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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Mar 31. 2021

제 나이는 열 살입니다

나의 사춘기, 내 딸의 사춘기

     

나는 올해로 태어난 지 40년이 되었고 엄마가 된 지는 10년이 되었다. 자식이 여러 명이면 나의 엄마 나이도 여러 개이겠지만 하나뿐이라 엄마 나이도 하나뿐이다. 엄마 10년 차인 나는 딸에게 어떤 엄마일까? (이따 딸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다)     


최근에 청소년 대상 추천 도서를 1권 읽게 되었다.      

[안녕, 우주] 에린 엔트라다 켈리



내가 읽는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 시작은 거의 우연히.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를 생각해보니 꽤 많았다. 뭔가 내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던 이유들 또는 지금 나에게 필요한 해답들이 자연스럽게 꺼내져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책의 소개 문구처럼 우연이라 하기엔 운명에 가까운, 내가 지금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나를 이끌었던 것 같기도 하다.   

    

첫째, 곧 사춘기에 접어드는 내 딸에게 추천해주기 위해

(내가 내용을 알아야 자신 있게 추천해 줄 수 있으니까)     

둘째, 이번에 중학교 1학년생이 된 내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셋째, 이번에 중학교 1학년생이 된 내 학생들의 부모님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넷째, 청소년 대상 도서활용 수업 콘텐츠를 만들고 진행해보기 위해     

다섯째, 읽어야 할 어려운 책들 사이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어야 해서     


사실 마지막은 좀 억지로 집어넣은 느낌이지만 이유의 목록을 짝수로 끝내고 싶지 않은 나만의 작은 강박이라고 고백하겠다.   

  

책을 막 읽고 난 지금, 이 책을 꼭 2년 안에 내 딸에게 추천해줄 것과 그동안의 뉴베리 대상 수상작을 검색해보고 몇 권 더 구매를 할 것을 제일 먼저 다짐해본다.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 및 상황들을 분석/정리한 후 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었을 때, 함께할 수 있는 독후활동 시트지를 만들어볼 계획이다.      


요즘 예전에 비해 바빠져서 책을 읽고   인상 깊은 구절만 겨우 기록해서 블로그에 올리기만 하고 책과 관련된 나만의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는 활동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음과 동시에 오늘 오전에 들었던 교육에서 인상적인 내용이 있어 오랜만에 책의 구절을 타이핑을 하는 것이 아닌  머릿속에 있는 보이지 않는 생각들을 끄집어내어 활자화하고 있다.      


코칭맘 32호, 사춘기 자녀와의 코칭 대화법 중



교육의 내용 중 “사춘기 자녀와의 코칭 대화법”에 자녀의 성장 단계에 따라 부모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뭐 글로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를 항상 어린아이로 대하는 경우는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반대로 아직 어린 자녀에게 부모가 최소한의 역할도 못(안)해주는 경우 또한 많은 것이 현실이다.      


나는 예전부터 나보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내 자녀보다 더 나이가 많은 자녀를 그것도 여러 명 키우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였었다. 물론 그렇다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 내 자녀보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사람을 무시했다는 것은 아니고. 그 태도가 바로 ‘자녀의 나이가 엄마의 나이’라는 것이 나에게 내면화되어 사람들을 대할 때 자연스럽게 발현되었던 것임을 알게 되어 기쁘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 중 이번에 중학생이 된 친구들이 4명이다. 그들의 부모는 과연 설명 단계에서 상호의존 단계로 잘 넘어가고 있을까? 그리고 3년 뒤 나도 다른 단계로 잘 넘어갈 수 있을까? 앞의 단계들을 잘 넘어왔다면 이 단계도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될까, 아니면 이 단계는 여러 단계들 중 제일 어려운 단계일까?

     

문득 나의 청소년기가 떠오른다. 학생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잊고 지내던 나의 그때 그 시절, 그리고 그때 나의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나는 뭐 아주 특별할 것은 없는 소소한 사춘기를 보냈던 것 같다. 길게 잡으면 초5~고1, 짧게는 중2~3 정도. 내 기억 속 그리고 엄마가 얘기하는 나의 첫 반항은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 아침에 학교 가기 전 엄마가 골라놓은 옷을 입지 않겠다고 옷투정을 부리다 아빠에게 혼난 것이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주변으로부터 ‘옷을 센스있게 입는다’ 또는 ‘비싸지 않은 것도 고급지게 보이게 입는다’는 나름 패션에 관한 긍정적인 평가를 듣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 걸 보면 옷은 나에게 중요한 의미이고, 그래서 첫 반항이 옷투정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 외 중학교 2학년 시절, 거짓말을 자주 하던 같은 반 친구를 여러 명이서 따돌렸던 경험(요즘 연예인들의 연이은 학폭 미투를 보며 나는 절대 유명인이 되면 안 되겠다고 속으로 뜨끔하기도 했었다. 혹시 그때 그 친구가 나로 인해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았다면 이 지면을 빌어 사과를 보낸다.), 연합고사 100일 전(중3 2학기),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친구 서너 명과 맥주 한 캔(백일주)을 나눠 마셨던 경험, 고1 때 하교 후 학교 화장실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노래방을 갔던 경험. 이 정도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일탈이 아닐까. 물론 미성년 시절에.      


엄마와의 갈등은 시험 때 주로 있었던 것 같다. 공부 욕심이 없지 않았던 나는 소위 8학군으로 불리는 서초구 서초동에서 중학교를 다녔는데 반에서 3등 안에 드는 성적이었다. 당시 항상 1등을 하던 아이는 쉬는 시간에도 자리에 앉아서 공부만 하는 그야말로 공부벌레여서 그 친구는 나의 경쟁상대가 아니었다. 나는 쉬는 시간에 거짓말하는 친구 자리에 가서 시비를 걸고 심지어 교실 뒤에서 맥주도 마시던 날라리라면 날라리였으니까. 그런데 나와 같이 어울리는 친구 중에 나와 2, 3등을 다투던 애가 있었다. 시험 첫째 날 그 아이가 나보다 점수를 잘 받으면 나는 집에 들어오면서 현관문을 쾅 닫고 가방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내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갔다. 그리고 둘째 날 과목 공부를 죽어라 해서 그 아이를 이기곤 했었다. 그 과정에서 엄마는 내 비위를 맞추느라 고군분투하셨을 것이다. 뭐 이제는 이런 것도 다 공부에 애살(자기의 것보다 나은 것을 몹시 부러워하거나 시기하여 지지 않으려 함 또는 그런 마음을 뜻하는 경상도 방언)이 있어서 나왔던 나의 귀여운 면모로 좋게 포장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그때 그렇게 애살을 가지고 공부를 해서 지금 내가 수학이라는 과목을 다른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겠지.      


내 딸의 사춘기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내 딸은 나와는 다르지만(나보다 훨씬 더 순하고 배려심이 깊다), 나는 또 우리 엄마와는 다르니까(우리 엄마는 나보다 더 신중하고 이타적이다) 나중에 돌아보면 추억이 되겠지만 어느 정도 우리 둘만의 힘든 시기를 보내긴 하겠지.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 이 글의 주인공인 버질은 가족들에게 거북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소년이다. 이 소년이 예기치 못한 일을 겪으며 자신만의 껍데기를 깨고 더 큰 세상으로 나오는 결말이 뻔히 예상되는 이야기이지만, 청소년들, 그리고 그 부모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이제 독후활동 시트지를 만들면서 내 학생들에게 이 책을 자연스럽게 권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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