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everland

by Dr Wolfgang H


동화 속 주인공!

몇 해 전 누군가 저를 두고 한 말이에요.


물론,

화자가 의도한 동화와 주인공이 있었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저는 네버랜드와 피터팬이 연상됐었답니다.

그리고 곱씹을수록 마음에 와닿는 나에 대한 비유여서 만족하고 있어요.


피터팬의 외모도 능력도 나와는 상관없지만,

피터팬의 내면과 특성만큼은 상당한 유사성이 있다 여겨져서 말이죠.



.



이 동화 속의 주인공은,

겨울 시즌을 제외하고,

격일로 넥카 강변을 따라 약 6km 정도의 조깅을 합니다.


그러다 여름 시즌이 되면,

유럽의 강한 자외선과 낯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열기를 피하기 위해,

조깅 루트를 산으로 변경한답니다.

그곳이 저의 Neverland인 것만 같아

제 독자분들을 그곳으로 초대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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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아침 오랜만에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네버랜드로 향했어요.


학위 시험을 마치고,

처음 맞는 일요일어서 그런지,

기분만은 피터팬처럼 날 수도 있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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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박수를 올려주는 템포의 음악을 틀었지만,

아침만이 주는 정돈됨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볼륨을 유지하며,

Heidelberg Universität의 중앙도서관과 대학행정처 건물을 지나

첫 번째 지점에 다다랐습니다.


차 한 대가 지날 수 있는 좁은 일방통행로를 지나며,

하늘을 주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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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두 번째 지점인 광장을 지납니다.

겨울이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이곳에 크리스마스 시장과 (Weihnachtsmarkt)

겨울 내 주민들과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스케이트장이 만들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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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세 번째 지점에 도착하면,

볼프강의 (내 독일 이름) 학과 건물이 있는 골목이 모습을 드러내요.

고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이 운치를 더해 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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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분간 달리다 보면,

하이델베르크 개선문을 만나게 됩니다.

개선문을 지나,

좌회전하면 아래의 풍광이 펼쳐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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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작은 운하로 접어듭니다.

왼쪽 아래 보이는 사진이 운하예요.

상, 하행선이 있으며,

유람선과 화물선 그리고 개인 요트들이

이 운하들을 통해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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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에서 바라본 좌 우 풍광.

좌측 사진 중앙,

멀리 보이는 산 중턱에

맛나게 맥주를 빚는 수도원이 위치해 있답니다.


우측에 보이는 산은,

나의 Neverland, 성주산이에요 (Heiliger 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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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

달려온 도시를 바라봅니다.

벌써 1.3 km 정도 달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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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드디어 Neverland의 초입.

이 지점에 이르면,

도파민이 분비되며,

산을 뛰어오를 생각에 흥분됩니다.


특히,

이 아침 숲이 선사하는 신선한 공기가 주는 맛이란?

아는 사람만 압니다.


곧 그 공기로,

산림욕을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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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약 30도 정도의 경사로,

심박을 올리고 호흡을 거칠게 할 구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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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 경사로를 지나오며 요동치는 심장과 호흡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즈음

45도의 경사가 더한 재미를 주려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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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더해진 재미와 함께,

숲의 초입이 반겨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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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신선하다 못해 거룩한 느낌까지 드는 공기로,

도시에서 오염된 나의 정서와 영혼을 세신 합니다.


뚝! 뚝! 땀이 흐르다. 종국에는 손으로 훔쳐 내야만 시야가 확보될 만큼

내면의 오염된 모든 것들이 씻겨져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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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약 3 km를 달려 산 중턱에 다다랐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그 유명한 `철학자의 길` (Philosophen Weg)입니다.


하이델베르크는 도시 전역이 대학입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을 검색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유명인들을 배출한 독일의 명문이자 세계적 명문이기도 합니다.

12세기말에 대학이 설립되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학생들이 이 길을 걸으며 사색하고 정서를 쉬었다고 해요.

그래서 붙여진 이름 `철학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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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철학자의 길에 들어섭니다.


과거 그들이 보며 걸었을,

그리고 그들의 정서를 쉬게 했을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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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다 보니 벌써 반환점.

벌써 4km 달렸네요.


보통은 이 두 갈래 길에서 왼쪽 길로 올라,

집으로 향하지만 오늘은 왔던 길로 되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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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향하느라 지나쳤던 풍광들이

같은 공간에 다른 옷을 입혀 눈앞에 펼쳐집니다.


이름을 알 수 없지만 고혹적 자태를 뽐내는 나무의 핀 꽃과 고목나무 뒤로

하이델베르크가 동화 속 마을로 자리합니다.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누군가 앉아 삶의 희로애락을 읊조렸을

왠지 고독해 보이는 나무 의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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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트인 나의 네버랜드가

마음에 그득히 안깁니다.


자연스레 휴~ 하는 깊은 감탄이 새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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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이곳에 앉아 풀리지 않던 연구의 실마리를

저 푸르름들에게 전했던 기억도 새삼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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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의 끝 지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시 어른이 될 시간이에요.


이곳에서 지난 9년간 많은 이야기들을 숲에게 전했고,

넉넉한 위로를 받았더랬습니다.


.



하산하는 길.

피터팬은 다시금 어른이 되었습니다.

내면에 그를 잔뜩 머금은 채.

이렇게 약 8.5 km의 조깅을 마무리합니다.


어떠셨나요?

동화 속 주인공 Wolfgang. H의 Neverland.

오늘을 시작하는 당신의 정서와 영혼도 정화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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