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원하는 것을 줄 수 있을 때
더운 날씨에 밖을 돌아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실내 백화점으로 들어갔습니다. 선선한 바람에 적당한 사람들이 있어서 돌아다니기 아주 편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서 구경을 하다보니 아이가 슬슬 낮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이때를 노려 아내와 함께 커피 한 잔씩 사서 수다를 떨며 이모저모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이가 낮잠을 자주는 장소가 무척 중요하다는 것은 아이를 키운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합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흘렀을까. 아이가 잠에서 깼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제 집에 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던 중 아이의 시선이 한 곳에 머물렀습니다. 바로 킥보드를 파는 곳이었죠.
"킥보드 타고 싶다. 사주세요."
아이가 저희한테 한 말이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흰 무척 놀랐습니다. 킥보드를 사줄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운동 신경이 부족한 탓인지 잘 타려고 하지도 않았고 장난감 가게든 킥보드 판매장에서도 한번 타보라고 해도 미동도 하지 않았던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가 먼저 킥보드를 사달라고 하다니요.
기대반 걱정반으로 매장에서 시승(?)할 수 있는 킥보드를 타보라고 했습니다. 동네 산책할 때 언니, 오빠들이 킥보드 탄 모습을 봤었는지 한쪽 발을 올리고 다른 발로 서서히 바닥을 밀어내더군요. 한번도 알려준 적도 없는데 말이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가 원하는 색상을 골라 결제를 했습니다. 아이 스스로 하고 싶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먼저 말을 했고 그 도전을 해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저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실 부모가 돈을 버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것 아닐까요. 제가 가지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조금이라도 아끼고 아이가 하고 싶은 것, 아이가 도전해보고 싶은 것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 말이죠.
집에 와서 킥보드를 조립하고 바로 밖으로 나갔습니다. 안아달라고 수십번을 외치던 아이와의 외출이 오늘은 산책 내내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아이의 모습으로 달라졌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할 때, 스스로 발전하는 것을 선택할 때 그 선택과 모습을 응원할 수 있게 내일 하루도 달려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