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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Sep 19. 2022

오른쪽으로 가면 안 부딪혀요.

왼쪽으로 갈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지난 금요일 저녁 동네 언니들과 치맥을 하기로 하여 시작된 3일 동안의 먹방.      



금요일 저녁 치킨과 맥주에 이어 홍합탕과 소주.

토요일 아침 집밥, 점심 냉면과 만두, 저녁 쌀국수.

일요일 아점 집밥, 점저 무한 샤브샤브.     


그렇게 평일보다는 확실히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나름대로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집에 오는 길에 조금 걷기는 했지만 어젯밤 잠자리에 들면서 빨리 내일 아침이 되어 운동화를 신고 나만의 속도로 걷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드디어 오늘 아침. 7시 30분 기상. 8시 20분 등교하는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서기. 20분 동안 빠른 걸음으로 동산의 정자에 도착. 간단 맨손 체조 후 다시 돌아오기.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태풍 난마돌의 영향인지 구름도 신기해 하늘도 구경하면서 불어오는 바람도 만끽하면서 내일부터는 기온이 확 떨어진다는 소식에 기대도 하면서 나만의 pace와 mood를 유지하던 중.

      

나보다 조금 앞에 나와 같은 방향으로 대형견을 산책시키는 사람이 있었고, 그보다 조금 앞에 나와 마주 보는 방향으로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고양이를 키우게 된 이후 예전에 비해 동물에 대한 경계심이 많이 누그러들었고, 이 동네는 또 워낙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이제는 길을 가다 개를 만나도 긴장이 되지는 않지만, 대형견은 그래도 좀 조심하게 된다.      


그래서 아무래도 내 속도로는 대형견을 앞지르게 될 것 같아 내 딴에는 대형견의 산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길의 왼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와 같은 라인에서 마주오는 사람을 흘끔 보며 서로 자연스럽게 한 발씩만 옆으로 옮기면 각자의 속도를 변화시킬 필요 없이 지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는 계속 길의 왼쪽으로 걸으며 마주오는 사람이 가까워질 무렵 살짝만 오른쪽으로 가려는데, 그 사람은 자신의 발자국을 조금도 옆으로 옮기지 않으며 계속 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예상치 못하게 잠깐 멈춤의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내가 더 오른쪽으로 가면서 지나가려는 순간 내 귀를 때리는 한 마디.



오른쪽으로 가면 안 부딪혀요.   


       

심지어 나를 왼쪽 오른쪽도 모르는 사람 취급을 하며 자신의 손으로 나의 오른쪽 방향을 기분 나쁘게 가리키며.


아니 누가 모릅니까?
앞에 대형견이 있어서 그렇잖아요.



내가 이 말을 내뱉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뭐 별일이야 있었겠냐만은, 또 혹시 모르지. 워낙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이니까.      


나의 대꾸에 그 사람이 격노하여 아침 댓바람부터 볼성사나운 꼴을 경험하게 되었을지도.      


아무튼 모르는 사람과 굳이 엮이고 싶지 않고 죽고 사는 문제 아니고서는 타인의 일에 크게 관여하는 성향이 아닌 나는 그대로 지나쳐버렸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 사람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왜 나는 그 말이 그렇게 거슬렸던 것일까? 월요일 아침 이 글을 쓰면서 털어내고 싶을 정도로.      


나에게는 그 아저씨가 자신의 방식만이 옳다고 생각해서 남에게 자신의 뜻대로만 할 것을 강요하는 유형으로 여겨졌다. 삶에 대한 융통성이나 열린 마음이라고는 1도 없고,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남에게만 바뀔 것을 요구하는 사람.      



길을 걷다 보면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가야만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진정 그 아저씨는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혹시라도 내가 자기보다 어리니까 알아서 길을 비켰어야 한다는 것일까?      


우측통행이 기본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왼쪽으로  수도 또는 가야만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혹시 누군가 왼쪽으로 가는 사람이  앞에서 걸어오고 있을 , 그렇게 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겠거니 여겨 굳이 지적을 하기보다는 한발 옆으로 물러나   있는 사람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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