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사쓰는 육아대디 Mar 29. 2024

나홀로 독박육아의 구원자들

감사한 마음

매주 토요일. 당직 근무를 하거나 특별한 일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아침부터 저녁식사 전까지 독박육아를 한다. 자영업을 하는 아내는 토요일에도 가게 문을 열어야하기 때문에 육아는 온전히 내 몫이 된다. 아침에 아이와 함께 아내를 마중하고 같이 놀다가 점심을 먹이고, 누가 봐도 졸린데 "안 졸려! 더 놀거야"라고 외치는 아이를 데리고 간신히 낮잠을 재운다. 떨어진 체력 탓에 낮잠을 재우면서 나도 잠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가 낮잠에서 깨면 아이가 기분 좋게 혼자 노는 틈이나 간식을 먹는 틈을 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정리한다. 조금 더 여유가 되면 빨래, 설거지까지 끝낸다. 그러다보면 하루가 금방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런 독박육아에 구원자들이 있다. 바로 아빠와 엄마다. 타지에 있어서 한 달에 한 번 오실까말까지만 독박육아를 해야하는 상황에선 구원자가 따로 없다. 몸적으로 편한 부분보단 심적으로 편한 부분이 크다. 혼자서는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일이 쉽지 않다. 오랜 독박육아로 달련된 덕분에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심적인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구원자들과 함께라면 외출이 더이상 두렵지 않다. 세상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감사하게도 우리 부모님은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더 많은 세상을 구경시켜주고 싶다는 생각과 더 많은 장소에서 추억을 공유하고 싶어서라고 말씀하신다. 그분들의 MBTI를 보면 누가봐도 E성향이다. 부모님의 방문에 맞춰 나는 아이와 함께 외출 준비를 하고 문을 열고 나선다. 오늘은 어느 카페를 가야하나, 밖에 돌아다닐만한 날씨인가, 아이도 먹을 수 있고 부모님도 만족하실만한 식당은 어디를 가야할까, 차에서 낮잠을 잘 자니까 어느 정도 이동거리가 있는 곳을 택해야할텐데 등 다양한 선택지를 고민하면서 외출에 나선다.


경치가 좋은 곳이든 아이가 뛰어놀기 좋은 곳이든 음식이 맛있는 곳이든 나의 독박육아 구원자들이 있으면 시간의 틈을 이용할 수 있다. 적어도 화장실은 마음 편히 갈 수 있고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실 때 잠깐의 여유를 느낄 수도 있다. 아이의 모든 모습을 그저 눈으로 담고 싶어하시는 부모님 덕분이다.


이렇게 독박육아해야하는 토요일은 세상에서 제일 빠르게 흘러간다. 나 혼자 아이를 보면서 시계를 확인할 때는 그렇게 안가던 시간이 마법을 부린 것처럼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렇게 아내의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아이가 "엄마"를 외치며 아내에게 달려가는 모습. 그 모습을 바라보며 "역시 엄마가 최고지"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 집 안이 가족들이 목소리로 가득한 순간을 보면서 독박육아가 끝났음을 실감한다.

작가의 이전글 일을 잘하면 피곤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