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이런 면이..
얼마 전부터 책에서 봤는지, 어린이집에서 보고 들은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아이가 캠핑을 가자고 수도 없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캠핑 뭐 그냥 가면 되는거 아닌가?'하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전 캠핑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불편한 잠자리에 덥거나 춥고 벌레는 또 얼마나 많은지, 화장실은 또 얼마나 불편할지 등등 신경쓰이는 것이 한 두개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지금까지 캠핑다운 캠핑을 단 한차례도 해본 적이 없죠.
그런데 이번엔 아이가 캠핑을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니 어쩔 수 없이 주말에 예약을 했습니다. 물론 완전한 캠핑은 아니고 적당한 잠자리가 마련되어있고 에어컨도 구비되어있고 화장실도 나름 쾌적한 곳을 잡았죠.
에어컨을 켜두고 안에서 잘 놀면 시원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무더위에 에어컨을 아무리 틀어도 시원하다는 느낌보단 이정도면 살 것 같다 수준으로만 공기가 차워지더군요. 그나마 시원해진 공기도 텐트 밖을 나갔다오면 다시 처음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아이를 데리고 글램핑 장에 있는 수영장에서 놀고 저녁을 먹으니 무더위가 한풀 꺾였습니다. 이제 좀 살만하다 싶었는데 이번엔 벌레의 습격이 기다리고 있었죠.
물놀이에 지친 아이가 일찌감치 잠에 들었지만 벌레와의 사투는 이제 시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디서 들어온지 알 수 없는 엄지 손가락만한 말벌이 들어왔습니다. 에프킬라를 난사해가면서 저를 향해 돌진해오는 말벌을 피해가며 간신히 한마리를 잡았습니다. 손이 덜덜 떨렸습니다. 벌레나 곤충을 싫어하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빈 틈이 없도록 텐트 곳곳을 막고 아내와 함께 맥주 한잔을 하고 있었는데 또다시 엄지 손가락만한 말벌이 다시 들어왔습니다. 아내도 저와 성향이 비슷해서 둘 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죠. 그런데 문뜩 저 말벌이 아이가 자는 곳으로 들어가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방에 잡아야한다'는 생각으로 기회를 노려 빗자루를 휘둘렀고 다행스럽게도 한방에 잡았습니다. 저와 아내만 있었다면 다른 쪽 문을 열어두고 제발 나가기만을 기다렸을텐데 아이한테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죠.
물론 벌레의 습격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네도 봤고 어디서 들어온지 모르는 귀뚜라미도 봤죠. 물론 모두 잘 처리했습니다.
더위, 벌레와의 사투를 벌이며 아이가 원하는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아이한테 캠핑 다녀온 것이 어땠냐고 물어봤습니다.
"재미있었어!"
캠핑의 '캠'자도 싫어하는, 불편한 잠자리에, 날씨에 영향을 받으면서 밖에서 잠을 자는 것을 그토록 싫어하던 제가 아이의 저 말에 아내와 함께 다음 캠핑은 어디로 갈지, 언제 가면 더 좋을지를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가 하고 싶다니 저도 '꾹' 참고 해봤는데 저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