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무지개가 뜨진 않는다

by 나우히어

<13장> 날마다 무지개가 뜨진 않는다


두려움과 실패를 맞닥뜨려도 끝까지 버티며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고 또 조직을 흔들어대는 온갖 사람과 힘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중심을 잡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자기 팀과 회사의 영혼에 자기의 말과 행동이 스며들게 만드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만들어나가는 팀 혹은 회사는 모든 사람이 함께하고 싶은 그런 조직이 될 것이다.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중

https://m.blog.naver.com/2gafour/223937124371





2023년에 나는 1년 정도 미사에서 상암까지 주 3회 출퇴근을 했었다. 우리 집도 나의 일터도 모두 역세권이 아니었기에 차를 가지고 다닐 수밖에 없었고, 다행히 나의 출퇴근 시간은 피크타임이 아닌 시간대여서 편도 45~50분 정도 소요되어 크게 힘들지는 않았었다. 그래도 결국 1년만 하고 그만하게 된 이유 중에는 출퇴근 거리의 비중이 크기는 했었다.


그때 당시 같이 일했던 동료들로부터 받았던 피드백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위의 구절들을 읽으며 문득 떠올랐다.


“출근 첫날부터 너무 침착하게 바로 적응하셔서 역시 베테랑이구나라고 느꼈어요~”


온갖 사람과 힘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중심을 잡는 사람. 나는 그때 그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오늘 아침, 엄마의 전화. 이제는 엄마에게 전화가 오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아빠의 건강 상태가 사실 많이 안 좋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역시나, 오늘 새벽 아빠는 올해 들어 벌써 5번째로 응급실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에는 이런 상황에 1차적으로 엄마, 그다음으로는 부산에 살고 있는 엄마의 바로 밑 여동생(나에게는 이모), 그리고 역시 부산에 살고 있는 아빠의 바로 밑 여동생(나에게는 고모)이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왔었다.


하지만 지난번 퇴원 후, 엄마와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오면 우선적으로 나를 부르라고 했었다. 아무리 가까운 피붙이라고 해도 계속 이모와 고모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오전 엄마는 나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나는 급히 SRT와 KTX를 알아보니 SRT는 매진이고 KTX는 표가 있어 표를 구매했다.


남편에게 서울역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고 세탁기에 들어있던 빨래를 일부는 건조기에 넣고 일부는 건조대에 널고 부랴부랴 아점을 준비했다. 몸은 분주하게 집안일을 하면서 머리로는 오늘과 내일 어쩌면 더 오래 내가 없을 동안 집, 특히 딸과 관련해서 챙겨야 할 것들을 되뇌고 나도 챙겨가야 할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그렇게 부랴부랴 아점을 먹고 짐을 챙기려 하는데 엄마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조금 후에 중환자실로 옮기기로 했고 중환자실은 어차피 면회도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보호자가 있을 공간 자체가 아예 없기 때문에 엄마도 저녁에 집으로 갈 거고 그러니 나도 내려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오늘 말고 며칠 후 퇴원할 때 그때 내려오는 게 낫겠다는 것이다.


누가 모전녀전 아니랄까 봐, 이런 상황에서도 엄마는 차분했고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일지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올해만 다섯 차례 응급상황을 겪으며 이제는 좀 적응이 되고 무뎌져서 그런 것이기도 하겠지만. 이 와중에 만약 엄마가 울고불고하거나 엄마마저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안될 일이니 T성향의 엄마여서 참 다행이다 싶다.


중환자실로 옮겨서 며칠을 더 있어야 할지 알 수 없고 그리고 사실 더 큰 문제는 중환자실 퇴원 이후라 나도 계속 대기를 타고 있을 예정이다. 다행히(?) 딸은 내일부터 방학이고, 나는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고, 또 정 급한 상황이 오면 일을 어느 정도 미루거나 조율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당분간은 부산에 계신 아빠 그리고 엄마의 상황에 최대한 내 일정을 맞출 계획이다.


두려움과 실패를 맞닥뜨려도 끝까지 버티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나의 엄마이다. 그런 엄마에 비하면 나는 정말 한없이 약한 사람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나의 본모습 아니면 속마음과는 다르게 나는 또 동요하지 않는 척하며 광대처럼 키보드나 두드려대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