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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Dec 04. 2022

160921-03

이사 다음 날


지민 #1     



나는 아빠가 침대에서 일어나 앉을 때 잠에서 깼다. 올해 9살. 내가 기억하는 이사만 벌써 3번째이다. 나에게도 이사는 항상 힘든 것이다. 이사만 하면 아빠와 엄마가 싸우기 때문이다.



4살 때, 6살 때, 그리고 어제. 4살 때는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사하고 한 동안 아빠와 엄마가 말을 안 했었고, 6살 때는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엄마가 다니던 회사를 옮기게 되었고 집에서 회사까지 너무 멀어 엄마 회사로 조금 더 가까이 이사를 하게 되었다. 나도 다니던 유치원을 옮겨야 했고 이미 친해진 친구들과 헤어져야 해서 이사하는 것이 싫었지만 내색을 하지는 못했었다. 딱 한번 엄마에게 물어봤었다.



“우리 꼭 이사 가야 돼?”

“응, 안 가면 지민이가 유치원에 아침에 제일 일찍 갔다가 저녁에 제일 늦게까지 있어야 돼. 그래도 되겠어?”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싫었지만 친구들이 오지 않은 유치원에 혼자 도착해 있는 것도 친구들이 다 가고 난 유치원에 혼자 남아 있는 것도 싫을 것 같았다.



“알았어. 그럼 이사 가자!”

“지민아~고마워~이해해줘서.”



그렇게 이사하는 날이 다가왔고 이사 5일 전부터 아빠와 엄마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박스에 짐들을 넣기 시작했다. 이미 3번째 이사였기에 어떤 것부터 박스에 넣어야 하는지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사 3일 전, 2일 전, 하루 전, 박스들은 점점 쌓여갔다.



이사하는 날은 금요일이었다. 아빠와 엄마는 휴가를 냈고 나는 그날 다니던 유치원에서 견학을 가는데 마지막이라 빠지기 아쉬워 참석을 하기로 했다. 그게 잘못된 선택이었나 보다. 아침에 엄마가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아빠를 불렀다.



“어제 지민이 방 짐 정리할 때 옆으로 메는 갈색 가방 어디다 넣었어?”

“잘 모르겠는데.”

“유치원에서 문자가 왔는데 오늘은 노란 가방 말고 그 가방에 물통만 넣어 보내래.”

“그걸 지금 어떻게 찾아 그냥 노란 가방에 넣어 보내.”

“박스에 뭐 들어있는지 안 적어놨어?”

“그냥 지민 1,2,3으로만 적었어.”

“그렇게 말고 지민 옷, 지민 장난감, 지민 책 이런 식으로 적으라니까.”

“지민이 방이야 어차피 이사 가서 오늘 다 정리할 텐데 뭐 하러 굳이 그렇게 세세하게 적어놔.”

“그럼 지금 좀 찾아봐. 갈색 가방. 다른 애들 다 그거 매고 오는데 얘만 노란 가방 메고 가면 이상하잖아. 안 그래도 친구들이랑 헤어져서 기분도 별로일 텐데……”


“그러게 이사 가는 날 굳이 유치원을 왜 보낸다고 해서는.”


“꼭 말을 그런 식으로 해야겠어?”



엄마의 소리가 높아지려는 그때 이삿짐을 나르러 사람들이 도착했다. 엄마는 그 와중에 내 방에 있는 박스들을 뜯어보며 결국 갈색 가방을 찾아냈고 나는 다행히 복장을 제대로 갖추고 친구들과 마지막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견학을 마치고 새로운 집으로 왔는데 큰 가구들만 자리가 잡혀있고 여기저기 박스들이 쌓여 있는 어수선함 가운데 아빠와 엄마 사이의 차가운 기운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마 그날 이후 꽤 오랜 시간 동안 엄마는 나에게만 아빠도 나에게만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나는 아빠와 엄마의 다툼이 나 때문인 것만 같아 나라도 말을 잘 들어야겠다 싶어 그들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충실하게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밖에서 아빠와 엄마가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 나로서는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이사를 할 때마다 싸우게 되는데 왜 굳이 이사를 해야 하는 것일까? 그냥 한 집에서 계속 살면 안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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