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공방전

by 이야기여행자

오빠는 내 음식 중 치즈 5개를 가져가며 우웅칙… 낮은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나는 네가… 너무 빨리 항복하길 바라지는 않아…”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굿럭!”

근데 돌아서는 순간— 형제떡집 보자기가 목에 감겨서 ‘컥컥컥!’ 하고 기침하며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갔다.

…저 인간 진짜 누가 안 데려가나?
부모님이 왜 오빠를 낳았는지, 아니 그보다… 내가 왜 이런 집안의 둘째로 태어났는지 하늘에 묻고 싶었다.

나는 냉장고를 뒤져봤다.


먹다 남은 콘샐러드, 먹다 남은 떡볶이, 먹다 남은 감자, 먹다 남은 참치…
어라, 전부 내가 먹다 남긴 것들 뿐이었다. 그리고 공교롭게 거기엔 다 내 이름이…

‘하… 내 과거가 나를 괴롭히네.’

그리고 그 옆에서 발견한 건…

우유랑 카프리썬, 그리고 모든 소스.
근데 소스들에만 내 이름이 죄다 붙어 있었다.

‘이건 또 무슨 기준으로 나눈 거야? 다트 던져서 정했냐?’

그러다 문득 번쩍하고 머릿속에서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마법의 약.

어릴 적 봤던 영화에서 마녀가 커다란 가마솥에서 보글보글 끓여대던 그 장면. 그 약을 먹으면 사람들이 돼지나 강아지 같은 동물들로 변했다.

그때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생각했다.

‘저거… 오빠한테 먹이면 참 좋겠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생각을 10여 년 만에 현실화할 준비 중이었다.

나는 감자와 콘샐러드를 적당한 비율로 섞었다.
그리고 남은 치즈를 잔뜩 얹고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마녀의 조제술로 완성된 음식, 치즈감자샐러드.

원래 내가 요리도 곧잘 해서 엄마는 빵, 아빠는 술안주, 그리고 오빠한테도 이 치즈감자샐러드를 해준 적 있었다.

물론… 대가로 돈을 진하게 받았다.

이번엔 사악한 목적을 담아 냉장고 문을 열고, 카메라 앞에 딱, 정면으로 놓아두었다.

잠시 후.

뚜벅뚜벅. 그리고— 뒤에서 느껴지는 존재감.

‘왔구나, 미끼 물었네.’

“은서야.”

오빠가 다스베이더 마스크를 쓴 채로 말했다. 안 벗었냐, 저걸?

5-1.png 음식을 만드는 은서와 이를 지켜보는 오빠

“너… 나랑 음식 교환할래?”

나는 일부러 뒤로 돌았다. 오빠를 보면 웃음 터져서 계획을 망칠 것 같았다.

“야! 김은서!”

“아, 왜… 뭐?”

“너 이거 만든 거 내 거랑 교환하자! 규칙상 가능하니까!”

“싫은데? 내가 왜 해야 돼.”

살짝 튕겨줬다. 이게 전략이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내 예상대로다.

근데… 문득 깨달았다. 이 인간은 정상적인 협상이 안 된다는 사실에 불안했다.

그러나 오빠는 ‘먹는 것’ 앞에서는 초인적인 집요함을 보인다. 이건 우리 집 남자들의 특징이다.

가쓰오부시 2개 사건이 그걸 증명했다.

“그럼 너 하나 주고 내가 두 개 줄게! 콜?”

“나는 감자랑 치즈랑 콘을 세 개나 섞어 만든 건데? 그건 아니지.”

나는 고민하는 척하다가 말했다. 이것도 계획대로였다.


“그럼 아이스크림, 사이다, 초콜릿. 세 개 다.”

오빠는 멈칫했다.

“단것만 위주로? 왜? 네가 좋아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뭐 숨기는 거 있냐?”

몸이 굳었다. 와… 멍청한 줄 알았는데 가끔 날카로움.

“싫음 말고.”

“아냐! 알았어 준다!”

…멍청해서 다행이다.

내가 오빠 이름을 볼펜으로 긁어버리고 내 이름을 쓰자, 오빠는 주머니에서 내 이름 라벨지를 꺼내 그 위에 정성 들여 스르륵 붙였다.

그리고는 조용히 읊조렸다. ‘라벨링 교환 과정 완료’. 충격이다. 저걸 왜 주머니에 넣고 다녀?


오빠는 치즈감자샐러드를 신줏단지 모시듯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식탁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다스베이더 마스크를 벗었다. 온 얼굴이 벌겆게 달아오르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이 인간… 방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나?

그리고— 식탁으로 옮겨진 운명의 샐러드.
첫 한 숟가락.

“후읍….”

다음 순간—


“끄아아아아악!!!!!!”

오빠가 집안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목을 움켜쥐며 나를 노려보았다.

“이거 뭐야!! 너무 맵고 짜아아아아아!!!!”

그렇다.

나는 내 이름이 붙은 온갖 소스를 조합하여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되는 맵고 짠맛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것을 치즈감자샐러드에 아낌없이 넣었다. 그리고 치즈로 덮어서 냄새를 가려두었다.

오빠는 침을 질질 흘리며 저주받은 맛을 중화시키려 부엌을 뒤집었다. 그러다 냉장고 문을 박차고 열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통을 그대로 집어 들더니 숟가락도 찾지 않고 입으로 뚜껑을 물어뜯어내고는 손으로 아이스크림 퍼서 입에 마구 집어넣기 시작했다.

나는 그 꼴을 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조용히 말했다.

“남의 음식 잘도 먹네… 마이너스 10점.”

역전의 순간이었다.

“아참! 음식 5개도 받아야겠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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