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요즘 흔히들 하는 이야기다. 내가 보기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사람은 타고난 천성이라는 게 있지만, 사회화를 통해 진화한다. 나는 이걸 '학습효과'라고 부른다. 나의 실수와 잘못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을 겪은 뒤 반성과 개선 의지를 반복하다 보면, 이전보다 나아진 내가 될 거라고 믿는다.
20대부터 약속이 많았다. 숙취로 고생한 날도 잦았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서 약속을 취소하거나 늦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다 정말 친했던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너는 내 약속이 우스워?" 내가 좋아하는 모임에 있는 어떤 친구도 한마디 한 적 있다. "너 이럴 거면 약속 시간을 왜 잡아?"
그 이후로는 나만의 규칙을 만들었다. 술을 많이 마시는 모임이 있는 다음 날엔 약속을 잡지 않는다. 약속 시간을 역산하여 할 일을 마무리한다. 요즘은 약속 시간에 늦는 일이 거의 없다. 과거의 내가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중요한 건 현재의 나는 누구보다 약속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는 거다.
숱한 이별을 통해서 보기 좋은 모습으로 헤어지는 법을 학습했다. 1번, 떠나는 사람의 발목을 붙잡지 않는 것. 이미 벌어진 사이를 억지로 붙일 수 없다는 걸 안다. 붙잡아봤자 상처받는 건 나일뿐. 2번, 떠난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는 것. 이별한 사람과는 거리를 둘수록 아름다운 법이다. 헤어진 연인은 멀리서 봐야 예쁘다. 3번, 일방적인 차단으로 관계를 억지로 끊어내지 않는 것. 당장은 꼴 보기 싫더라도 끝맺음엔 예의를 갖춰야 한다. 뒷모습은 잔상에 오래 남더라.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학습 중인 부분이 많다. 술을 절제하지 못하고, 게으르고 나태한 면도 있다. 쓸데없는 걱정을 사서 한다. 내 본성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반복되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니, 10년 후의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겠지.
작심 3일도 반복하면 습관이 된대요...
(사진 출처 : TVING '술꾼도시여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