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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향 Oct 27. 2024

10년 후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요?

에필로그 (Epilog)


긍정 에너지의 연쇄 효과

주말 오후 5시 광화문에서 합정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혼잡’이라는 메시지가 불안했는데, 버스 안에 사람들이 한가득 차 있었다. 비좁은 틈에서 버스 손잡이에 간신히 몸을 의지한 채 가고 있었는데, 아이 둘을 데리고 탄 아버지가 있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 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그 아버지는 "저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니 괜찮아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할아버지쯤으로 보이는 남성분은 아이들에게 "여기 기둥을 잡으면 좀 더 편할 거야. 여기 잡아 봐"라면서 말을 걸었다. 몇 마디 안 되는 아주 평범한 대화였는데,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신촌을 지나니 사람들이 많이 내렸고, 버스 안은 한적해졌다. 중년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버스에 탔는데,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자리를 양보했다. 그러자 그 중년 여성분은 "어머, 저 아직 할머니는 아니에요! 앉아도 괜찮아요!"라면서 웃어 보였다. '오늘 버스엔 다정한 사람들만 탔네.' 혼잡한 버스에서도 잠시나마 평화를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살기가 참 퍽퍽해진 요즘이다. 경제도 좋지 않다. 주변에서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기업 이야기를 자주 접한다. 여유가 없으니 다들 마음도 각박하다. '묻지마 범죄'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오죽하면 '2025 트레드 코리아'에 '아주 보통의 하루'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는 키워드가 등장했을까. 힘들 때일수록 서로가 서로를 돌봐주면 좋겠는데 현실이 참 어렵다. 옆을 둘러보고, 사소한 배려를 건네고, 배려에 감사할 줄 알고, 이를 따라 해야겠다는 선한 행동의 연쇄 반응이 우리 사회를 조금은 행복하게 만들지 않을까. 만원 버스에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


30대의 정중앙에 서있다. 나이 먹는 게 두려워 글을 쓰리라 다짐했다.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나태해지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았다. 40대를 잘 맞이하기 위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적었다. 힘들 때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원동력이 뭔지 짚어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늙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내 대답은 '나이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라는 답을 내렸다.


서른다섯, 한 번의 파혼을 겪었고, 아버지의 빚을 안고 살아가는 평범 이하의 직장인이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려는 마음, 앞으로는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적어보고 싶었다.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가 누군가에게 혹은 앞으로 더 힘들어질 수도 있는 나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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