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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Apr 18. 2024

작은 것에도 감동하는 법

부모 맞춤형 감동

아이가 생긴 이후로 모든 선택에는 아이의 상황이 최우선이 됩니다. 식당은 선택해도 아이가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어야하고 아이가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어야하죠. 놀러 갈 때도 아이의 낮잠 시간에 맞춰 이동하거나 잠자리는 아이가 자기 편하고 안전한지 등 아이가 선택 이유의 1순위가 됩니다.


그렇다보니 선택을 할 때마다 더 많이 찾아봐야하고 더 많이 고민해야하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설 때도 있습니다. 어른들이야 상황이 조금 바뀌더라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고 플랜B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좀 불편해도 참을 수 있죠. 하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부모라면 누구나 느끼실 것입니다.


퇴근을 앞두고 있을 무렵 오랜만에 피자가 먹고 싶다는 아내의 메시지가 왔습니다. 생각해보니 둘이 같이 피자를 먹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더군요. 항상 아이에게 맞춰왔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아니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아이도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을 만큼 컸고 또 새로운 맛을 보여주는 것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몇 번의 검색을 통해 맛집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이탈리아 느낌과 레트로 풍이 나는 맛집이었습니다. 혹여나 기다리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운 좋게 빈자리가 있어 앉을 수 있었습니다. 앉자마자 직원 분이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아이 식기는 따로 준비해드릴까요?"


식당에 가면 이렇게 물어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습니다. 알아서 챙겨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친절히 물어봐주신 덕분에 아이의 식기를 별도로 제공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제공받은 식기를 보고 사장님이 참 섬세하신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들에게 제공되는 컵은 깨지기 쉬운 유리컵에 포크와 나이프는 철제, 접시는 도자기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식기는 떨어트려도 깨지지 않는 깨끗하게 닦인 플라스틱컵,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날카롭지 않은 플라스틱 포크와 수저, 귀여운 작은 나이프가 플라스틱 접시에 가지런히 올려져있었습니다.


꼬마 손님이 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아이 맞춤형 세트로 준비가 되었던 것이죠. 누가봐도 결혼을 하지 않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올 것 같은 곳에서, 아이 식기를 굳이 구비해두지 않아도 큰 상관이 없을 것 같은 곳에서, 뜻하지 않은 섬세한 친절을 경험했습니다. 사장님도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누군가의 아빠겠구나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참 세심하게 배려해주시는 분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부모가 되어보니 이런 작지만 섬세한 친절에 쉽게 감동이 되더군요.


오랜만에 먹은 피자여서 그런지, 뜻하지 않은 친절을 받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먹어봤던 피자 중에 가장 맛있었습니다. 앞으로 피자를 먹자고하면 바로 그 식당으로 갈 예정입니다. 그 식당 단골 손님이 되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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