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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Dec 24. 2020

2020년이 나에게서 가져간 것 5


2020년이 나에게서 가져간 것, 그 다섯 번째는 바로 “자발적인 배움의 기회”이다.     


2016년 개인적인 방황의 시간 이후, 2017년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특별한 일이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기록을 해놓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2018년 5월, 나는 예전에 만들어 놓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흘러가고 있는 내 시간, 내 경험, 내 지식, 내 생각을 어딘가에는 저장해두기 위해.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 쌓여갈수록 카테고리를 구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몇 번의 수정을 거친 끝에 현재 내 블로그는 배우는 삶 / 이끄는 삶 / 떠나는 삶 / 커가는 삶 / 꾸미는 삶 / 키우는 삶, 총 6개의 카테고리를 가지게 되었고 305개의 글이 올라가 있다.       


[배우는 삶]은 The Reader (읽은 책에서 기억하고 싶은 구절 및 그에 대한 간단 리뷰) / Re-reading (다시 읽은 책에서 기억하고 싶은 구절 및 그에 대한 간단 리뷰) / ONE Sentence (기억하고 싶은 한 문장) / Learning Life (강의 들은 내용에 대한 리뷰 및 소감) / Power of Video (인상적인 영상매체에 대한 간단 리뷰)로 나뉘어 있다.      


이 중 업로드가 한동안 이루어지지 않은 메뉴가 바로 Learning Life이다. 코로나와 상관없이 책은 계속 읽었지만 (물론 그 양은 확실히 줄었지만) 강의는 아예 듣지 못했다.      


코로나 전, 2018년 6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총 8개의 강의를 들었다.        



도서를 활용한 자녀 교육 분야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2018년에 학교 학부모 동아리 중 독서 모임에 참여하게 되면서 접하게 되었고, 순전히 자발적으로 찾아서 듣게 된 강의는 시민청과 말과활 아카데미에서 들었던 강의들이다.      


특히, <니체와 철학하기>라는 강의는 니체에 거의 문외한이었던 나에게 니체와 그의 책, 그리고 그의 사상을 알려준 잊을 수 없는 강의였다. 그 강의 후 한동안 동네 언니와 니체에 꽂혀 그의 책을 함께 읽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었다. 나름 수준 높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던 그 언니와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한순간 멀어지게 되었는데, 그와 관련된 일화는 다음에 다른 글에서 꼭 다루어보고 싶다.    


  

맨 마지막에 들었던 강의는 내용보다는 그 안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말과활 아카데미라는 장소가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20대 초반의 대학생부터 60-70대 은퇴 어르신까지 각 연령대가 골고루 참여했던 만큼 동일한 텍스트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을 접할 수 있었고, 수강생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은 최소화하고 책과 고양이에게 최대한 그 공간을 내어줬던 아카데미의 색다른 배려가 인상적이었다.      



말과활 아카데미에서는 1년에 수십 개의,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강의가 진행되는데, 물론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고 지역이 멀어진 것이 더 큰 이유이기는 하지만, 올해 하나도 듣지 못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그래서 끊임없이 책을 읽고 웰메이드 드라마나 영화를 찾아서 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기고 강의를 찾아서 듣는다.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해서도 회사에서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말해 크든 작든 깨우침을 얻을 수 있는 수준의 것은 아니다. 그냥 이미 알고 있거나 예전에 들어봤던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정도.      


내년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시민청이나 말과활 아카데미에서 하는 강의를 1개씩은 꼭 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물론 내년이면 맞을 수 있다는 백신으로 인해 코로나가 어느 정도 줄어들고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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