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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Nov 09. 2022

내 인생의 루틴

좋은 글쓰기란?

     

routine
1.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
2. (지루한 일상의) 틀, (판에 박힌) 일상
3. 정례적인   


내 기억에 루틴이라는 단어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도전을 즐기는 나에게는 약간 부정적인 의미였다. 그래서 심지어 대학 졸업 후의 진로를 결정할 때도 나는 루틴 같은 삶이 싫어서 부모님의 의견을 거스르고 말 그대로 내 멋대로 정해버렸다. 당시 부모님의 의견은 학부 전공이 수학이었던 나에게 가장 적합하고 현실적이며 현명했던 (학교) 수학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내가 생각했던 학교 선생님은 말 그대로 판에 박힌 지루한 삶을 반복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나는 저런 지루한 삶이 아닌 매일매일이 새롭고 역동적인 삶을 살겠다며 곧 망할 회사에 들어갔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내가 인식하기로는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사람들의 일상이 바뀌던 와중에 <좋은 습관 만들기>, <모닝 챌린지>와 같은 주제의 글이나 강의, 교육들이 범람하면서 자연스럽게 루틴이라는 단어는 나에게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의미로 바뀌어 버렸다.      



그래서 루틴이라면 딱 질색이라고만 여겼던 나에게도 어느덧 몇 가지 루틴이 생기게 되었다. 나를 둘러싼 루틴을 더 강화해야 할 좋은 루틴과 잘라내야 할 나쁜 루틴으로 구분해보려고 한다.     


 

좋은 루틴 첫 번째는 아침 운동이다.      


브런치와 인스타를 뒤져보니 내가 아침마다 걷기 시작한 것은 이 동네로 이사를 오고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역시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맞구나. 이전 동네는 오래된 동네여서 언덕도 많고 길도 좁아 걷기에 적합하지는 않았다. 물론 마을버스를 타고 조금만 가면 안산 자락길이나 북한산 둘레길이 있어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걸을 수 있었지만, 마을버스를 타야 한다는 장벽이 의외로 높았었다. 이 동네는 신도시라서 그냥 아파트 바로 앞이 다 공원이다. 거의 배리어 프리 barrier free 수준. 이런 환경을 앞에 두고 걷지 않을 수는 없지. 걷기와 달리기와 계단 오르기를 나의 페이스에 맞게 주말 빼고 평일은 거의 매일 하고 있다. 그 덕분이겠지. 얼마 전에 검단산을 왕복 2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이 루틴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너무 좋은 루틴. 부정적인 측면이 1도 없는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루틴이다.      



좋은 루틴 두 번째는 책을 읽고 문장을 기록해서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다.     

 

정확히 2018년 5월 30일에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https://blog.naver.com/2gafour/221287659608)이라는 책의 문장을 올린 이후 지금까지 총 162권의 책에 대한 문장이 블로그에 남겨져 있다. 그리고 그 문장들 중 특별히 더 기억하고 싶거나 한 문장에 핵심이 딱 담겨 있는 문장을 따로 모아 ONE sentence라는 카테고리에 올리고 있는데 거기에 쌓인 문장은 106개이다.



이것을 시작한 이유는 내가 읽었던 책에 대한 기억을 남겨두고 싶어서 그리고 언젠가 나만의 글을    기억들을 조금  쉽게 끄집어낼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실제로 브런치에 올릴 글을   블로그를 뒤적뒤적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처음의 이유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나는 책을  읽었다는 것이 책의 마지막 글자를 읽고 책을 덮는 것이 아니라  귀퉁이를 접었던 페이지들에서 나를 흔들었던 문장들을 다시 읽으면서 타이핑을 하고 그것을 모아 블로그에  표지와 함께 올리는 것이 되어버렸다.  루틴도 앞으로 계속 이어나갈 .      



좋은 루틴 세 번째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     



아침에 운동을 하고 돌아와 씻고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잔. 좀 여유가 있고 덜 귀찮은 날은 원두를 직접 갈아서 나름 카페 느낌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해서 먹고 바쁘거나 만사가 귀찮은 날은 카누를 먹는다. 하지만 언제나 그냥 아메리카노. 집에서 먹지 않고 밖에서 먹을 때도 언제나 아메리카노. 아이스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지만 역시 아메리카노. 아주 가끔 그 루틴을 스스로 깰 때가 있는데 두 가지 경우이다. 그 전날 과음을 한 날은 다음날 달달한 게 땡겨서 아이스카라멜마키아또나 바닐라라떼 같은 걸 먹고, 폴바셋을 가게 되면 거기서는 꼭 아이스크림 라떼를 시켜 먹는다. 최근에 블루보틀을 가서 폴바셋의 아이스크림 라떼와 비슷한 플로팅 뭐시기를 시켜먹어 봤는데 내 입에는 폴바셋이 더 나았다. 아무튼 설탕이나 크림이 들어가지 않은 아메리카노는 하루에 2~3잔 정도는 오히려 건강에 좋다고 하니 이 루틴도 앞으로 계속할 것.    


  

이제 좋은 건 많이 썼으니까 나쁜 루틴도 좀 읊어볼까.    


  

하지만 이미 나는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알고 있었다. 잘라내야 할 나쁜 루틴을 나는 오늘 이곳에 공개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좋은 글쓰기는 ‘솔직한 글쓰기’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오늘의 이 글은 좋았다고는 볼 수 없겠다. 나의 좋은 루틴만 공개했으니까, 나는 여전히 나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니까.  


    

최근에 여성작가의 자기 고백이 담긴 책 두 권을 읽었다. 레슬리 제이미슨의 ⌜공감 연습⌟(https://blog.naver.com/2gafour/222902348469)과 하미나의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https://blog.naver.com/2gafour/222924949092). 그 전에도 비슷한 책들을 많이 읽었었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항상 생각한다. 어떻게 이렇게 용기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 자신의 민낯을 드러낼 수 있을까. 그리고 한편으로 다짐해본다. 아직은 아니지만, 나도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는 저들처럼 내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가서 바닥에 흩어져 있던 나의 파편들을 조심스레 끌어모아 문장을 쓰고 문단을 구성하고 챕터를 만들어 책으로 펼쳐내어 봐야지. 그런 날이 오기를 나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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