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또 오해영’에 나온 대사다. 2016년에 나온 드라마인데 최근에 정주행 중이다.
첫 화부터 강렬했다. 여자 주인공인 서현진이 결혼 전 날에 차이면서 드라마가 시작된다. 파혼 후에도 인생이 계속 꼬인다. 파혼 경험이 있는 나에게 드라마 한 장면 한 장면, 한 대사 한 대사가 참 와닿았다.
짠하고 불쌍하기 그지없는 드라마 속 서현진은 이렇게 말한다.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 되길 바란다고. 지금 내가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열심히 살고 있다. 원 없이 놀고, 그러다 반성하고, 가끔은 사색에 빠져있다. 그리고 불안한 지금 이 순간을 빼곡하게 기록하고 있다. 메모장에, 일기장에, SNS에 지금의 나를 적고 있다.
유튜브 ‘알쓸인잡’에서 일기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는 '중2병'이 오기 시작했을 때 힘들었던 일들을 일기장에 적었는데 일기가 생존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나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는 건 미래를 생각한다는 거고, 희망이 없으면 일기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일기는 곧 나에 대한 애정이고 삶의 의지인 거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아이유도 일기에 대해 비슷한 말을 했다. 불안했던 연습생 시절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일기를 드문드문 쓴다고 했다. 아이유는 이걸 긍정적 신호라고 여겼는데, 그 이유는 일기를 쓰지 않아도 편안한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일기에 관한 일련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니 일기를 쓰고 있는 내 자신이 대견했다. 내가 나를 충분히 사랑하고 있구나. 엉망진창인 내 삶도 언젠가 나아지겠구나. 일기를 쓰지 않아도 되는 그날이 올 때까지 나를 계속 기록해야겠다.
(사진 출처 : 아이유 '밤편지' 뮤직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