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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i generis Aug 01. 2022

Epilogue. 우리의 사회적 상상

사회가 더욱 사회 다울 수 있는 조건

국내에서 아직 번역되지 않는 악셀 호네트(Axel Honneth)의 "자유의 권리(Freedom's Right)"를 해설하는 글입니다. 현실을 들여다보는 철학을 위해 제가 가장 먼저 "자유의 권리"를 연재하는 이유는 이 작업 안에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담겨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께서는 꼭!! Chapter 1. 부터 읽어보시길 부탁드립니다 (Prologue도 있긴 합니다). 감사합니다 :)


저는 그동안 독일의 프랑크프루트 3세대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비판 이론가인, 그리고 우리에게는 "인정 투쟁"으로 잘 알려진(?) 악셀 호네트의 2011년 작 "자유의 권리 (Das Recht der Freiheit, 영문판 Freedom's Right, 2014)"를 해설하는 글을 게시해 왔습니다.

호네트는 "인정 투쟁" 이후 지속해 온 (사실 학문적으로는 그의 초창기 작업부터) 개인의 사회화 과정 속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 요구에 관한 문제들을 각자의 좋은 삶과 연결시키면서, 윤리적인 용어들로 자신의 작업을 강하게 채색해 왔습니다: '진정한 자기실현' 혹은 '의미 있는 삶의 형태' 등등.



제가 지금까지 소개한 것처럼, "자유의 권리"는 호네트가 근대성의 탁월한 (혹은 제1의) 가치인 자유를 인정 개념과 내적으로 연결시키면서 그의 초기 인정 이론을 더욱 깊이 있고 풍성하게 한 작품입니다.

서구 근대의 역사에서 발전한 자유의 개념을 토대로, 우리의 좋은 삶을 형식화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모델로써 호네트는 (헤겔적인) '사회적 자유'에 관한 사고를 승인하고, 이를 형이상학적이지 않은 사회 제도와 관습들에 대입하면서 사회 통합과 재생산을 위한 자신만의 독특한 규범 이론을 체계적으로 제안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호네트는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분화된 우리 행위의 영역들을 규범적으로 재구성하면서 - 법적 영역 (소극적 자유), 도덕적 영역 (반성적 자유), 그리고 사적 영역, 시장 영역, 민주적 의사 형성 영역 (사회적 자유) - 우리 사회의 병리 (Social Pathologies), 오개발 (Misdevelopment)을 진단하고 분석하며, 우리 사회가 더욱 사회 다울 수 있는 조건으로써, (다소 간) 이상적이고 유토피아적이긴 해도, 우리 서로가 각자의 좋은 삶을 위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다양한 제도적 인정의 영역에서 상호 호혜적이고 상호 주관적인 방식으로 구성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호네트의 이러한 접근과 각 영역의 규범적 재구성은 서구 사회의 현재에 제한적으로 해석되고 적용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보기에 그의 작업이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결코 한정적이지 않습니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오늘날 서구 사회를 지탱하는 지난 300여 년 간의 근대의 역사, 이 역사 속 구성원들의 다양한 사회적 상상의 산물, 그리고 이 과정에 대한 탐구가 생략된 채, 이 생략된 역사의 토대 위의 그들의 제도와 체제를 빌려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재 형식화하고 구체화 한 모습이기 때문인 것이지요.

우리가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서구 근대성의 탁월한 (혹은 제1의) 가치인 자유의 개념을 기반으로 그들이 발전시킨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역사적이고 경험적인 방식으로 추적해 가면서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재고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그동안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혹은 특정한 권력관계들로 왜곡된 구성원들의 삶의 양식, 체제, 그리고 제도들 안에 새겨진 우리의 좋은 삶을 위한 기재들을 재발견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최근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개인적 자유의 의미에 대해, 그리고 사적 관계, 시장 경제, 그리고 공론장과 입헌 국가의 의미에 대해 여전히 개념적이고 교과서적으로 접근하고 이해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분열과 갈등에 직면해 있습니다.

유사한 문제가 서구 사회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서구인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배경으로, 특히 지난 300여 년 간의 근대성의 역사를 배경으로, 다양한 문제들을 다양한 사회적 상상의 방식을 통해 진단하고 처방하며 해결해 왔습니다.

(과정은 생략된 채) 서구인들의 역사적 결과물 위에 쌓아 올린 우리의 모든 제도와 체제, 그리고 이 안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과 분열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우리는 우리의 사회적 상상을 간과한 채, 혹은 배제한 채, 이러한 갈등과 분열을 둘러싼 모든 문제들을 정치적 영역에만 환원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호네트가 주장한 것처럼, 우리의 다양한 행위의 영역들이 더 이상 'I'의 관점이 아닌 'We'의 관점에서 이해되고 해석된다면, 우리는 우리 사회를 상상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방식을 통해, 우리도 서구 근대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사회적 상상 위에 더 나은 삶, 더 좋은 삶을 위한 제도와 체제들을 쌓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호네트를 따라, 사회적 갈등이나 해방적 운동,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모든 자기 정체성을 위한 인정 투쟁은 역사적으로 짜여진 인간 존엄성에 관한 개념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즉 이 인정 투쟁은 결국 우리의 좋은 삶이나 좋은 삶을 인도하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지요.



현재의 한국 사회의 현실을 마주하며, 다양한 형태의 분열이나 갈등, 즉 각자의 인정 투쟁이 우리의 (새로운) 사회적 상상을 통해 결국엔 우리의 좋은 삶으로 통합되길 기원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선행되어야 할 한 가지 분명한 조건은, 우리의 자유 개념을 둘러싼 역사적 발전 과정에 관한 진중하고 성찰적인 접근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호네트의 "자유의 권리" 해설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Sui generis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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