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취재기(1)
"저게 뭐야?"
고속도로를 타고 경북 안동시로 진입하고 있었다. 멀리서부터 보인 안동시 전체가 하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안개가 온 도심을 뒤덮은 것처럼 보였다. 도심으로 진입하자 하얀 연기는 금새 붉은 연기로 변했다. 매캐한 냄새가 차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외부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버튼을 재빠르게 눌렀다. 산불이 난 곳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집 곳곳이 검게 탄 마을로 들어왔다. 마을 주민들은 믿어지지 않는 표정이었다. 단독 주택 곳곳이 검게 탔고 온전한 형태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내린 곳도 있었다. 차에서 내려 마을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기자님, 이거 불이 꺼진 게 아니라 다 타서..더 이상 탈 게 없어서 꺼진거에요."
양쪽에 산을 끼고 있던 마을은 폭격을 맞은 듯 변해있었다. 불이 꺼진 게 아니라는 주민 말에 마을 곳곳을 돌아보니 여전히 불이 붙어 있는 곳도 있었다. 눈앞에 불이 보이는데도 마을 주민들을 불을 끄려고 시도조차하지 않았다. 이미 탈만큼 탔고 저 불을 끌 수 있는 체력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저 산 꼭대기에서 불이 좀 보이더니 갑자기 불똥이 막 날아오면서 마을 전체가 다 탔어요."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 불과 한 두시간 만에 마을 전체가 산불이 옮겨붙으면서 폐허처럼 변해버린 것이었다. 주민들은 밤사이 삼삼오오 모여 마을을 떠나 대피했다가 날이 밝으면서 내 집은 멀쩡한지, 우리 마을은 어떤 상황인지 살피러온 것이었다. 하지만, 멀쩡해 보이는 건물을 제대로 찾기조차 쉽지 않았고 전선도 모두 타면서 그나마 멀쩡해보이는 마을회관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현장 취재를 마치고 인근 마을로 다시 이동했다. 이전에 갔던 마을과 상황은 비슷했고, 애지중지 길렀던 농작물이 있는 비닐하우스는 앙상하게 뼈대만 남아있었다.
"기자님, 이쪽으로 좀 와보세요."
취재를 하던 모습을 본 한 마을 주민이 취재진을 불렀다.
"무슨 일이세요?" "아, 사람이 죽었데요."
마을 주민 안내에 따라 급하게 현장으로 이동했다. 주택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정도로 무너져 내린 곳에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고 했다. 어제 저녁에 식사를 마치고 모셔다 드렸는데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것 같다고 했다. 순식간에 불이 이 마을로 옮겨붙었는데, 나이가 있으신데다 거동까지 불편한 상황에서 대피하지 못한 것이었다.
노부부가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옆에는 지역 문화재로 보이는 오래된 고택이 있었다. 고택 역시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무너져 내린 기왓장 사이로 하얀 연기가 계속해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을 두 곳만 돌아다녔을 뿐인데도 검게 타버린 주택, 비닐하우스, 지역 문화유산까지 얼마나 많은 피해가 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현장을 취재하는 내내 마스크를 썼는데도 빈틈으로 매캐한 냄새가 들어왔다. 잠깐이라도 마스크를 벗고 있기도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차 문을 열면 미세먼지 농도가 금새 '999'를 찍었고 정상 수치까지 내려가는데도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처참한 현장에 제대로된 식당을 찾을 수도 없었다. 대부분 불에 탔거나 산불의 영향으로 전기와 수도까지 끊어지면서 장사를 할 수 없었던 탓이었다. 도심으로 이동해 문을 연 편의점을 찾아 간신히 끼니를 떼웠는데 그마저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장 취재를 마치고 숙소로 들어갔다. 산불이 발생한 현장과는 꽤 거리가 있는 도심 지역이지만 여파는 여전했다. 방 안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문을 열면 복도부터 매캐한 탄 냄새가 진동했다. 산불의 위력이 여전히 거세고 바람도 강하게 불고 있어서 밤사이 얼마나 덜 번질지.. 도심 전체가 매캐한 연기와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