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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Mar 09. 2023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은 무엇일까?

영화 ⌜매치포인트⌟를 보고


   

“선량한 사람보다는 행운아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인생의 깊이를 본 사람이다. 보통 사람들은 인생 대부분이 운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두려워한다. 그처럼 많은 부분들을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미칠 것만 같다. 경기 중 공이 네트 위를 맞추는 순간이 있다. 순간 그 공은 앞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뒤로 떨어질 수도 있다. 약간의 행운이 따라서 앞으로 넘어간다면, 당신은 승리한다. 그렇지 않으면 패배한다. - 영화 ⌜매치포인트⌟ 첫 장면     


읽고 있던 책에서 위의 대사로 시작하는 영화가 있다고 하여 검색을 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범죄, 누아르, 스릴러에 멜로까지, 거기다 매력쩌는 남녀주인공이 나오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감독이 만들었다고 하니 안 볼 이유가 없었다. 2시간을 내리 이어서 보지는 못했고 3번에 걸쳐 쪼개어 보았지만, 결과적으로 참 보길 잘했다 싶었다.      


영화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배우자의 오빠(처남)의 헤어진 약혼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가던 남자주인공이 궁지에 몰리자 그 여인과 뱃속의 아이, 그리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위해 죄 없는 노인까지 죽였지만, 최고의 행운으로 수사망을 피해 가는 이야기이다.     


 

어느 정도 줄거리를 알고 봐서 중간중간 자꾸 딴생각이 끼어들었었는데, 가장 자주 떠오르는 생각은 ‘내 인생에 있었던 행운은 어떤 것이었을까’와 ‘살면서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적은 언제였을까’였다.      


로또 당첨은 5등만 몇 차례, 사다리 타기나 제비 뽑기에서도 특별히 운이 나빴거나 좋았던 기억은 없으며, 라디오에 문자 보내서 커피 쿠폰을 몇 번 받은 적은 있지만 여행 보내주는 프로그램 같은데 사연 신청했을 때 선정된 적은 없고, 그래도 가장 큰 행운이라면 아마도 대학 4학년 때 출연했던 퀴즈프로그램에서 우승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 우승은 순전히 행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선 내가 출연신청을 했고, 인터뷰를 통과했고, 당일에 문제를 푼 것도 나였으니까. 물론 마침 내가 답을 아는 문제들이 많이 나와준 것이 행운이라면 행운이겠지? 하지만 마지막에는 행운의 여신이 나를 배신해서 결국 더 큰 상금을 얻을 기회는 앗아갔었다.

      

뭐 앞으로 남은 인생 중에 언젠가는 지금까지 보다 더 큰 행운이 올 것을 기대해 보며 그럼 좀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적은 언제일까? 아니면 운이 좀 따라줬으면 좋겠다 바랬던 적은 언제일까?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은 1점 차이로 내가 지원했던 외국어고등학교에 떨어졌을 때와... 아 오랜만에 등장한 내 머릿속의 지우개. 장장 이틀에 걸쳐 이 문장을 붙들고 있는 셈인데, 이어서 쓸 내용이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운이 따르기를 바란다는 것은 어떠한 결과를 간절히 원하고 바랄 때의 마음이기도 할 터, 내가 살면서 간절히 원하고 바란 것이 무엇이었을까 돌이켜보니 첫 번째 임신한 아이가 딸이기를 바랬던 것과 결국 실패로 돌아갔던 둘째를 갖기 위해 몇 차례 시도했던 인공수정이 성공하기를 바랬던 것. 써놓고 보니 내가 2세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었구나 싶기도 하네.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처럼 2명을 죽인 사실이 들통나지 않기를 바랄 정도의 것은 아니겠지만 그동안 내가 살면서 행했던 소소한 잘못들과 거짓말들이 들통나지 않기를 바랬던 것. 어떤 잘못은 결국에는 까발려지기도 했고, 어떤 거짓말은 아슬아슬하게 들키지 않고 넘어가기도 했던 거 같다.     

 

심지어 어떤 잘못이나 거짓말은 내심 밝혀지기를 바랬으나 끝내 묻힌 것들도 있다. 덮어두었거나 처음에 숨겼던 어떤 것을 나중에 밝힐 때는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적절한 시기가 지나면 밝혀본들 “그래서 어쩌라고?”의 피드백만 얻게 될지도.      



나의 잘못이나 거짓말이 밝혀지기를 바랬던 그 심정은 무엇일까? 나에게 불운이 닥치기를 바라는 마음? 어떤 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싶어서 나 스스로 꾸민 극적인 상황? 아니면 처음에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거짓을 둘러댔지만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껴 속시원히 밝히고 싶은 심정?     


딱히 간절히 바라는 것이 없는 나에 비해 최근에 나의 부모님에게는 간절히 바라던 것이 이루어지는 일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크게 보았을 때 우리 가족 전체에게 좋은 일이라 모두 한마음으로 진심으로 축하를 주고받았다. 곧 70을 앞두고 있는 나이에도 웬만한 젊은이 보다 훨씬 더 열심히 자기 일을 해나가며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조금 더 나은 미래와 하나뿐인 딸과 손녀와 사위를 위해 에너지를 끌어모으는 사람을 부모님으로 둔 것이 어쩌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저 반지가 난간을 넘어 물속에 떨어졌다면 과연 주인공의 살인이 밝혀졌을까? Nobody kn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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