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1년이 되어가던 시기였다. 모아두었던 돈은 점점 바닥나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겪는, 돈이 없는데 들어올 월급도 없는 이 상황은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나 이러다 월세도 못 내고 길바닥에 나앉는 거 아냐?'
돈에 대한 두려움. 그것은 그 어떤 두려움보다도 강력했다.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보니 거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맞먹을 정도다. 머릿속에 불안한 생각이 가득 차면서, 그날의 하루는 불쾌해졌다. 마음을 추슬렀다. 소파에 앉아있던 여자친구가 휴대폰을 내밀며 말했다. "이거 봐바, 여긴 어때?"
눈이 휘둥그레졌다. 글쓰기 지도자를 뽑는 글이었다. 제주에서 이런 구인글을 어디서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무언가를 지도한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도 힘들어하는데, 수업을 이끌어가는 게 가능이나 할까? 두려웠다. 하지만 내 안의 또 다른 부분은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글쓰기를 지도해 본 경력이 없지만, 그래도 책을 낸 경험이 있기에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용기를 내어 지원을 했고, 면접 날이 되었다. 너무 긴장됐다. 마음을 조금 내려놓았다. '되면 인연인 거고, 안 되면 인연이 아닌 거야.' 그러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매장에 도착해 면접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긴 머리에다 힙한 복장을 한 여자분이 안내해 주었다. 커피를 한 잔 받아 들고, 야외 테이블에 다소곳이 앉았다. 알고 보니 그분이 대표님이었다.
"지원서와 이전에 쓰신 글들 흥미롭게 봤어요. 선생님한테 궁금한 게 많아요."
면접의 분위기는 참 좋았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느낄 수 있었다. 대표님 또한 내면세계의 관심이 많은 분이라는 걸. 그리고 명상도 꽤 오래 해오셨다고 했다. 그때 당시 나는 명상과 내면세계에 대해서 호기심이 많던 상태였다. 제주에서 이렇게 명상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나 홀로 외로이 걸어야 하는 길인 줄만 알았는데 말이다. 여기까지 이끌어 준 삶의 흐름에 놀랐지만, 아직 좋아하긴 일렀다.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었기에. "조만간 테스트 수업하시는 거 한 번 보고 결정할게요."
예상치 못한 말에 두둥실 떴던 마음은 추락하고 말았다.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되고 불안했다. 결전의 날은 그렇게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