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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Apr 23. 2024

아내와 함께 동네산책

평화로운 산책길

제가 오후 출근을 할 때면 오전엔 항상 아파트 헬스장으로 운동을 갑니다. 그런데 아파트 헬스장도 한 달에 하루정도는 휴관을 합니다. 휴관일이면 오전에 뭘 할까 고민하기도 하는데, 오늘은 아내와 함께 동네산책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아내도 일이 여유가 있어서 오전에 시간을 비워둘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저와 아내는 오랜만에 둘 만의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동네 뒷산이라고해봐야 언덕정도에 불과하지만 이리저리 돌다보면 40~50분은 걸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내와 함께 연애를 할 땐 참 많이 걸어다녔는데 아이가 생기고 난 뒤로부턴 둘이 걸을 일이 거의 없더군요. 참 간만에 산책길이었습니다.


가볍게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가끔 코끝을 스치는 봄꽃 향기가 참 향기로웠습니다. 곳곳에 핀 꽃을 본 아내는 열심히 카메라를 켜서 연신 셔터를 누릅니다. 그리곤 머쓱한 듯 한마디를 하더군요.


"꽃이 참 예쁘고 좋아보이네. 나이 들었나봐"


연애할 때는 잘 보이지 않았던 꽃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까 이젠 눈에 조금씩 들어오는 모양입니다. 우리의 부모님들의 프로필 사진은 모두 꽃으로 도배되어있는데 그런 과정을 하나씩 밟아나가는 걸까요. 그래도 참 감사했습니다. 연애할 때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던 꽃이 눈에 들어오는 날까지 함께하고 있다는 점 말이죠.


동네산책길은 아이가 있는 어린이집에서도 종종 나와서 노는 길이기도합니다. 아내는 어떤 생각이었을지 모르겠지만 혹시나 둘이 산책을 하다가 어린이집 친구들끼리 나와서 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멀리서라도 볼 수 있을까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 기대는 기대에 불과했지만 혹시나 마주칠지 모르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나름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이의 모습. 나와 아내가 모르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친구들과는 잘 지내고 있는지,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있는지. 어린이집 선생님을 통해서 전달받긴 하지만 제 눈으로 꼭 보고싶은 욕심이랄까요.


평화로운 오전 잠깐의 시간의 틈이 만들어준 동네산책길이 참 좋았습니다. 헬스장 휴관일로 우연히 시작됐지만 이젠 종종 아내에게 함께 걸어보자고 이야기하려합니다. 매일 가는 산책길이라도, 너무 익숙해져서 지루해도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제일 중요하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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