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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향 Apr 03. 2023

J형 인간의 반성

 MBTI 뒷자리가 J로 끝나는 나는 계획형 인간이다. 

여행 가기 전 엑셀을 켜서 일정표를 짠다. 가고 싶은 식당의 영업시간이나 여행지 동선을 체크한다. 해외여행을 할 때는 현지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을 유튜브로 검색한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싶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돌발 상황은 발생하고, 멘탈이 붕괴된다.


 그러던 요즘 '우연'이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손을 꾹 움켜쥐어도 손가락 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들이 있는 반면, 손을 펼치고 나서야 비로소 손바닥에 남겨진 것들이 있다.   


1. 각 잡고 찍은 사진보다 우연히 찍힌 사진 속 내가 마음에 들 때가 있다. 


2. 마음이 복잡하던 시기에 우연히 글쓰기 수업을 접하게 됐다. 갑작스러운 비용 지출에 신중한 편이지만 덜컥 들어보기로 결심했다. 글쓰기는 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취미였고, 취미를 루틴으로 만들려면 때론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쓰기 수업 덕분에 브런치도 시작했고, 새로운 활력소를 찾았다.


3. 회사에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연이어 터졌다. 덕분에 동료들과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개인적으로는 미래 준비에 매진하게 됐다. 뜻밖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부단히 서핑 중이다. 파도가 꽤나 자주 와서 훌륭한 서퍼가 될 것 같다.


 “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나온 대사다. 

인생에서 절반 이상은 내가 뜻하지 않은, 계획하지 못한 일들이다. 인생이 내 맘 같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도 다행인 건 뜻밖의 불행이 있을 때도 있지만, 예상 밖의 행운도 있다는 거다. 그러니 가끔은 우연에 운명을 맡겨봐야겠다. 어쩌면 운명이 결정되는 드라마틱한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소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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