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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Mar 29. 2024

상상으로 떠나는 제주도 여행 준비

파워J 성향은 여기서도 발현된다

받은 월급을 내 생활비, 아내 생활비, 공용 생활비로 배분하던 중에 카카오뱅크에서 26주 적금이 11주까지 완성된 것을 발견했다. 완성까진 아직 15주나 남았지만 적지 않은 목돈이 모이는 만큼 어디에 쓰면 좋을지 고민했다. 내가 가지고 싶었던 아이폰을 사볼까? 그런데 생각해보니 굳이 멀쩡한 스마트폰을 두고 바꿀 이유가 없었다. 아! 그럼 오래된 노트북을 새것으로 바꿔볼까? 아 맞네. 그런데 얼마 전에 한번 포멧을 했더니 오래된 것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 잘 돌아간다. 이것도 낭비가 아닐까 싶다. 그러다가 머릿속을 훅 스친 아내의 말이 기억났다.


"우리 그동안 자기계발하랴, 일하랴, 육아하랴. 힘들었으니까 올해는 여행 한번 가볼까?"


그래. 여행이 좋겠다. 해외여행까진 쉽지 않을 금액이지만 국내 여행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아내의 지인이 제주도에서 숙박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제주도가 좋겠다.


들뜬 마음으로 아내한테 메시지를 남긴다. 율미(내가 부르는 아내의 애칭이다)! 나 26주 적금 든 것이 있는데 만기가 되면 7월 초쯤 될 것 같거든? 그거 다 모아지면 우리 가족 제주도 여행갈까?


"좋지! 그런데 비용은 괜찮아?"


이 한마디에 나의 파워J 성향이 나오기 시작했다. 언제쯤 여행을 갈지 대략적으로 예측을 하고. 내가 휴가를 쓸 수 있는 기간과 아내의 가게 운영에 지장이 없는 요일을 선별했다. 그리고 비행기표의 예상 가격과 숙소의 가격, 도착하면 빌릴 렌트카, 렌트카 비용에 포함되어 있을지 모르는 카시트 대여 비용, 하루 식사에 대략 얼마 정도의 돈을 쓸지 등 이곳저곳 검색을 통해 대략적이 예상 비용을 계산했다. 모아질 예정(?)인 돈으로 거의 딱 맞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메시지로 답장할 때의 아내의 반응과 실제로 만났을 때 아내의 반응이 사뭇 다르다. 기대가 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물어봤다. 왜? 제주도 별로야?


"아니아니 좋긴한데,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닌데 너무 기대하면 실망도 클까봐"


아.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지. 그래 그럼 일단 이정도 비용이 들다고 생각하고 좀 더 고민해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해보자. 이렇게 결론을 내리면서 나의 상상 속 제주도 여행 준비를 끝났다.


이번 일을 글로 옮기고 나니 생각이 확실해진다. 아내가 마음속으로 하고 있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하겠다. 이번 주 안에 예상 일정들을 쭉 정리해보고 혹여나 있을 일정 변동도 없도록 꼼꼼하게 따져볼 생각이다. 그리고 과감하게 비행기표를 예약해야겠다. 원래 여행은 비행기표와 숙소만 예약하면 이미 시작된다고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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