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면 개고생

발리 한달살이 Day 1

by 나우히어



들뜬 마음에 그리고 오랜만의 그것도 딸과 둘이 하는 출국이라 약간의 긴장감을 가진 채 집에서 오후 1시에 출발했다. 2:15 즘 공항 도착. 체크인 정도는 미리 대한항공 어플을 통해서 해왔더니 수하물도 줄 설 필요 없이 셀프로 부치면 된다고 해서 생각보다 금방 끝나버렸다. 남편과 어영부영 작별인사를 나누고 검색대를 통과한 후 드디어 우리는 그렇게나 오고 싶었던 라운지와 면세점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라운지에서 뭘 많이 먹지도 면세점에서 뭘 그리 사지도 않으면서 그냥 이곳이 그리웠었다. 딸도 그랬는지 출국장을 통과하자마자 숨을 크게 들이쉬며 “아 이 공기~”라고 허세를 부린다. 오랜만에 온 만큼 오늘은 특별히 라운지를 2군데 이용해 보기로 했다.



먼저 들른 곳은 현대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마티나 라운지. 딸도 현장 할인 및 SKT 할인까지 적용되어 생각보다 싼 가격에 입장할 수 있었다. 뭐 어차피 할인이 안되었어도 들어왔겠지만 할인까지 되니 더 기분이 좋아졌다.



점심을 안 먹은 터라 이것저것 집어먹고 조금 앉아있다가 면세점을 구경하러 나섰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사기는 섭섭해서 립스틱 하나랑 집에 몽땅 두고 온 마스크팩을 구입하고 이번엔 칼라운지로 고고~



오 여긴 모닝캄 회원 적용되어 둘 다 무료입장!



공항에 생각보다 사람이 적다 했는데 알고 보니 모두 여기 들어와 있었나 보다. 빈자리가 많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배가 고프진 않았기에 음식은 맛만 보고 나는 맥주 한잔 더~딸이 “엄마 또 맥주?”한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비행기에서는 와인도 마실 건대~’ 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 탑승~그래도 미리 앞쪽 자리로 좌석을 지정해 놓아서 프레스티지 석이 크게 부럽진 않았다. 이륙 후 1시간 즘 후, 기내식이 나왔다. 선택지는 2가지. Beef with Potato, Chicken with Rice. 하나씩 시켜서 나눠먹기. 함께 나온 고구마 샐러드와 빵까지 야무지게 먹고,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도 먹고, 나는 커피 한잔까지 마시고 나니 이번 출국을 앞두고 가장 기대했던 부분들 중 큰 부분은 벌써 모두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남은 것은 고생뿐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


역시 그런 예감은 틀리지를 않아.

우리 좌석 근처에 탄 갓난아기가 거의 계속 울어대는 통에 나는 말할 것도 없고 딸도 잠을 1도 자지 못했다. 뭐 예상은 했지만, 그리고 나나 딸이나 목이 쉴 정도로 울어대는 아기를 원망하는 마음보다는 말도 못 하는 저 아기는 지금 얼마나 힘들까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컸기에 짜증이 나지는 않았지만, 눈꺼풀은 감기는데 잠은 안 들고 몸은 무거운데 어떤 자세를 취해도 불편하기만 한 상황이 힘겹기는 했다.


아기의 울음소리와 불편한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착륙을 기다렸건만 막상 착륙을 한 후에도 기다림의 시간은 계속되었다. 덴파사르 국제공항을 빠져나가기까지 5~6 군데의 순서를 거친 후에야 캠프 주최 측이 들고 있는 환영 문구를 발견해 이제 호텔로 갈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함께 버스에 타야 할 총 12팀 중 우리가 2번째로 도착한 것이어서 또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버스에 탈 수 있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이야 올라간 후에야 드디어 모습을 나타낸 3주 동안 머무를 호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꾸따가 아니라 웅가산). 말 그대로 산속에 위치한 호텔.



사실 처음 내가 봤던 이 캠프 홍보글에는 꾸따 지역에 위치한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이라고 분명히 기재가 되어 있었다. 오늘(둘째 날) 다른 엄마들이랑 얘기하다 보니 나만 그렇게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중간에 뭐가 바뀐 건지 아무튼 우리는 꾸따가 아니라 지금 더 남쪽인 울루와투 지역에 와 있다. 뭐 이제 와서 어쩌겠는가. 주구장창 택시를 불러 타고 나다녀야겠지만 산속에 위치한 호텔 나름대로의 장점을 즐겨야지.



호텔 로비에서 또 체크인을 위해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드디어 이곳 시각 새벽 2:30(한국 시각 새벽 3:30)에야 룸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둘이 지내기에 룸이 크고 뭐 그래도 제일 좋다는 꼭대기 층이었고, 수영장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도 있어서 쌓였던 피로가 조금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집을 나선 지 꼬박 14시간 30분 만에야 겨우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집 떠나면 개. 고. 생. 할걸 뻔히 알면서도 그 고생을 말 그대로 비싼 돈 주고 사서 하게 된 2022년의 여름. 언제나 그렇듯 이 고생도 또 지나고 나면 그리울 추억이 될 것을 알기에 우리는 발리에서의 둘째 날을 기대하며 잠들었다.




발리에 있는 동안 매일 나는 한 편의 글을 쓰고 딸은 한 편의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우선 시작은 했는데, 과연 이 공조가 끝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반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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