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는 옳다 -장마리 에베이야르-
“장기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얻는 15%의 복리수익을 원하는가? 아니면 계속 오르기만 해서 얻는 10%의 복리수익을 원하는가? 답은 정해져 있다. 당연히 전자다. 만약 후자를 택하는 사람이라면 버니 메이도프(역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사기 주동자)와 같은 사람일 것이다.”
“나는 주주들의 돈을 절반 잃는 것보다는 차라리 주주들 반을 잃는 편을 택하겠다.”
프랑스 출신으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치투자자중 한 사람인 장마리 에비이야르는 가치투자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는 가치투자가 대단히 합리적이며 타당한 투자법이라고 말한다. 가치투자는 장기적으로 수익을 안겨준다고도 말한다. 많은 투자전문가와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은 장기적으로 벤치마크 수익률보다 낮다. 단기적으로는 더 높은 수익률을 보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다.
하지만 연구결과 가치투자자의 수익률은 이들보다 월등히 높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치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본능적으로 고통을 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가치투자자에게 고통은 상수다.
가치투자자는 단기적으로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투자한다. 그래서 때때로 장기간 고통을 받을 수 있다. 당장 결과를 내기도 어렵고, 고통까지 받는 투자법이라서 많은 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그가 말하길 가치투자자가 백명있다면 백명 모두 가치투자를 다르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가치투자에는 주관적 판단이 많이 개입된다. 하지만 가치투자자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렌 버핏의 스타일이다.
가치투자의 아버지 격인 벤저민 그레이엄과 그의 제자였던 워렌 버핏의 스타일은 같은 듯 다르다. 결정적인 차이는 매도시기에 있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철저한 가치 신봉자였는데, 그는 자신의 분석방법으로 가치를 측정하고 이에 맞는 주식만 매수했으며, 해당 주식의 주가가 올라 내재가치가 주가보다 낮아졌을 경우 바로 매도했다.
하지만 워렌 버핏은 달랐다. 그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제자로 그의 투자방식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큰 차이가 있었는데, 바로 매도 시기다. 버핏 역시 그레이엄처럼 내재가치가 주가보다 낮은 기업에 주목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의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크게 올라도 바로 매도하지 않았다.
그는 기업이 가진 경제적 해자를 분석했고, 만약 기업이 경쟁사로부터 보호할 해자를 갖추고 있다면 장기적으로 보유했다. 이것이 둘의 가장 큰 차이다.
누구의 투자 방식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는 없다. 앞서도 말했지만 가치투자는 가치투자자가 정의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사람들이 붐비는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점은 모든 가치투자자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1929년 대공황을 겪고 투자 방식에 큰 변화를 줬다. 어떤 방식으로 기업의 내재가치를 평가하더라도 거시적인 환경을 이겨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는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안전마진” 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 안전마진은 모든 가치투자자들의 필수적인 매수전략이 된다.
기업이 파산하더라도 투자자가 자신의 몫을 챙길 수 있는지 여부가 안전마진의 핵심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점은 기업의 부채다. 기업의 부채와 유동자산, 그리고 실적이 중요한 매수 지표다.
간혹 안전마진을 주가가 많이 떨어진 종목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안전마진은 바이 더 딥(BUY THE DIP) 전략과 크게 다르다.
기업이 가진 내재가치가 주가보다 크면서, 거시적인 환경에서도 어느 정도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기업이 안전마진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안전마진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이유는 미래는 불확실하고,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벤저민 그레이엄은 내재가치가 아무리 낮게 측정됐다고 하더라도 주가가 비싸다고 판단되면 매수하지 않았다. 이점에서 버핏과 또 다른데, 워런 버핏은 주가가 다소 비싸더라도 경제적 해자가 확인되면 매수했기 때문이다.
워렌 버핏은 투자에서의 성공은 IQ보다 기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치투자는 본질적으로 고통을 받는 투자이고, 인내심이 필요한 장기투자자 동반되기에 기질적으로 가치투자와 맞지 않는 사람이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치투자는 인기가 없다. 한 예시로 장마리 에베이야르의 펀드가 크게 성장한 시기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데, 이때 버블에 참여했던 많은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났고, 안전한 주식을 찾던 투자자들이 가치투자 펀드였던 장마리 에베이야르 펀드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도 버블에 참여했던 많은 투자자중에서 아주 일부만 돌아섰던 것인데 가치투자 펀드는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가치투자를 직접 하지도, 펀드를 통해서 맡기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다.
위대한 투자자로 불리는 피터 린치의 펀드는 13년간 연수익률 29%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의 펀드에 투자했던 많은 투자자들은 대부분 그와 같은 수익률을 내지 못했는데, 이유는 하락장이 오면 펀드를 환매했기 때문이다. 피터 린치는 이점을 두고두고 아쉽게 생각했다.
장마리 에베이야르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1999년 군중에 휩쓸려 닷컴 버블에 편승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의 펀드 수익률은 다른 펀드에 비해 형편없었다. 그는
“나는 주주들의 돈을 절반 잃는 것보다는 차라리 주주들 반을 잃는 편을 택하겠다.”
고 말했는데 실제로 절반이 넘는 그의 펀드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섰다. 결국 그의 펀드를 소유하고 있던 프랑스 투자회사는 펀드를 매각했다.
그의 펀드가 다른 회사로 매각됐고, 다행히도 새로운 회사의 대표는 그의 가치투자를 인정해 줬다. 3개월 후 버블은 꺼졌고, 수많은 펀드와 투자자의 계좌는 상처를 입었다.
가치투자 펀드는 이 시기 수많은 조롱과 멸시를 받았는데, 그의 펀드뿐 아니라 워렌 버핏도 닷컴 버블 시기 큰 조롱을 받았다. 버핏은 “물이 빠지면 누가 벗고 수영하는지 알게 된다”라고 말했다.
결국 투자자의 자산을 지킨 것은 가치투자였다.
장마리 에베이야르는 26년간 누적수익률 4,395%를 달성했다. 연평균 수익률 16%였다. 누군가는 말한다. 1년에 고작 16%를 벌기 위해서 누가 투자를 하냐고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워렌 버핏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장기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얻는 15%의 복리수익을 원하는가? 아니면 계속 오르기만 해서 얻는 10%의 복리수익을 원하는가? 답은 정해져 있다. 당연히 전자다. 만약 후자를 택하는 사람이라면 버니 메이도프(역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사기 주동자)와 같은 사람일 것이다.”
나는 투자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치투자를 가장 많이 공부했고, 처음 제대로 투자를 했을 때도 가치투자를 기반으로 한 퀀트투자가 시작이었다.(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투자하던 시절은 제외)
PER이나 PBR과 같은 기초지표만 보고 투자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겠지만, 보조지표로 사용한다면 분명 괜찮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치투자는 어쩌면 가장 쉬운 방법이면서 가장하기 어려운 투자이기도 하다.
나는 가치투자를 존중하고 오래 공부했지만 나 스스로를 가치투자자로 부르기는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투자하는 방식이 가치투자자의 투자와 조금 차이가 나기 때문인데, 가치투자자는 바텀업(bottom-up) 투자 방식을 선호한다. 바텀업 투자 방식이란 거시경제 상황보다 개별 기업의 분석을 중점적으로 하는 투자 방식이다.
아무래도 거시경제는 분석하기 어렵고, 단기적으로 기업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거시경제에 휘둘리면 제대로 된 기업 분석을 하기 어렵고, 장기보유 시 심리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받기 쉽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말한 미스터 마켓이 조울증과 같은 이유는 거시경제 영향을 많이 받아 단기적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이다.
나는 가치투자자의 종목 분석 방법을 선호하지만, 매수시기는 바텀 업 방식보다 탑 다운(top-down) 방식으로 결정한다.
개별기업이 매력적인 가격에 있어도, 탑 다운 방식으로 분석한 시장이 좋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단 한 가지 기준점을 제시하자면 경제불황이나 기타 부정적인 거시경제 상황에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다.
다만 자산가치 인플레이션과 같이 자산의 가치가 너무 올라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아무리 매력적인 종목을 발견해도 매수하지 않는다.
장마리 에베이야르는 기본적으로 바텀 업 투자를 지향하지만 탑 다운 방식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내부에 탑 다운 분석 애널리스트를 둬서 참고한다고 말했다.
나는 다행히 누군가의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법인회사를 설립해서 투자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자금만을 운용하기에 단기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투자를 중단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때때로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보일 만큼 현금 비중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당장 어려운 시기가 찾아온다고 해서 자산을 팔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나도 사람이고 투자자이기에 자산의 가격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그 이상으로 오르는 시기에, 이를 지켜만 본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게 다가온다.
랠리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얻어가는 이득이 분명히 존재하고, 실제로 그런 투자를 통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음에도 늘 힘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 혼자 투자를 하기에 남들로부터 조롱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워렌 버핏이나 장마리 에베이야르와 같은 가치투자자는 대개의 시간 동안 조롱을 받는다. 그리고 항상 재평가되는 식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견디기 힘든 일이다. 물론 타인의 자산을 운용하기에 감수해야 하지만 심리적으로 힘든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서 워렌 버핏이 말한 것처럼 가치투자, 그리고 장기투자에는 기질이 상당히 중요하다. 꼭 가치투자에 걸맞은 기질을 가지고 태어나야 투자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기질이 있는 사람이 가치투자나 장기투자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장기투자나 리스크를 극도로 꺼리는 기질을 안고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겁이 많았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아이였다. 가끔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투자를 제대로 배우고 나서부터는 그런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다. 리스크를 분명히 인지하고, 통제할 수 있는 리스크는 통제하려고 노력한다.
어느 정도의 타고난 기질과, 누적된 공부가 내가 하는 투자와 상당히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운이 좋은 편일지도 모른다. 투자시장에서 오래 헤매지 않고, 빨리 나의 길을 찾은 셈이니 말이다.
가치투자는 힘들다.
하지만 가치투자는 장기간 인내할 수 있는 사람에 한해서 분명한 보상을 준다.
여기서 보상이란 대다수의 투자자보다 나은 수익률이다.
하지만 모든 투자자가 가치투자를 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기질에 맞는 투자를 찾는 것이 수익률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가치투자자가 추구하는 기본적인 사항들을 익힌다면 더 좋은 투자자가 될 수 있다.
가치투자는 옳다
-장마리 에베이야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