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비치클럽

발리 한달살이 Day4

by 나우히어



캠프 이틀 째이던 어제 오후 단톡방에 가슴이 철렁하는 공지가 올라왔다. 아이들 중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마침 아이들이 일정을 마치고 체크아웃을 할 시간이어서 삼삼오오 모여든 엄마들의 얼굴과 목소리에는 걱정과 불안과 난감함이 뚝뚝 묻어났다.


캠프 시작 전 한국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이었어서 모두들 각별히 조심하고 긴장하며 발리에 들어왔는데, 캠프 시작 이틀 만에 코로나 확진자라니. 같은 반이 아니라고 해도 이미 첫날 오후에 물놀이도 하고 밥도 계속 같이 먹었는데 이러다 다른 아이들도(내 아이도) 줄줄이 걸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모두들 당황하고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다행히 주최 측에서 어제 오후부터 전문 의료진을 투입해 코로나 검사를 실시한 결과, 오늘까지 추가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아 다른 학생들은 캠프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하는 분위기이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 오전에 엄마들끼리 비치클럽을 가려고 했던 계획이 어제 오후만 해도 무산되는 것 같았다. 어제 오후 공식 일정이 끝난 뒤 모두들 최대한 각자의 룸에 머무르며 조용히 지내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 다시 모인 엄마들은 애들 컨디션 다 괜찮으니까 우리도 후딱 비치클럽이라는 곳을 다녀오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발리에 유명한 비치클럽이 너무나 많지만 우리는 여기와서도 아이들 일정이 끝나기 전 돌아와야 하는 신세였으므로 가장 빨리 오픈한다고 되어 있고 호텔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수영복을 챙겨 로비에서 모이기로 했다.



총 7명, 택시를 2대 불러 나눠 타고 약 15분을 가다 보니 저 앞에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빠당빠당 비치를 지나 우리가 도착한 곳은 술루반 비치 앞에 위치한 싱글핀 비치클럽.


오전 9:30인 대도 벌써 꽤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의 워터파크처럼 썬베드나 데이베드를 미리 예약하고 앉아야 하는 건가 싶어 예의 바르게 문의를 하고 안내를 기다렸는데 딱히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조금 기다리다 너무 더워 그냥 자리를 잡고 마실 것을 시켰다. 우리가 시킨 것은 각자의 취향껏 칵테일, 프룻 주스, 커피 등 다양했다.



수영장과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너도나도 사진을 찍어대다가 또 더워진 우리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역시나 수영복도 개인의 취향만큼 다양했다. 심지어 7명 중 3명은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아 물에 들어오지 않았다.

솔직히 이번 발리 한달살이를 앞두고 아주 조금 딸도 나도 마음에 맞는 친구를 사귈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3~4일 지내보니 그건 쉽지 않을 것 같고 있는 동안 딸도 나도 사람 때문에 마음이 상할 일만 없으면 다행이겠다 싶어졌다.


그래서 과일주스를 시키든 수영장을 앞에 두고 안 들어가든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의 눈에 나의 행동이 다 좋아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들의 기준을 일일이 맞춰가며 지낼 필요가 없듯이 나 역시 누군가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지만 그렇다고 그걸 일일이 문제 삼거나 트집 잡을 필요가 없는 것일 테니까.

그러기에는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니까.



그 다짐은 점심 메뉴를 고를 때도 이어졌다. 나는 당연히 비치클럽에서 점심도 먹고 최대한 더 있다가 아이들이 끝날 시간에 맞춰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은, 수영복을 가져왔지만 막상 너무 뜨거운 햇살 아래서 급 피곤해진 몇몇은 점심은 다른 데로 가서 먹자고 하였다.


아니 여기까지 왔는데 벌써 간다고?

내 친구들이었다면(애초에 온 지 2시간 만에 돌아가자고 할 일이 없겠지만) 짜증을 냈거나 설득을 했겠지만 우선 상황을 좀 지켜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뭐 그들 역시 한국에 돌아가서 볼 가능성이 적은 사람들 앞에서 굳이 자기주장을 강하게 내세우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는지 자연스럽게 비치클럽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는 걸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하여 또 한 언니가 시킨 치킨버거 인생샷을 건지고 이번 발리 캠프에 2번째 참여하는 왕언니가 캠프 주최측 대표에게 다이렉트로 전화를 하여 급 마사지를 예약하게 되었다.



마사지를 받고 호텔로 돌아와 일정이 끝난 아이를 만나 호텔 수영장에서 간단히 물놀이 후 아이는 미리 신청해둔 무비데이에 들여보내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이다.

글을 쓰며 이것저것 검색하다 보니 오늘 우리가 갔던 싱글핀 비치클럽은 밤이 되면 클럽으로 변하는 나름 핫한 곳이었다. 특히 코로나 전에는 오후 4시부터 젊은이들이 모이는 석양 맛집이자 핫한 클럽이었던 것이다.

내가 오전에 봤던 모습이 다가 아니었구나. 비치클럽 너도 두 얼굴이었던 거니? 낮에는 청량하게 밤에는 끈적하게?



과연 발리에 있을 동안 밤의 비치클럽을 경험하게 될 날이 오기는 할까. 아직은 남아 있는 날들이 훨씬 더 많으니 아주 조금은 기대를 해봐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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