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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Apr 27. 2024

아이 없는 육아일기

자유시간인데 심심하다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친구들끼리 1박 2일로 여행을 갔습니다. 모처럼 만에 혼자만 있는 시간입니다. 하루 종일 편하게 책을 읽어볼까 생각도 하고 동네 산책을 한바퀴 또 돌아볼까도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당일이 되자 급한 회사일로 당직근무를 해야했습니다.


당직근무가 하루 종일하는 것은 아니라서 혼자만의 여유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잠도 좀 자고 운동도 다녀오고 밥도 챙겨먹고 나니 심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그렇게도 소중했던 나만의 휴식시간이 이번을 꽤나 길게 느껴집니다.


마땅한 취미가 없어서 그럴까요? 전 게임을 하지도 않고 TV를 보는 것도 그렇게 좋아하진 않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좋아하지만 몇 시간씩 책을 읽을만큼은 아닙니다. 그냥 누워서 유튜브만 쳐다보기엔 시간이 또 아깝게 느껴집니다. 평소엔 몇 시쯤 어디를 가고 몇 시까지 이동을 해야하는 등 세세하게 동선까지 만들정도로 굉장히 계획적인 저였지만 이번 주말은 혼자 있으니 그런 계획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집니다.


영화 한 편을 보고나니 시간이 그래도 조금은 흘러갔습니다. 영화에 몰입하는 시간만큼은 그래도 빠르게 흘러가더군요. 그런데 막상 영화가 끝나고나니 또다시 시간이 더디게 흘러갑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는 여유(?)가 생긴 것도 있죠.


참 소중한 혼자만의 시간인데 왜 이렇게 느리게 흘러갈까를 고민하다보니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대화하는 상대가 없어서인 것 같네요. 전 참 말이 많은 사람입니다. 처음 보는 모임에서도 오디오가 끊어져서 어색해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서 이것저것 말을 이어나가기도 합니다. 여행도 혼자 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멋진 곳이 있다면 같이 감상하고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고, 맛집을 가도 같이 맛있게 먹고 얼마나 맛있는지 또 오고 싶은 곳인지 등등 대화를 나눠야 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대화할 상대가 없으면 뭐든 지루하고 심심합니다. 그래서 전 어디를 가느냐, 무엇을 먹느냐보다 누구랑 가느냐, 누구랑 먹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1박 2일의 혼자만의 시간이 제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줍니다.


어떤 일이든 그 다음을 고민해야겠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간절히 원하다가 막상 내 손에 있게 되면 간절한만큼 기쁘진 않습니다.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 미리 고민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혼자만의 시간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치열하게 육아전쟁을 벌일 때면 제발 좀 자라, 나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막상 그런 시간이 오면 뭘 할지 어떻게 이 시간들을 써야할지 고민해둬야한다는 것입니다.


아이 없는 육아일기를 쓰다보니 아내와 아이의 얼굴이 보고 싶습니다. 금방이라도 물 마시고 싶다며 방에 나올 것만 같은 아이와 그런 아이를 보며 빨리 마시고 오라며 재촉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돕니다. 1박 2일의 여행을 마치고 오면 이 둘을 그냥 한번 꼭 안아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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