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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May 01. 2024

팔 운동을 하려던 이유는 아니었지만..

걸어줄래? 제발..

간만에 제 휴가와 아내의 가게 휴무일 맞췄습니다.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각자 오전에 밀린 개인 일을 처리했습니다. 그리곤 여유 있는 점심을 먹고 커피도 한잔하고 동네 산책을 했습니다. 마지막엔 하원 시간에 맞춰 아이를 픽업한 뒤 아이와 함께 동네도 걸으면서 돌아보고 동네 놀이터도 가볼 생각이었죠.


느긋했던 하루의 마지막 아이를 픽업하고 난 뒤 동네를 걷는데 아이가 자꾸 안아달라고 합니다. 겁이 많은 아이의 성격이 그대로 나오는 것인지 몰라도 차가 많다며 안아달라, 사람이 온다며 안아달라. 안아달라는 이유도 참 이것저것 많이 만듭니다.


저희 부부는 아이에게 걸어가야하는 이유를 또 다양하게 만들면서 걷게 합니다. 언니가 됐으면 스스로 걸어가야한다, 차는 이쪽으로 오지 않으니까 무서운 거 아니다 등등.. 하지만, 결국 승자는 아이의 몫이 됩니다. 어린이집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길의 80% 이상은 제가 안고 갔습니다.


아이를 안고 한참을 걷다 보니 문뜩 아이 돌잔치 때가 생각납니다. 걷는 게 조금 늦은 탓에 돌잔치땐 잡고 서는 것만 할 줄 알았던 아이였는데요. 현장 스냅사진도 찍어야하고 돌잔치에 와주신 손님들께도 인사하려다보니 저와 아내 모두 아이를 하루 종일 안고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번갈아가며 아이를 안아주다보니 다음 날 팔이 말을 듣질 않는 것입니다. 팔 전체에 느껴지는 근육통에 저와 아내 둘 다 종일 고생했었습니다.


하원길 아이를 안고 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동안에 몸을 관리하겠다며 팔 근육 운동을 열심히 해뒀던 것이 도움이 됐는지 팔 통증은 아예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최근에 아이가 안아달라고 해서 한참을 안아줘도 예전처럼 팔에 근육통이 오진 않더군요. 팔 운동을 하는 목적이 이런 이유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득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팔 근육이 조금 생겼다고해도 아이를 안고 다니는 것은 참 힘들긴합니다. 팔은 안 아파도 체력이 정말 빠르게 소모되는 느낌이 듭니다. 충분히 잘 걸을 수 있고 잘 뛰어다니지만 잊을만하면 안아달라고 말하는 아이. 어떻게하면 더 걷게할 수 있을까. 어떻게 꼬셔야 걷겠다는 마음이 생기게 할까. 아이에게 걸어야하는 이유를 수도 없이 생각해봅니다. 그냥 걸어줄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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