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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권형 Oct 27. 2019

좋은 영화 완성하길 바랍니다.

 신동민 감독, 그러니까 내가 부탁해서 <교회가 있는 풍경>이랑, ‘클라우즈 블록’의 <주안> 뮤직비디오 촬영해준 영화 하는 사람. 이 사람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나 대학 다닐 때 내 학과 주점에서 ‘ㅈ뺑이치다가’ 만난 영화과 사람이다. 나는 무작정 영화가 좋았고 영화과 애들이랑 친해졌다. 아마, 그때 만난 사람 중에서는 유일하게 지금까지 정말 영화를 하는 사람 아닐까 싶다. 그 점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카메라만 있으면 하는 게 영화라고는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닌 걸 아니까.

 나는 그의 영화를 정말 오랫동안 지켜봤다. 그의 영화 <가야 스탠드바>의 음악은 내 음악이다. (정확히 얘기해두자면 내가 데모로 만든 거지 같은 스케치 음원을 내 허락하에 그가 알아서 가져다 써줬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린 좀 깊어진 것 같다.


 그는 언제나 가족, 특히 어머니를 찍는다. 정말 집요하리만치 사적이고, (어떨 땐) 집착으로 보일 만큼 계속해서 어머니를 찍는다. 그는 정말로 어머니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에게는 짐짝처럼 무겁고, 또 그의 유일한 분신처럼 보이는 그의 남동생을 언제나 걱정한다. 그리고 올해 어느 날 내가 통영에서 관광 중일 때 넌지시 그가 부친의 부고를 전했다. 그때 나는 서울이 아니었으니까, 찾아뵙지도 못하고 기분은 별로였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그때도 그저 마음 깊이 그가 좋은 영화를 찍길 바랐다.     


 내 직장은 강남이고, 그의 거처는 성남 부근이라 내가 출근하기 전에(*참고로 나는 오후 10시 30분에 출근 도장 찍는 ‘야간 노동러’임), 그가 퇴근 후에 겹치는 자투리 시간을 내어 강남 모처에서 종종 만났다. 주로 내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뮤직비디오 얘기가 우선이긴 했으나, 일 얘기가 끝나면 정말로 그가 어떻게 하면 영화를 계속할지,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얘기했다. 우린 둘 다 군 미필이고, 함께 병역거부를 결의해왔다. 그래서 헌법재판소에서 대체복무 없는 병역법을 불합치 판결한 날 이후로 아마 더 자주 본 것 같다.   

 

 순전히 영화 얘기. 감독은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 ‘신만철’에 대한 애증이 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깊어 보인다. 그의 가족들 역시 그런 것 같다. 그게 어떻게든 벗어나야 할 굴레 같아 보인다. 신동민 감독의 그러한 화두는 너무나 사적이기 때문에 항상 고민한다. ‘어떻게 찍을 것인가?’ 그 진지함이 항상 반가웠다. 그 진지함 덕에 그의 영화를 지지하는 일은 그의 삶을 지지하는 일이 된다.


 우리는 항상 영화 얘길 한다. 나는 음악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하라 하고, 다만 파이팅을 외친다. 그리고 그는 어떻게든 영화를 계속 찍는다. 최근 그는 나에게 어드바이스를 원했다. 최신의 편집본을 보내면서 이 영화의 남은 분량을 어떻게 완결하면 좋겠냐고 했다. 나는 진심으로 그 영화를 ‘리스펙트’한다. 정말 이 사람은 그 몇 년간 한결같은 영화를 찍는 사람이다. 그리고 언제나 내 어드바이스는 너무나 오지랖이라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다만, 그에게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카메라 앞에 선 그의 어머니를 배우로서 진심으로 존경한다. 그 동생 분의 삶이야 내 알 바 아니지만, 이제 정말 그가 좋은 영화를 완성하는 것이 동생에게도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이 영화가 진심으로 어디에서든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그는 언젠가 정말로 좋은 영화를 찍을 것이고, 좋은 날이 왔다고 같이 얘기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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