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별 연봉만큼 능력도 차이 날까?
참 오랫동안 한 직장에 다니고 있다. 사원에서 대리, 대리에서 과장, 차장에서 부장으로 직급이 오를 때 무척이나 즐거웠다. 물론 승진의 기쁨도 있었지만 연봉이 더 올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만 과장에서 차장으로 진급 때는 호칭만 과장에서 차장으로 바뀌었을 뿐 연봉은 오르지 않았다. 물론 승진의 기쁨은 있었지만 다른 직급에서의 승진 때 보단 그 기쁨이 적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된 직급의 변화에 따른 연봉의 상승은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수년 전 기준이다. 요즘은 많은 회사들이 사원, 선임, 책임으로 세 개의 직군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연봉이 가장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직급 변화는 부장에서 상무이다. 사원에서 대리, 대리에서 과장으로 진급 시에는 적게는 몇 백만 원 많게는 몇 천백만 원 상승한다. 그러나 부장에서 상무로 진급 시의 연봉 차이는 차원이 다르다. 부장에서 상무로 진급 시 우스갯소리로 99개가 달라진다고 한다. 예를 들면 상무로 진급 시 첫째는 혼자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는 방을 제공해 주고 그 방에 딸린 개인 여비서를 둔다. 둘째는 개인 차량과 기름 값을 무상으로 제공해 준다. 어떤 경우에는 운전기사까지 지원해 주는 경우도 있다. 셋째는 가장 중요한 연봉 차이다. 대기업 전자회사에 20년 이상 다니고 부장 정도의 위치에 있으면 원천징수세 기준 1억 전후다. 그러나 상무를 다는 순간 앞의 숫자가 달라진다. 즉 1이 아니고 2로 바뀌게 된다. 측 최소 1억 이상의 차이가 난다는 의미다. 그래서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기업의 별, 임원을 달아보기 위해 나름 열심히 노력한다. 참고로 임원이라는 직급에서 상무는 가장 낮은 단계로 그 위 단계는 전무, 그리고 부사장, 마지막으로 사장이다. 회장도 언급하고 싶지만 이 직급은 기업 오너 집안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하기에 제외한다.
그럼 부장으로 있다가 갑자기 상무로 진급하면 능력도 연봉만큼 상승할까? 이 물음에는 의문이 생긴다. 세상 이치가 그렇지 않다. 고3 학생이 반에서 중간 등수 하다가 반장이 되었다고 1년 만에 1등 할 수 있을까? 일부 뉴스 보도를 보니 답안을 미리 알고 했던 학생이 전교 1등을 한 예는 들어 보았다. 물론 이건 아주 극단적인 경우이기에 보편적으로 봤을 때는 거의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부장인 직원이 상무를 달고 갑자기 엄청난 성과를 낼 수는 없다. 이 대목에서 이 단어가 어울릴지 모르지만 복불복이라는 표현이 어느 정도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21년 초 코인 얘기다. 누군가 혹시나 해서 코인을 천만 원 매수했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수백 배 올랐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직접 본 게 아니지만 일부 매스컴에서 올리는 기사를 봤는데 맞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과연 그럼 이들이 정말 코인에 대해 나름 풍부한 이론적 지식과 상세한 분석을 통해 이런 결과를 얻었을까에 대해 반문을 해본다. 당시 시장 상황이 이들의 부를 급증시켜주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물론 기업의 임원은 이렇게 코인처럼 운발(?)로 승진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기업에 입사해서 20여 년을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물에 대해서 29년 차 직장인으로 100% 공감이 간다. 그러나 임원으로 승진한 그 사람의 능력이 갑자기 급상승하는 경우는 아니다 라는 개인적 견해다. 임원으로의 승진은 그동안 실무자형 관리자에서 100% 전문경영인으로의 위치에 올라서게 된다. 그래서 실무적인 감각보다 경영인으로의 감각이 필요하다. 경영인으로의 능력이 1년 사이 급성장하는 것은 아닐진대 이렇게 부장과 상무의 연봉 차이는 왜 나는 걸까 에 대한 의문이 그래서 생기게 된다.
30여 년 다녀본 직장인의 관점에서의 사견은 임원들의 연봉을 급격히 올리는 것보다 평직원들의 연봉을 더 인상을 해주고 대신 임원들은 회사의 경영이익이 크게 상장했을 때 그 경영이익의 몇 %를 반영을 해주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임원의 임기도 한해 손익이 나쁘다고 바로 자르지(?) 말고 최소 2년은 그들의 임기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가끔 1년마다 그만두는 임원을 볼 때 과연 그들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길래 1년 만에 그만두게 할까 라는 생각을 하면 참 냉정한 조직 사회구나 다시금 느끼게 된다.
10년째 부장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 최종 승리자 라 고 동료들 간 가끔 이야기한다. 이런 얘기가 한편으로 맞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론 현실적으로 임원을 달지 못하는 스스로를 위안 삼는 말로도 들린다.
이젠 천지개벽이 일어나지 않는 한 임원이란 타이틀은 불가하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직장 생활을 했고 아직도 잘리지 않고 다닐 수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자신을 위로하면서 오늘도 아침 6시 40분 출근 버스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