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길 단어로 시 쓰기 19
단란한 4인 가족 아빠 엄마 누나 남동생
나도 한때 4인을 꿈꿨었다
그래서 병원도 다녀보고
날짜도 맞춰보고 인공수정도 해보고
집도 절도 없이 휴게소를 떠돌며
사람들에게 삥 뜯고 화장실에서 씻고
컵라면과 핫바로 배를 채우고
유일한 안식처였던 텐트를 뺏긴 후
풀밭에 박스를 깔고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을 청하고
내리쬐는 아침 햇살에 잠을 깨는
그래도 더 힘들어질 때
서로를 챙기고 부둥켜안고
잘못이 있으면 호되게 소리치며
진심으로 상대를 걱정해 주는
고속도로 가족을 보다가 문득
나의 가족이 우리 가족이
그들보다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지
그들보다 더 돈독하다고 할 수 있는지
그들보다 더 끈끈하다고 할 수 있는지
그들보다 더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지
가족이 무엇인지
어때야 하는 건지
나는 나의 가족에게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만 물어볼 용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