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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Apr 22. 2024

맛있게도 먹네

귀여움 반 걱정 반

날씨가 더워져서 아이 옷을 살 겸 근처 쇼핑몰로 향했습니다. 아이 옷을 사러가는 일을 무척이나 힘들더군요. 아이는 자기 옷을 사는데도 별 관심이 없고 아내만 열심히 이곳저곳을 뒤적거립니다. 저에게 주어진 역할을 아이가 주변 손님들에게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일입니다. 아이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고 소리도 지르고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생각보다 얌전하게 조용하게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자기 옷을 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여전하지만 이정도면 아주 양호했습니다. 덕분에 아내가 옷을 고르는 동안 큰 무리없이 아이를 볼 수 있었죠.


옷을 다 고르고 이동하려는데 아이가 뜬금없이 초콜릿을 먹고 싶다고 하는 것입니다. 마치 잘 기다렸으니 보상을 해달라는 것처럼 말이죠. 근처 식품코너에 붙어있는 마트로 향했습니다. 예쁜 캐릭터가 그려진 자기 얼굴 반만 한 초콜릿을 집어들더군요. 큰 것을 집어든 것도 놀랐지만 아내는 손에 묻을 것을 염려해서 그런지 막대가 있는 것을 권했지만 아이는 완강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초콜릿을 고른 아이는 차로 이동하는 내내 작은 입으로 야무지게 한입한입 배어물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애착인형도 저한테 맡겨두고 혹여나 떨어뜨릴까 양손으로 꼭 쥐고 먹더군요. 주차장에 도착해서 아이를 보니 입 주변이 초콜릿으로 가득했습니다. 마치 수염이 자란 것처럼 말이죠.


어찌나 귀엽고 예쁜던지..그렇게 맛있었는지 혀로 날름내름하면서 얼굴 반만 한 초콜릿을 전부 다 먹어치웠습니다. 저희 부부는 단 것을 최대한 늦게 주자는 원칙상 초콜릿 1개를 온전히 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걱정도 들었습니다. 너무 단 것만 찾으면 어떻게 하나, 이가 썩으면 어떻게 하나. 집에 도착하자마자 양치부터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가 어떤 것이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참 흐뭇합니다. 나홀로 육아를 할 때 이유식을 넙죽넙죽 받아먹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너무 잘 먹는 모습에 제가 배고픈지도 모르고 끼니를 건너뛴 적도 있죠. 


"너희들 밥 잘 먹는 모습만 봐도 난 배가 부르다"


이렇게 종종 말씀하시던 부모님의 입장이 조금씩 이해가 갑니다. 실제로 배는 고프겠지만 그것보다 잘 먹는 예쁜 모습이 훨씬 더 우선순위에 있다는 것을 말이죠. 그래도 아이한테 초콜릿이나 사탕, 젤리보단 약간은 몸에 더 좋은 것을 잘 먹어줬으면 하는 욕심도 슬쩍 부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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