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 달리기의 좋은 점

by 나우히어


2026년 1월 1일부터 아침에 나가 뛰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벌써 1월 5일.



남들 다 하는 새해맞이 계획도 안 세우고 다짐도 안 한 주제에 이것마저 안 하는 건 내 삶에 대한 직무유기 같아서 오늘은 마스크 끼고 귀마개 하고 장갑도 챙겨서 나가보았다. 다행히 날이 아주 춥지는 않아서 우선 몸풀기로 트랙을 빠른 걸음으로 한 바퀴 걸어보았다. 550m 한 바퀴를 걸은 후 한 바퀴를 뛰어 보았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뛰기 시작한 김에 계속 뛸까 하다가 그럼 두 바퀴 뛰고 포기할 것 같아서 세 번째는 다시 걸었다. 그리고 또 네 번째는 뛰고. 그렇게 5+4 코스(1바퀴 걷기+1바퀴 뛰기 x 4세트 + 마무리 한 바퀴 걷기)로 2026년 첫 달리기를 시작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내가 정한 1월의 목표는 1바퀴 걷기+2바퀴 뛰기 -> 1바퀴 걷기+3바퀴 뛰기 이런 식으로 뛰는 양을 늘리다가 5바퀴 연속으로 뛰어 보는 것이다. 1월에 거기까지 되면 2월에는 10바퀴 연속으로 뛰어 보려고 한다. 그런데 아직 잘 모르겠다. 이것이 지금 내 몸 상태와 체력으로 가능한 수준인지 무리한 수준인지 아니면 혹시 너무 쉬운 것인지. 하루하루 뛰어보면서 목표는 하향 또는 상향 조정할 생각이다.



뛰다 보면 바닥에 적힌 숫자에 집중하게 된다. 처음 0,50,100,150은 사실 굳이 찾아보지 않고 그냥 뛰는 것에 집중한다. 그러다 200,250 숫자 즈음부터 숨이 조금씩 차오르면 언제, 400,450이 나오나 싶어 바닥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500이 나오면 그래도 한 바퀴를 꾹 참고 달린 나를 속으로 칭찬하며 걸음을 늦춘다.


오늘은 달리면서 <겨울 아침 달리기가 나에게 좋은 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1) 사람이 거의 없다

사람들이 보통 야외 조깅뿐 아니라 산책도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울 때는 피한다. 1~2월은 너무 추울 때에 해당하므로 아침 시간에 나가면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 고요함이 오히려 나에게는 힘이 되는 것 같다. 말 그대로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기에는 다른 사람이 있는 것보다는 없는 편이 더 어울린다고나 할까.


2) 걷다 보면 추워서 뛰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한 바퀴 뛰고 그다음 바퀴를 걸을 때 뛰었을 때 약간 났던 땀 또는 열기가 식으면서 살짝 추위가 느껴진다. 그럼 그 추위를 없애고 싶어 ‘아 다시 뛰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스갯소리로 나는 변온동물이라는 얘기를 친구에게 한 적이 있다. 온도에 민감한 편이라, 조금만 더워도 겨드랑이에 땀이 나고 조금만 추워도 손이 얼음장 같아져서인데, 이런 나에게 뛰면서 난 땀을 걸으면서 식혔다가 또 추워질만하면 다시 뛰어서 땀을 낼 수 있는 겨울 달리기는 딱 좋은 운동인 것 같다.


3) 마스크를 낀 채 뛰다 보면 숨이 더 빨리 차올라 괜히 뿌듯하다

보통 겨울이 아니어도 아침에 생얼로 집 밖을 나갈 때는 마스크를 꼭 끼지만, 더울 때는 가끔 잊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겨울 아침에 나갈 때는 마스크는 필수다. 사실 마스크를 낀 채로 뛰면 벗은 채로 뛸 때보다 금방 숨이 차고 입과 코에서 나온 김이 마스크 안에서 액화되어 빨리 마스크를 벗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런 만큼 실제 내가 운동한 양에 비해 더 많은 양을 운동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괜히 뿌듯해진다. 조금 비합리적이더라도 기분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코로나 때부터 쌓여있던 일회용 마스크를 이번 기회에 많이 소진해보려고 한다.


주말에 가족과 외식을 하며 선언을 했다. 나는 월요일(오늘)부터 아침에 나가서 뛸 거라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곧 방학을 맞이할 딸도 다이어트를 계획 중이기는 한데, 아침에 같이 나가서 뛰자고 하면 싫어하겠지?


아무튼 1월 1일이 아니라 아쉽지만 오늘부터라도 시작한 나 자신을 칭찬하며, 우선은 남은 1월 나의 pace대로 달리는 양을 늘려보려 한다. 1월 말 즈음, 조금 더 건강해지고 가벼워진 나를 기록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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