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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향 Jul 17. 2024

잠깐 엉망이어도 괜찮아


오늘은 너무 힘들지만, 더 나은 내일이 올 거라는 믿음이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한다.




1. 인생곡선

아침마다 신문에서 '오늘의 운세'를 보듯 나의 '바이오리듬'을 체크했던 적이 있다. 바이오리듬이란 우리 몸의 육체·감성·지성이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움직인다는 원리다.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오늘의 내 상태를 체크해 준다. 몸과 마음, 머리가 완벽한 날이 있는가 반면 세 가지 지수 모두 불안정한 날이 있다.


30여 년 이상을 살다 보니 인생이 바이오리듬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같다. 일이 잘 풀릴 때가 있는가 하면, 일이 자꾸 꼬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래도 감사한 건 내리막을 걷다 보면 언젠간 변곡점을 만나 상승세로 돌아설 때도 오긴 온다는 거다.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는 코사인그래프 (*바이오리듬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아닌 유사과학입니다.)


2. 음의 영역 vs 양의 영역

요즘 완벽한 사람을 상징하는 말로 '육각형 인간'이라는 단어를 쓴다. 외모/성격/집안/학력/직업/자산 모든 꼭짓점이 정점에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나는 '내 인생이 행복한가?'를 점검할 때, 육각형을 체크한다. 회사(일)/가족/연애/친구/재정/건강.


출처 : 2024 부산 서면 전시 '육각형인간' 상세페이지


'음의 영역'에서의 내 상태는 이렇다. 회사에서는 일이 잘 안 풀린다. 평소 하지도 않는 실수를 하는가 하면, 제안 메일을 보내면 감감무소식이다. 누군가 안 되라고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될 것 같은 일도 안 되는 그런 날들이 있다. 그럴 때는 꼭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문제가 있다. 사람들이 왜 자꾸 내 마음에 안 드는 행동만 하는 건지, 평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 시기에는 꼭 내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머피의 법칙'이라는 단어가 1949년부터 있었다고 하니까 안 좋은 일이 겹쳐서 생기는 건 예부터 불변의 진리였나 보다. 생각이 많으면 잠을 못 자니까, 피부 상태도 좋지 않다. 우울한 마음을 술로 풀게 되면, 건강은 바닥을 친다. 퉁퉁 부은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하루를 버텨낸다. 재정 상태는 늘 좋지 않다. 이렇게 여섯 개의 꼭짓점이 마이너스로 향할 때가 있다. 육각형이 쪼그라들어 하나의 점이 되어버릴 것만 같은 엉망인 상황이다. 그럴 때면 늘 생각한다.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 뭐 해?'


다행히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런 암울한 주기를 지나 다시금 '양의 영역'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들이 크게 나아진 건 없지만, 내 마음가짐이 그렇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생각했다.

'내 인생은 왜 맨날 힘든 걸까?' '돈도 없고, 백도 없는 나는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왜 이렇게 나태한 걸까?' 자기 비하와 한탄을 늘어놓았지만 감사하게도 지금은 '열심히 살아보자'라는 의지가 생겼다.


그러니, 번 아웃이 왔다는 동기에게도 "우리 인생 며칠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 그냥 좀 쉬어봐"라는 부끄러운 조언을 건넬 수 있었다. 친한 친구가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다 말할 때도 이렇게 말했다. "퇴근하고 나서 재밌게 할 일들을 찾아봐. 회사에 너무 마음을 두지 않는 것도 방법이야."


인생곡선이 있다는 걸 알기에 나는 얼마 후의 내가 또 넘어지고, 좌절하고, 무너질 것을 안다. 이 글 역시 곧 다가올 음의 영역에 있는 나를 위해 남기는 글이다.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가수 아이유는 '아이와 나의 바다'라는 노래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 삶에게 지는 날들도 있겠지
또다시 헤맬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


슬프게도 아직 내 인생은 음의 영역에 있는 날들이 많은 것 같다. 조만간 또 힘든 시기가 찾아오겠지만, 그때는 내가 기록해 둔 이 글을 읽으면서 어둠의 터널을 빠르게 벗어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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