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맞지 않는 일이야, 아마도

by 이해

누군가의 앞에 선다는 것. 그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얼굴이 새빨개지고, 말을 버벅대고 자신감 없는 어투. 언제나 실패했다. 준비한 만큼이라도 보여줬다면 억울하지도 않을 텐데. 남들 앞에만 서면 준비했던 게 무색하게 고장이 나버렸다. 그런 경험들이 누적되면서 결국 남들 앞에 서는 건 나와 맞지 않는다고 결론을 냈었다. 그리고 지금, 그 결론에 위배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건 단순한 발표가 아니라, 엄연히 업무의 영역이었다. 결전의 날을 위해 며칠 동안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글쓰기는 글 잘 쓰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나 또한 글을 잘 쓰지 못했었으니까. 약속했던 테스트 수업 날이 되었다. 수업은 대표님 뿐만 아니라 지인 분들도 함께 참관하신다고 했다. 1명 앞에서 선보이는 것도 힘든데, 4명 앞에서 해야 된다는 게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것은 겪어야 할 과정이자, 넘어야 할 산이었다.


무난하게 수업을 끝마쳤다고 생각했다. 지난 경험을 돌아보면, 지금의 수업이 가장 괜찮았다고 느껴졌다. 혼자만의 착각이었을까? 수업이 마무리되고 이어지는 즉석 피드백은 '아니, 괜찮지 않아.' 하고 말해주는 거 같았다. 첫 번째 피드백은 이랬다. "그래서 선생님이 하고자 하는 수업은, 작품을 위한 거예요? 아니면 내면 탐색을 위한 거예요?"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내가 하고자 하는 건 후자에 가까웠는데, 정작 수업 내용은 전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명백한 실수였다.


이어지는 지인 분의 피드백. "선생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안 들렸고, 너무 얼어있는 거 같아요. 좀 더 자신 있게 하면 좋을 듯해요." 맞는 말이었다. 이것은 나의 고질병이었고, 스스로도 어느 정도 자각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이 참 아팠다. 마지막 희망의 불꽃마저 꺼져 버린 듯. 나는 남들 앞에 설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 사살 당한 느낌이었다. "오늘 고생하셨어요. 결과는 추후에 이메일로 알려드릴게요." 대표님의 말을 끝으로 마지막 면접이 종료되었다.


축 처진 어깨와 함께 터덜터덜 걸으며 정류장으로 향했다. 지금의 심정을 대변이라도 하듯,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왠지 모르게 더 쌀쌀했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예감할 수 있었다. '이대로 끝이겠지? 그래, 아마도 그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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