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길 단어로 시 쓰기 16
눈은 소리 없이 내려와
온 세상을 물들인다
어디서부터 내려오는 건지 알고 싶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온통 희부연한 드넓은 하늘
어디가 시작점인지 찾을 수가 없다
고개를 들고 있으니
눈 안으로 눈이 들어와 다시 앞을 바라본다
눈앞에서 무질서하게 흩날리다가도
결국에는 하강한다
그 길의 끝에서는 어디에나 사뿐히 내려앉아
포근한 차가움을 전해준다
잎이 떨어져 나가 쓸쓸한 나뭇가지 위에도
아직 아무도 밟지 않아 새하얀 길 위에도
미처 지하에 들어가지 못한 차 위에도
급히 모자를 눌러쓰고 나온 내 정수리 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