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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Sep 29. 2022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

존재를 너머 행동으로도

 

어제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나는 물욕이 없는 편이라고 스스로를 포지셔닝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가 보다. 기분이 좋았다.     


며칠 전 동네에서 저녁을 먹은 후 나와 딸은 소화를 시킬 겸 산책을 하러 가기로 했다. 산책을 그다지 즐기지 않아 바로 집으로 갈 남편에게 각자의 짐을 맡겼는데 그중에 나의 카드지갑이 있었다. 그때 생각한 걸까? 10년 어쩌면 15년 정도 썼을 그 당시 남편이 사줬던 오래된 카드지갑을 그도 눈여겨봤나 보다.      


어제저녁 테이블 위에 리본 포장까지는 안되어 있었지만 딱 봐도 고급져 보이는 흰 박스가 놓여있어 열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의 카드지갑이 들어있었다.      



업무적인 특성상 그리고 타고난 성향상 물질적인 보상에 능숙(?)한 남편은 선물을 받을 사람이 무엇을 좋아할지를 잘 파악하여 기분 좋은 깜짝 선물을 해주었다.      


<give and take>라는 표현과 그러한 삶의 방식을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또 역시 물질적인 보상만큼 확실한 표현 방법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기도 했다.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물론 때에 따라서는 나온 금액 나누기 n을 하여 정확하게 계산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나는 지난번에는 내가 얼마 냈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얼마 내야지 이런 것을 세세하기 따지는 편은 아니다. 또 여러 명이서 공통의 비용을 나누어 내야 할 때 심지어 계산을 잘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가끔 그런 나를 보며 수학을 전공했는데 의외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수학 전공보다는 나의 개인적인 성향과 더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ENFP에 대한 설명 중에 특히 맞다 싶은 부분은 “즉흥적으로 소비를 하기 때문에 돈을 모으지 못한다.”라는 내용이다.     


나는 돈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는 편이다. 좋게 포장하자면 돈이라는 것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것이고, 비판을 하자면 경제관념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아가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에 있어서도 지난번 생일에 너가 나한테 얼마짜리를 선물했으니까 나도 이번 니 생일에는 이 정도를 선물하겠다 이렇게 재는 편도 아니고, 심지어 나에게 선물을 준 사람에게 답례를 하는 것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랬다가 나중에 생각나서 뜬금없이 밥을 사거나 뒤늦은 선물을 하기도 하고.      


아무튼 주고받는 또는 준 만큼 받고 받은 만큼 주는 부분을 굉장히 철저하게 계산하는 사람이라면 나의 이런 면을 불편하거나 못마땅하게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왜 이렇게 돈(물질)을 가볍게 나아가 우습게 여기는 사람이 되었는가? 를 좀 더 파고들어 가 보려고 한다.

     

성장과정에서 우리 집이 내내 부유했던 것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5학년(1992년)에서 짧게는 고등학교 2학년(1998년) 조금 더 길게 잡으면 대학교 2학년(2002년)까지가 우리 집이 제일 잘 살았던 시기이다. 돈에 대한 가치관이나 중요성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을 시기에 다행히(?) 우리 집이 풍족해서 내가 그나마 구김이 덜하게 클 수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돈에 대해 절실하지 않게 된 부작용도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

      

또 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게 된 덕분에 20살 때부터 과외 아르바이트를 통해 그 당시 나이로는 제법 큰 현금을 매달 굴리며 나름 부모님으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내 친구들에 비해 일찍 시작할 수 있었다.     

 

또 아까 말한 타고난 성향이 돈을 못 모으는 ENFP이기도 하고.      


이런 여파로 돈이나 물질, 물건 그 자체나 그것을 나에게 주는 사람에 대해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보다는 언제부터인지 ‘나는 받을만하다’, 나는 그럴 가치가 있어’라는 재수 없는 마음을 장착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좀 과장을 보태 말하자면 나는 누군가에게 주지 않으면서 받기만 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이 이제는 물질을 넘어서 마음으로까지 확장된 것 같아 나 스스로를 경계하게 되는 요즘이다.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말을 마흔이 넘도록 100% 느껴보지도 못하고 여전히 내가 줄 생각보다는 받을 기대만 하고 있는 나는 내가 생각해도 참 별로인 것 같다.      


선물을 살 때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그 사람이 선물을 받으면 어떤 기분일지, 그러면서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 그것이 바로 선물을 하는 이유이자 나아가 마음을 표현하는 이유이겠지.      


앞으로는 나도 조금 더 주는 사람, 주는 기쁨을 아는 사람, 내 마음을 더 먼저 표현하고, 내 생각을 더 많이 전달하고 그래서 나의 존재만으로가 아니라 나의 행동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가족들에게 그리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안성맞춤 선물을 할 수 있도록 틈날 때 그들을 잘 들여다봐야겠다.               


그동안 많이 받았으니까 이제는 주는, 그래서 전체적으로 내 삶의 기브 앤 테이크의 균형을 맞추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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