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한달살이 Day 6
말 그대로 완벽했던 흠잡을 데 없었던 발리에 온 지 6일 차 금요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왜 때문인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오늘이다. 왜 때문인지라고 썼지만 나는 안다. 그 이유를.
사실 딱 오전까지는 내가 생각했던 대로 순조롭게 흘러갔다. 하지만 마사지를 받을 때부터 조금씩 아쉬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일주일도 안된 시간 동안 꽤 친해진 언니의 아들이 어젯밤에 아프기 시작해 오늘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결과 양성이 나오는 바람에 그 언니도 아들도 PCR 검사 후 룸콕하는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언니까지 총 3명으로 예약해두었던 마사지 및 이후 점심식사와 마트에서 장보기는 또 다른 멤버로 채워졌지만, 캠프 일정 후 금요일 저녁의 시간은 오롯이 나와 딸 둘이 보내게 되었다.
다른 반에서 확진자가 나와 다들 조용히 룸에서 지내는 분위기였던 화요일 저녁처럼 캠프 시작 후 처음 맞은 금요일 저녁이지만 수영장 및 식당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주최 측의 공지로 인해 모두들 룸에 있거나 가족 단위로만 나가거나 하는 분위기였다.
아들이 코로나 걸린 언니네와 또 다른 언니네와 나와 딸. 3팀이 원래 오늘 가려고 했던 곳은 울루클리프하우스라는 곳이었다. 절벽에 위치한 비치 클럽이자 노을 맛집이라는 곳. 하지만 분위기상 그리고 다른 언니네의 첫째 딸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결국 나와 딸만 나가게 되었고,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저녁에 어린 딸을 데리고 너무 멀리 가기는 무리일 것 같아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다시 검색을 해보니 “락바”라는 곳이 나왔다.
사실 그곳도 갈까 말까 망설이기는 했다. 일주일의 일정을 마친 딸은 룸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운 폼이 딱 봐도 내가 끌고 나가지 않으면 굳이 나가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았고, 락바든 클리프하우스든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아직 초딩인 딸과 단둘이 가기에는 어딘지 좀 어색하고 아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금요일 저녁에 호텔에만 그것도 방에만 있는 건 내 스타일은 아닌 거 같아서 택시를 불러 락바로 향했다.
결과는 대만족. 딸도 연신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에는 저 환상적인 색감이 모두 담기지가 않는다며 노을을 한참 바라보고, 수박주스, 망고주스, 오징어튀김, 새우튀김, 닭튀김을 야무지게 먹었다.
락바는 아야나 리조트라는 고급 리조트 안에 위치한 곳이어서 오고 갈 때 리조트 로비나 수영장을 지나게 되었는데, 우리가 현재 머무는 곳과 비교를 하며 이곳에서 딱 하루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둥, 로비의 구석진 소파에서 몰래 자도 모를 것 같다는 둥 비슷한 생각을 주고받으며 금요일 저녁의 여유를 누렸다.
멋진 사진도 많이 찍고 딸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었지만, 돌아가는 발걸음이 참 안 떨어졌던 건 어쩔 수 없었다.
1살 차이에 키도 크고 성격도 쿨하고 사진도 잘 찍고 인생의 쓴맛 단맛을 겪어본 자에게서 느껴지는 삶과 사람에 대한 여유로운 태도를 지닌 그 언니와 함께 왔다면 정말 완벽한 하루가 되었겠다는 아쉬움이 계속 남았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너무 한 사람에게 푹 빠져버렸나. 아까 낮에 나답지 않게 타이레놀이랑 책도 문 앞에 놔주고 마트 가는 길에 물어봐 커피, 사과, 초코우유도 사다 줬다. 캠프 일정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다시 연락을 하거나 만나게 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들이 코로나를 잘 극복하고 남은 캠프 일정에 무사히 참여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P.S
정말 사진으로 다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아름다웠던 노을을 보며 또 그리운 사람이 있었다. 엄청나게 덥다는 한국에서 휑한 집에 고양이와 단 둘이 있을 누군가.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