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부장 Feb 12. 2022

늘 부장의 직장 일기

회사 울타리 안은 정글, 울타리 밖은 지옥

회사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아프리카 정글이 펼쳐진다. 아프리카의 광활한 평야에서 동물의 왕이라고 불리는 사자는 다른 포식동물에 비해 큰 덩치와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무리를 지어 다니며 그들보다 약한 초식동물들을 잡아먹는다. 사자에 비해 힘이 약한 아프리카 초식 동물들은 넓은 평야에서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언제, 어디에서 저 포악한 사자 무리들이 나타나서 자기들을 물어 죽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자보다 힘이 약한 아프리카 야생 동물들의 운명이다.     


비단 이러한 상황이 아프리카 동물들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프리카 동물들이 매일 생활하는 그 넓은 평야를 우리는 회사 라 고 한다. 그 회사라는 평야 위에 아프리카 동물들의 세계처럼 사자와 같은 상사들이 즐비하게 존재하면서 힘없는 약한 짐승들 즉, 부하 직원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얼룩말처럼 순진하기만 한 부하 직원은 상사의 상식 밖의 지시에도 묵묵히 따르면서 싸여 가는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다 결국 넓은 평야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그에 비해 하이에나 라 는 동물은 사자가 먹다 남긴 동물들 사체를 몰래 훔쳐 먹는다. 사자의 눈치를 치밀하게 관찰하면서 사자가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지 못함을 눈치채고 사자가 남긴 음식을 잽싸게 가로채서 먹는다. 자기들은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체. 물론 사자의 눈치를 열심히 본 것도 노력이라면 노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 세상에선 이것을 노력하지 않고 이득을 챙기는 놀부 심보라고 한다.     


절대 권력을 가진 사자와 힘없이 나약하고 순진한 얼룩말과 눈치 빠르고 교활한 하이에나가 공존하면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곳이 아프리카 정글의 세계다.     


사자와 같이 회사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직장 상사와 오직 일만 열심히 하고 정치에는 전혀 관심 없는 순진한 얼룩말 같은 직원과 하루 종일 상사의 눈치만 살피면서 상사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탱자 탱자 하다가 상사가 눈이 보이면 열심히 일하는 척하는 하이에나 같은 직원이 서로 공존하는 곳이 또한 회사라는 조직이다.   

  

그러나 사자와 얼룩말과 하이에나는 현재 그들이 더 넓은 평야에서 비록 먹이 사슬에 따른 긴장된 환경에서 살아가지만 그들이 속한 현재의 그곳이 가장 행복함을 깨달아야 한다. 회사라는 조직도 마찬가지다 비록 엄한 직장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존재하는 곳이지만 그들이 속해 있는 그 조직에서 그 공간에서 행복감을 찾아야 한다. 왜냐 하면 현재의 그곳이 가장 쉽게 행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드넓은 푸른 초원은 비록 사자에게 잡아먹힐 위험한 환경이지만 얼룩말에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제공해 준다. 마찬가지로 회사도 직원들이 상사의 간섭과 통제 아래 긴장된 생활 속에서 하루하루 생활애 나가지만 그곳에서 안정된 식량 즉 어느 정도 경제적인 보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현재의 환경을 벗어나 갑자기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을 하려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30여 년 한 직장에서 일을 했다면 그 사람은 그 조직에서 완전히 몸이 적응하여 어떤 일을 하더라도 별 어려움 없이 일을 헤쳐 나가면서 어느 정도 편안함까지 느낄 것이다. 어떤 일이든 한 분야에서 30여 년을 했다면 누구보다 그 분야에서 잘한다는 얘길 듣는다. 소위 전문가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그 전문가에게 이제 그 일을 그만하고 다른 일을 하라고 했을 때 과연 그들의 마음은 어떨까?     


이때의 기분은 아프리카의 푸른 초원에서 살았던 얼룩말을 저 황량한 사하라 사막에서 새로운 생활을 하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 직장에서 한 공간에서 수십 년 일을 했던 회사원이 그가 다닌 회사를 어느 날 퇴직하고 다른 일을 하게 되었을 때도 아마 이런 기분이 들것이다.


오죽하면 요즘 20년 이상 근무한 직장인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는 말이 “회사 울타리 안은 정글이요 회사 울타리 밖은 지옥이다.”라고 했을까? 30여 년 다녀 보니 왜 그동안 앞서 회사를 퇴직했던 선배들이 이런 말을 했을까를 조금씩 피부로 느끼고 있다.

     

어느덧 벌써 지옥으로 나갈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전 04화 늘 부장의 직장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