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긴 발길, 잠잠해진 불꽃. 어떻게든 수업의 불을 지펴보려는 몸부림으로 SNS에 글을 썼다. 사실 책을 출간하고 난 뒤로 글쓰기에 손 놓고 지낸 지 오래였다. 첫 책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소리 없이 잊혀갔고, 나는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성과가 아쉽다고 느꼈다. 앞으로는 무슨 내용의 책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수업에만 집중하며 살았다. 처음엔 수업 홍보를 위해 글을 올렸다. 쓰다 보니 내가 글쓰기를 생각보다 더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렸고,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150일을 썼다.
그러나 글쓰기를 매일 한다고 돈을 벌어다주지는 못했다. 나는 당장에 빚을 청산해야 했다. 수업 스케줄을 주말 제외하고 평일은 싹 다 닫아놓았다. 열어놓는다고 해서 수업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리고 평일에 새로운 일을 구했다. 알바 2개를 뛰게 되었고 주 7일을 일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침 8시에 나가 밤 10시가 되어 귀가를 했다. 쉬는 날 없이 일하니 체력적으로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결국 대표님께 말해서 주말에는 쉬기로 했다. 덕분에 육체적으로든 재정적으로든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이 투잡 생활이 나쁘지 않았다. 몸은 좀 지쳐도 정신적 스트레스는 적어서인지. 글을 쓸 여유가 있었다. 한 달이 지나고, 새 일터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메시지가 날아왔다. "오늘은 할 일이 없어서, 쉬셔야 될 거 같아요." 그럴 수도 있지 뭐. 하고 알겠다고 답을 남겼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점점 빈도가 많아졌다. 아무리 알바라지만, 명시해 놓은 근무일은 지켜줘야 하는 게 도리일 텐데. 하루하루 빠질 때마다 월급이 토막 나기 시작했다. 내가 폭발했던 건, 일주일 동안 나오지 말라고 했을 때였다. 알바가 무슨 상시 대기조도 아니고.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야 되는 그런 사람들인가. 며칠이 지나 연락이 왔다. 이제 물량이 확보되었으니 다시 나오라고.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만하겠다고 말하고 그곳을 박차고 나왔다. 이것저것 따지며 싸우기도 싫었다. 어차피 나오면 다신 볼 일 없으리라는 걸 아니까.
일이야 또 구하면 그만이었다. 화를 누그러뜨리고, 피자 가게로 출근했다. 부지런히 오픈 준비를 마치고 숨을 돌리고 있었다. 대표님이 말을 꺼냈다. "거기는 잘 다니고 있어요?"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아이고, 그러셨구나.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래요." 대표님은 약간 당황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오늘 얘기하려고 했는데 저도 난감하네요. 사실, 저희 가게를 정리하기로 했어요." 반년 넘게 적자가 나서 유지가 힘들 거 같다는 이유였다. 그동안의 상황을 지켜보았을 때,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느껴졌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내가 그만둬야 할 날이 언젠가는 오겠구나 생각했었다. 근데 그것이 하필 지금일 줄은 몰랐다. 오픈 때부터 시작해서 1년을 몸담았던 곳을 떠나려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쩌겠는가. 이것이 삶의 흐름인 것을.
나는 순식간에 2개의 일자리를 잃었고, 실직자가 되었다. 굳이 따지자면 작가와 지도자라는 업은 남아있으니 실직자라고 할 수 없지만. 고정 수익이 끊긴 건 큰 타격이었다. 빚을 진 것만으로도 밑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보다 더 바닥이 있다니. 아아, 어째서 자꾸만 불운이 겹치는 걸까. 불안해졌지만, 한편으로는 이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러나.' 누군가는 정신 승리라고 치부하겠지만. 그 정신 승리가 이 불안한 상황을 견디게 해 준다면 나쁠 것도 없지 않은가. 나는 불행 총량의 법칙을 믿는다. 힘든 순간도 결국엔 지나가고, 그만큼 좋은 순간들이 올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