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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Mar 30. 2024

아이 낮잠 재우는데 2시간

왜 안자는거니..

토요일. 가게를 운영 중인 아내 대신 나홀로 육아를 하는 날이다. 아침 시작은 참 상쾌했다. 토요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듯이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일어났다. 아침 일정한 시간만 되면 벌떡벌떡 일어나는 아이라서 주말 늦잠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아내는 출근 준비를 했고 나는 아이와 함께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다가 과자 한 개를 달라고 해서 먹더니 식욕이 돋았는지 아침밥을 달라고 했다. 주말이면 간편식으로 아침을 건너뛰고 이른 점심을 먹는 경우가 많지만 밥을 달라고 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밥을 일찌감치 올려놓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냉장고에 있는 반찬 몇 개를 꺼내 아침밥을 준비해줬다. 줄 때마다 얼마나 입을 크게 벌려가면서 먹던지. 잘 먹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한편으론 아침밥을 먹으면 점심때 밥을 잘 먹을 수도 있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한 뒤 아이와 놀아주고 있었다. 그런데 점심때쯤 되니 아이가 점심밥을 달라고 했다. 과연 얼마나 먹을까 걱정반 기대반으로 점심밥을 준비해줬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평소 먹여달라고 할 때가 많지만 이번 점심만큼은 스스로 수저를 들고 팍팍 퍼먹는게 아닌가. 너무 기특하고 행복했다. 내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실은 먹지 않아도 배부를만큼 아이가 스스로 먹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밥을 든든히 먹었으니 이제 낮잠만 평소대로 자면 아주 완벽한 나홀로 육아를 마무리할 수 있을듯했다. 아이의 눈에 졸음이 슬슬 몰려오자 아이한테 이제 코자 할까? 라고 권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 싫어. 안 졸려"


누가봐도 졸린 눈이다. 그런데 대답은 따로 논다. 몇 분 간격으로 다시 물어보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아이는 졸린 상태에서 놀려고하니까 모든 것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퍼즐을 맞추다가 뭐 하나 잘 안되면 집어던지고 과자를 너무 많이 먹어서 좀 덜 주면 그것 가지고도 별별 짜증을 다 낸다. 나의 체력과 정신력 모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럴 땐 어떻게든 빨리 재우는 게 상책이다.


아이를 꼬셔서 침대에 눕히는 것까진 성공했다. 이젠 느릿느릿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잠이 오게끔하면 된다. 빗소리ASMR도 잔잔히 틀어놨다. 이렇게면 30분 안쪽으로 잠들 것이 분명해보였다. 잠이 들려던 아이는 물이 먹고 싶다며 왔다리갔다리, 다른 책 읽어달라며 왔다리갔다리, 이 자세가 불편하다며 이리 뒤집 저리 뒤집. 심지어 내가 자는 척을 하면 일어나라며 옷을 잡아당기도 했다.


왜 안자는거니.. 졸린데 안자니까 더 짜증만 내는 아이를 보면서 멘탈이 흔들흔들한다. 그러다가 아이가 뒤집다가 실수로 발로 내 가슴팍을 찼다. 솔직히 전혀 아프지 않지만 엄청 아픈 것처럼 연기하면서 삐진 척을 했다. 웬걸 이게 먹혀들었다. 아이가 미안하다며 사과의 한마디를 남기고 뒤로 돌아 잠에 들었다. 잠이 든 아이를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니 재우려고 노력한 시간만 2시간.


요즘 뭐를 물어보기만 하면 "아니. 싫어"를 기본 값으로 가져가는 아이의 비위(?)를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커가는 아이의 주관이 강해질수록 점점 육아 난이도가 올라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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