 투자를 받을 때 투자해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높은 주가에 투자했는데 상업화에 실패한다면 쓰디쓴 실패를 맛볼 수 있다. 소수만이 성공한다.
훌륭한 기술을 가진 회사가 투자금으로 상업화에 성공한다면 이때 투자해도 늦지 않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괜찮은 수익을 기대해도 좋다.
조지 소로스는 바로 이때 투자한다. 그가 사람들에게 투기꾼이라 불리는 이유는 이미 상승한 종목에 큰 자금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가 왜 투자하는지 알았으니 투기꾼이라는 오명은 오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단계를 거친 회사는 이제 해자에 기업 명운이 달린다. 모든 검증을 마치고 안정적인 실적을 보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면, 필연적으로 시장에 들어오려는 도전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 기업이 얼마나 경제적 해자를 가졌는지가 앞으로 기업 성장의 중요한 점이다.
워런 버핏은 바로 이때 투자한다. 그는 경제적 해자를 가졌다면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부여받은 기업이라 할지라도 매수해서 장기 보유한다고 말했다.
군중을 따라가는 것은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때때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는 시기라면 군중을 따라가는 것이 더 훌륭한 투자로 이어지기도 한다.
과학혁명의 구조
-토마스 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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